"美의 이라크 침공은 부도덕한 전쟁
왜 우리 자식들이 피를 흘려야하나"

35개 시민단체, 정부의 이라크전 지지철회 촉구

등록 2003.03.17 15:13수정 2003.03.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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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8일 오전 청와대 진입로에 모인 시민단체 대표들이 정부의 이라크전 지지 및 파병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18일 오전 청와대 진입로에 모인 시민단체 대표들이 정부의 이라크전 지지 및 파병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18일 오전 11시50분>

"이라크 국민의 피로 한반도의 평화 가져올 수 없다"
35개 시민사회단체, 정부의 이라크전 지지철회 촉구


조지 부시 미대통령의 대 이라크 최후통첩이 발표되던 18일 오전 10시, 청와대 인근 합동청사 앞에서는 35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정부의 이라크전 지지 및 파병방침 철회를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시민사회단체 회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이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자국의 이해를 위해 다른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도덕한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한국정부는 유엔승인도 없이 감행되는 전쟁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a 반전 구호가 적힌 수기를 들고 있는 시민단체 대표.

반전 구호가 적힌 수기를 들고 있는 시민단체 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라크의 전쟁을 지지하는 대가로 얻어지는 한반도의 평화는 부도덕한 것"이라며, "정부는 파병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정부는 이라크 전쟁지지 및 파병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와 '석유와 패권을 위한 전쟁반대' '노무현 정부는 전쟁 참여정부인가' 'NO War(전쟁반대)' 등의 글씨가 적힌 피켓을 들고 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젊은이를 희생시키고, 국민의 세금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구호를 함께 외쳤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한다는 당위와 이라크전 반대운동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것"이라 주장하며, "우리가 이라크전에 참전한다면 한국에서 전쟁의 위험성이 있을 때 어떻게 국제사회에 평화를 호소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민교협 손호철 공동의장 역시 "이라크 국민들의 피를 대가로 한반도의 전쟁을 막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부도덕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며, "이라크 전쟁지지로 한반도의 평화를 구하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당당한 외교를 보여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총장은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아무런 죄 없는 이라크의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전쟁은 도덕적으로도 옳지 못하다"는 말로 모든 형태의 전쟁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지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는 민가협 전 상임의장 임기란씨의 목소리는 분노와 슬픔에 차 있었다. 임 씨는 "왜 우리의 자식들이 미국을 위해 피를 흘려야하냐"며 '부시는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여성단체 이구경숙 대표가 낭독한 기자회견문의 주요내용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유엔 안보리의 동의'라는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정부는 우리(한국)의 평화를 위해 남(이라크)의 피눈물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라크전 지지로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미국민의 50% 이상이 반대하는 전쟁에 한미동맹을 앞세워 지원하는 것은 세계여론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이라크전 파병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배된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독단적 파병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정부의 이라크 파병계획 철회가 이뤄지고, 미국이 전쟁을 통한 자국이익의 확보를 포기할 때까지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반전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1신:17일 오후 3시>

"국민뜻 안듣고 파병결정, 1인시위도 막나"
참여연대, 17일부터 '청와대 앞 반전 1인시위'


a 참여연대는 17일 오전부터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에 반대하는 '청와대앞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번째 시위자로 나선 김기식 사무처장이 청와대쪽으로 나아가려하자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참여연대는 17일 오전부터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에 반대하는 '청와대앞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번째 시위자로 나선 김기식 사무처장이 청와대쪽으로 나아가려하자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민의 신문고 자처한 정부에 뜻 전하러 가는데 왜 막나"

정부의 이라크 전 파병 방침에 반대하는 '청와대 앞 1인시위'가 청와대를 150m 앞에 둔 경복궁 돌담길에서 가로막혔다.

16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 결정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었다.

박순성 교수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하지만 첫날인 17일 오전 10시 첫 번째 시위자로 나선 박순성(교수·동국대 북한학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청와대의 지붕조차 보지 못했다.

박 소장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시위를 하려 했으나 150m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에 박 교수는 "국민의 의사를 전하러 가는데 왜 안 되는가. 경찰이 참여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러 가는 국민을 막는 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경찰에 항의했다.

박 교수의 손에는 '한반도 전쟁이 안되면 이라크 전쟁도 안됩니다'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박 교수의 항의에 경찰은 "(청와대 근처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여기서 차단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며 맞섰다.

박 교수는 40여분 동안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청와대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청와대 앞 150m 지점에서 멈춰 서야 했다.

박 교수는 "'참여정부'라고 불리는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안돼 있는 것 같다"며 "이라크 파병 방침도 국민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결정했던 정부가 의사표현도 가로막다니 실망스럽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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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청와대 앞 1인시위는 적법하다는 판결이 있다"
경찰, "아직 항소중인 사건… 허가하라는 지침 받은 바 없다"


이날 시위자와 경찰의 마찰은 계속됐다. 두 번째 시위자는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 사무처장은 아예 '청와대 앞 1인시위는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문까지 손에 들고 나왔다.

a 첫번째 시위자로 나선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첫번째 시위자로 나선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 처장이 들고 나온 판결문은 지난 해 11월 7일 서울지법 민사30부(재판장 윤흥렬)가 내린 '청와대 1인 시위 강제연행' 사건에 대한 판결내용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인 시위는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상 시위금지와 관련된 조항의 제한을 받는 시위라 볼 수 없다"며 "청와대 앞이라 하더라도 대통령 경호실의 경비구역상 일반인의 통행이 허용되는 지역에서의 시위는 적법한 행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난 2001년 참여연대의 최한수 간사가 같은 해 6월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과 공개'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청와대 202 경비대에 강제연행돼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김 처장은 경찰에게 판결문을 들이밀며 "청와대 분수대 앞 1인 시위가 합법적이라는 판결문이 여기 있다"며 "경찰이 법을 어기고 국민의 뜻 전달하러 가는 사람을 막으면 되겠느냐"고 항의했다.

김 사무처장의 주장에 경찰은 "(당시 피고인) 종로서에서 항소를 한 상태이고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내용"이라며 다시 맞섰다.

참여연대, "정부의 파병방침 '헌법정신'에 위배, 헌법소원 내겠다"

결국 이날 시위는 청와대 앞이 아닌 청와대를 150m 앞에 둔 경복궁 돌담길에서 진행됐다. 이날 시위에 나섰던 박순성 소장은 "청와대는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실무 공간이자 삶의 공간"이라며 "이런 청와대 앞에서의 의사표현 행위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또한 "미국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대통령 관저 앞에서의 시위를 보장하고 있다"며 "청와대 앞 1인시위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정권이 바뀐 지금도 과거의 관행이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참여연대는 우리 정부의 이라크전 발발시 비전투병 파병 방침에 대해 헌법정신에 마땅한 지를 따지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낼 예정이다.

박순성 소장은 "이번 파병의 배경에 대해 정부가 한미 동맹의 기본 취지를 이유로 들고 있는데 이는 한미 동맹의 기본정신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며 "이번 파병이 (대한민국 헌법 제5조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헌법정신에 위배되는지를 묻는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 '반전·파병반대' 목소리 커져
잇단 반대성명·기자회견…주말엔 '평화명상걷기'

이라크 전 반대 및 한국정부의 파병 철회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여성단체연합·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 여성단체는 14일 파병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계획과 한국군 파병에 대한 여성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이 성명에서 "석유패권을 장악하려는 전쟁계획에 도대체 무슨 명분과 근거로 한국군을 파병하겠다는 것이냐"면서 "현정부는 대등한 한미관계 속에 평화를 모색해야 하며 패권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이 전쟁에 한국군 파병은 어떠한 형태로든 있을 수 없음을 각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파병반대 청와대 1인시위'에 들어갔다. 시위에 앞서 참여연대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약속한 '의존의 역사를 접고 당당한 외교·새로운 한미관계를 맺겠다'는 것이 '부끄러운 뒷거래'가 될 줄은 몰랐다"며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약속받는 대신 이라크전에 대해 지원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경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참여연대는 "남의 나라 전쟁을 찬성하고 심지어 군대까지 파견한 정부가 한반도에서의 전쟁만은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공병대와 의료지원만했다고 이 살육전의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1인 시위는 참여연대 주요임원 및 사회원로·방송인·종교인 등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1시간씩 돌아가며 진행한다.

오는 18일 오전 10시에는 700여 시민·사회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파병반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또 주말인 22일에는 방한 예정인 틱낫한 스님과 함께 시민 10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평화명상 걷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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