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 전쟁 참여정부?"
"盧, 전쟁에 '노'라고 말해라"

[현장] 주말, 서울 도심서 벌어진 대규모 '반전 촛불대행진'

등록 2003.03.15 16:22수정 2003.03.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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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김지은·권박효원·최유진 기자
- 사진: 권우성 기자


a 15일 오후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3·15 반전평화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전쟁을 반대하는 의미로 반전 구호가 적힌 종이비둘기를 들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3·15 반전평화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전쟁을 반대하는 의미로 반전 구호가 적힌 종이비둘기를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2신: 15일 오후 10시>
"우리 세금으로 전쟁 지원 말도 안된다"
시민들 '반전평화 촛불대행진'서 '전쟁반대' 외쳐


주말 서울 도심에서는 '전쟁반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달 15일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반전·평화시위였다.

침략전쟁 지원시, 모두가 학살의 공범자 / 김이연심 김호중 PD


15일 오후 5시 서울 종로 종묘공원에서는 '미군장갑차 고 신효순·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와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이하 공동실천) 주최의 '3·15 반전평화 촛불대행진'(이하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각계각층의 시민 3천 여명이 운집, 미국의 이라크 공격 반대를 주장했다. 특히 지난 13일 보도된 우리 정부의 이라크 전 파병 및 지지 계획에 대한 항의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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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요르단과 이라크에서 약 1개월간 반전운동을 벌이고 지난 11일 귀국한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소속 은국·허혜경씨가 참석, <반전평화 결의문>을 발표했다.

a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전쟁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전쟁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참여정부, 참여할 것 없어서 부시의 전쟁에 참여하나"
시민들, 이라크전 파병 반대 목소리 높여



현장에 나선 시민들은 'No War''이라크 파병 반대'라고 쓰인 피켓과 플래카드, 흰색 종이 비둘기를 들고 시위에 참석했다. 시민들은 평화를 상징하는 모형 비둘기를 흔들며 "전쟁반대""파병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의 '전쟁 반대' 발언도 이어졌다. 이날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회원인 문명녀씨는 "가공할 무기의 힘을 빌어 벌어질 전쟁의 참상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이 광기 어린 전쟁을 지원하겠다니 말도 안된다"라고 정부의 전쟁지지 계획을 비난했다. 또 문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라크전 파병이란 슬픈 역사를 물려줄 수 없다"며 "파병한다면 후에 북한이 표적이 될 때 우리는 평화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 중인 배우 정진영씨.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 중인 배우 정진영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배우 정진영씨도 연단에 올랐다. 정씨는 "오늘 나는 배우가 아닌 한사람의 시민으로서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나왔다"며 "전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처럼 거대한 나라가 자국의 이득을 목적으로 작은 나라를 공격하니 미국은 세계를 전쟁 놀이판으로 만들려하느냐"며 "이라크 전 이후엔 북-미 관계도 심상치 않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나선 청소년도 있었다.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에서 활동하는 김종민(18)군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의 명분은 이미 없어졌는데 미국은 아직까지 공격을 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라크 어린이들의 꿈마저 짓밟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a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소속 은국, 허혜경씨.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소속 은국, 허혜경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요르단과 이라크에서 1개월간 반전운동을 벌이고 돌아온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소속 은국·허혜경씨는 시민들에게 이라크에서의 반전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전쟁반대' 피켓을 들고 연단에 올라선 이들은 "우리가 바그다드를 떠나기 이틀 전부터 이미 이라크에는 50m 간격으로 전력이 배치되기 시작했다"며 "전쟁이 임박해오고 있다지만 여전히 세계의 평화운동가들은 이라크로 들어가 '반전'을 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미국의 전쟁위협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라크 민중은 여전히 시장에서 흥정을 하고 유리를 닦으며 살고 있다"며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이들을 죽이는 전쟁의 공범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반전 평화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명분 없는 전쟁"이라며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더러운 전쟁에 동조하는 한국군 파병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라크 전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을 끝까지 막아설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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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될 경우에는 '항의 공동행동'에 나설 것도 천명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전쟁이 일어난다면 당일을 비롯해 주말에 미 대사관과 광화문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이자"고 말했다.

a 촛불을 손에 든 3000여명의 시민들이 종묘공원에서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촛불을 손에 든 3000여명의 시민들이 종묘공원에서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촛불행진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반전구호를 외치고 있다.

촛불행진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반전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종묘공원에서의 집회 후에는 참가자들이 광화문 네거리까지 평화행진을 벌인 후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날 촛불시위에는 록 밴드 <천지인>·<바람> 등이 참석해 공연을 선보였다. 시민과 단체 활동가드의 반전 발언도 계속됐다.

<다함께> 소속 활동가인 김광일씨는 이날 연단에 올라 "미국은 이미 전세계적인 반전 열기에 갇혀 고립돼있는 상태"라며 "그런데도 한국은 이라크에 비전투병을 지원하겠다는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씨는 "이라크에도 우리와 같은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며 "어떻게 우리가 그들을 죽일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김씨는 "우리 정부가 이라크 전에 지원할 2조원은 대학생 25만명이 1년동안 등록금을 내지 않고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돈"이라며 "참여정부는 더러운 전쟁에 참여할 게 아니라 실업과 빈곤과의 전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파키스탄계 캐나다인인 파르한씨는 "현재 전 세계는 부시의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하나가 됐다"며 "전 세계 2천만의 시민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르한씨는 "우리가 평화를 억압하는 자들을 막을 수 있다"며 "개전이 되면 용감한 우리는 다시 항의시위를 하러 이곳에 모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촛불시위는 오후 9시 50분께 참여 시민들의 '대동놀이'로 마무리 됐다.

a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열린 촛불시위에 참석한 시민들.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열린 촛불시위에 참석한 시민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성별· 나이·국적 뛰어넘어 '반전' 한 목소리
반전평화 촛불대행진에서 만난 사람들

▲ 반전시위에 참석한 할아버지.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80대 노인부터 멀리 타국에서 온 이주노동자, 청소년까지 이 날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반전평화를 외쳤다.

종묘공원 입구에서는 'NO WAR 非戰 전쟁과 군대가 없는 세상을'이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참가한 한 노인이 눈에 띄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83세의 이 노인은 "6.25 때도 무수히 많이 죽었지만 지금 전쟁은 그 정도가 아니다. 원자폭탄에 필적할 화력을 가진 사단이 650개 있고 이로 인한 피해자는 대부분 비전투원 민간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노인은 "내 연배 사람들도 생각이 다르지 않다. 내가 얘기해서 수긍하지 않는 사람 못 봤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바로 옆에서 다른 노인이 참가자들에게 "내가 6.15 참전용사야. 너네가 공산당을 알아? 미군이 철수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라고 소리지르며 피켓팅을 방해하고 있어 대조를 보였다. 술에 취한 이 노인의 가슴에는 실제로 '국가유공자'라고 쓰여진 뱃지가 붙어있었다. 다행히 참가자들이 여유롭게 웃으며 대응해 큰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대 앞쪽에 자리잡은 나딤(35세)씨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이미 평등노조 이주지부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여러차례 집회에 참석했다는 나딤씨는 희미한 전쟁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약 30년전 방글라데시에서 인근 파키스탄과 전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딤씨는 "아이들이 울고 어머니가 '울지 마라. 소리내면 잡아간다'고 말했었다. 아버지와 삼촌이 멀리 산에서 숨어살았던 기억도 난다. 너무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때 우리나라 사람 300만명이 죽었다"며 "전쟁은 해주는 게 없다. 빼앗아가는 것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 후 구속 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나동혁(26)씨는 이라크 전쟁 반대 문구가 적힌 샌드위치 피켓을 어깨에 걸고 양손에 피켓을 든 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었다. 감옥에서 지내는 70여일 동안 촛불 시위가 제일 하고 싶었다는 나씨는 "병역거부연대회의 사람들에게 함께 하자"고 했다며 "이라크로 떠난 사람들을 위해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지원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인권연대와 '군사주의를 반대하는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 회원인 이나영(경희대 4년)씨는 이라크여인의 얼굴과 'Stop the war, Stop the killing'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손수 준비해 시민들의 반전메세지를 담은 촛불그림을 붙였다.

전날 학교에서 혼자 촛불춤을 추고 이 플래카드에 글씨를 쓰는 퍼포먼스를 했다는 이나영씨는 "학교에서의 퍼포먼스에서도 그랬지만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일을 도와줬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그의 플래카드를 함께 들고 있는 '동지'들은 모두 오늘 집회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이씨와 그의 동지들은 "다음에도 무언가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 한 할아버지는 반전 피켓을 든 참가자에게 "내가 6.25 참전용사야. 네가 공산당을 알어?"라며 화를 냈다. 이 할아버지의 가슴에는 '국가 유공자'라고 쓰여진 뱃지가 달려 있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종묘부터 광화문까지 집회에 성실히 참여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정부의 이라크전 지지와 관련, "전쟁은 국제법을 어기는 집단살인인데 정부가 여기에 참여한다는 것은 범법자로 동참한다는 뜻"이라며 "북핵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의 고충이 있겠지만 아무리 국익이 중요해도 보편적인 가치와 규범을 짓밟는 것은 깡패논리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한 "세계 여론이 미국 내 여론과 결합해 상승효과를 낸다면 아무리 막가파식 부시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라크전 저지 가능성을 밝게 점쳤다.

청소년과 어린이들도 "미국이 이라크의 무기나 독재정권 청산을 위해 전쟁을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입을 모았다.

곽인영(영덕고 3년)양은 "대부분 친구들이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미국이 자기들 패권과 석유 때문에 하는 전쟁이라고 생각한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다함께>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소현(18)양은 교복을 입은 채로 집회에 참가해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학교가 워낙 보수적이라 크게(학생들이) 드러내놓지는 못 하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면서 "미국을 정치적으로 이겨서 다시는 이런 억지를 부리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촛불을 든 이융(계남초 5년)군은 "미국이 아무 이유없이 이라크를 공격하는데 너무 불공정하다"며 '노무현 아저씨'에게 "이라크를 도와 미국에 반대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 권박효원·최유진기자

a 총을 든 부시를 감옥에 가둬두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총을 든 부시를 감옥에 가둬두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1신: 15일 오후 4시>
여중생범대위 "폭력 경찰에 법적 책임 묻겠다"


a 촛불을 든 어린이.

촛불을 든 어린이.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미군장갑차 고 신효순·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가 경찰의 폭력 연행 및 이후 경찰서에서의 강압적인 수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지난 12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근처에서 경찰이 범대위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대거 소환장을 발부한 데에 반발, 기자회견을 가진 후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다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우위영 범대위 문예위원장은 "기자회견을 '불법시위'로 간주, 활동가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한 뒤 경찰서에서도 강압적인 수사를 벌였다"며 "일체의 사실에 대해 변호인단을 구성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연행됐던 활동가는 모두 21명이며 이중 7명이 경찰 연행 및 수사과정에서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우 위원장은 "이승헌 공동집행위원만 해도 병원 치료비가 100만원 이상 나왔고 7명의 활동가의 치료비를 모두 합할 경우 치료비는 200만원을 웃돌 것으로 본다"며 "경찰에 의해 입은 심적·신적 피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범대위는 지난 14일 같은 사안으로 국가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범대위는 진정서를 통해 "경찰이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경찰서에서의 조사과정에서도 강제로 지문을 채취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연행됐던 활동가 중 김종일 위원장과 이승헌 공동집행위원, 최근호 상황실장 등 3명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하고, 이외에 10여명의 활동가는 즉결심판에 회부한 상태다.

또 경찰은 신원이 확인된 활동가는 이날 낮 석방했으나 지문채취를 거부해 인적사항이 파악되지 않은 활동가 8명은 전원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추가로 경범죄처벌법을 적용, 즉심에 회부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즉심결과 각 구류 5일을 선고받고 남부서와 영등포서·구로서·관악서에 2명씩 분산 유치됐다.

한편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주말인 15일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반전 집회가 예정돼있다.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이하 공동실천)과 여중생 범대위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종묘공원에서 '반전평화 촛불대행진'을 연다. 지난 달 15일에 이어 한 달만에 열리는 대규모 평화행사다.

행사에 앞서 주최측은 "미국의 패권주의적인 이라크 공격과 이에 대한 한국정부의 전쟁지원을 규탄하는 대회"이며 "2·15 국제반전평화 공동행동에 이어 각계각층의 반전평화 의지를 모으는 대규모 연대 평화시위"라고 밝혔다. 주최측에서는 이날 참가 인원을 약 만 5천 여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묘공원에서의 행사 후에는 참가시민들이 종로 2가 서울 YMCA까지 평화행진을 할 계획이다. 평화행진 후인 오후 7시부터는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시위를 갖는다.

"폭력 연행 하더니 경찰서에서도 폭력 행사"
여중생 범대위 활동가들, 경찰의 인권침해 고발

▲ 여중생들의 영정을 든 채 포승줄에 묶인 시민들이 경찰의 탄압에 항의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촛불시위에서는 이라크 전쟁 및 한국정부의 파병 반대 외에도 최근 경찰이 여중생 범대위 활동가들을 폭력 연행, 강압 수사를 벌인 데 대한 항의도 잇따랐다.

이 자리에 참석한 문정현 신부(여중생 범대위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까지 벌어진 촛불시위에는 수많은 국민을 비롯 대통령 후보까지 참여했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촛불시위가 불법이라며 범대위 활동가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다니 말이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문 신부는 "경찰의 이런 태도에는 촛불시위를 막으려는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앞으로도 우리는 경찰의 부당한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찰에 연행된 후 14일 풀려난 범대위 자원봉사자도 참석, 시민들에게 그간 겪은 고초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연단에 오른 우의정(28)씨는 "지난 이틀간 경찰에 당한 것을 생각하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도대체 '참여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씨는 지난 12일 경찰이 범대위 활동가들에게 '출석 요구서'를 발부하는 데 대한 항의 기자회견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강제로 연행됐다. 이후 이틀간 노량진 경찰서에 연행돼있다가 즉결심판에 회부된 상태다.

우씨는 "경찰이 활동가들을 버스에 밀어 넣고 헬멧으로 머리를 치고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등 폭력과 폭언을 행사했다"며 "이런 태도는 경찰서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우씨에 따르면 경찰의 강제 연행 도중 부상을 당해 4명이 활동가가 병원에 옮겨진 이후에도 또다시 경찰서에서 3명의 활동가가 상처를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우씨는 "노량진서에 연행된 활동가들이 '우리는 죄가 없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자 경찰은 갑자기 활동가들에게 달려들어 격리 수용하겠다며 끌어냈다"며 "이 과정에서 연행 중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있던 활동가가 다시 실신, 구급차에 실려가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문채취 과정에서도 경찰의 폭력은 계속됐다. 우씨는 "연행된 사람들이 '지문채취'를 거부하자 이때도 경찰은 발로 몸을 걷어찼고 '못생기고 배운 것 없는 사람들이 데모한다고 모였느냐'는 등 인격 비하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우씨는 경찰서에 있던 도중 자신이 하혈을 하는 등 몸에 이상이 있었는데도 병원에 보내지 않으려 하는 등 경찰이 비상식적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범대위 공동집행위원도 경찰에 연행됐다가 부상을 당했다. 어깨 근육과 팔에 부상을 입어 약 2주 진단을 받은 상태.

이 위원은 연행 과정에서 어깨 이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후 경찰서에서도 경찰이 사지를 들어 강제로 지문을 채취하려는 과정에서 반발하다 실신해 또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우여곡절 끝에 즉심 회부를 받고 경찰서를 나왔지만 아직도 몸이 편치 않은 상태다.

이날 촛불시위 현장에 나온 이 위원은 "경찰서에 있는 동안 내가 이 나라 국민이고 인권이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어 참 비참했다"며 "경찰이 어떤 저지를 하더라도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촛불은 계속 밝힐 것"이라고 입을 앙다물었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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