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명분없는 명백한 '침공'
21세기 제국주의 부활의 신호탄

[정세분석] 부시, 20일경 이라크 침공 강행 예상

등록 2003.03.18 12:06수정 2003.03.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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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부시 미 대통령.
18일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부시 미 대통령.YTN화면
부시 행정부가 끝끝내 고집을 꺾지 않고 이라크에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어지자, 결의안 상정을 철회하고 영국, 스페인 등과 함께 전쟁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 시간으로 17일 밤(한국시간 18일 오전) 연설에서 후세인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에게 "48시간내에 이라크를 떠나라"고 경고하면서, "만일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그 후 군사공격에 직면한다"고 말해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맞서 후세인 대통령도 강력한 항전 의지를 밝혀왔기 때문에, 후세인 대통령이 망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고, 전쟁과 전후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은 명백히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21세기에 제국주의 시대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1차 걸프전 때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코소보 전쟁 때는 유고 정권의 인종 청소,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는 9.11 테러라는 '개입(intervention)'의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은 최소한의 명분도 없는 명백한 '침공(invasion)'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유엔의 위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국제 사회에서 유일하게 무력 사용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유엔을 거치지 않고 미국이 일부 동맹국들과 함께 전쟁을 벌이기로 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안보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유엔 주도 하의 집단안보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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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공격 전략이 아닌 예방전쟁"

일반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은 작년 9월에 공식 채택한 '선제공격' 전략을 적용한 것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선제공격' 전략을 넘어선 '예방 전쟁'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17일자 기사에서 "선제공격 전략은 자신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을 때 자위적 차원에서 먼저 공격할 권리"인 반면에, "예방 전쟁은 언제간 강해질 것을 우려하는 잠재적인 적에 대해 강대국이 벌이는 전쟁"이라며 둘 사이의 차이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경우에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그 증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선제공격 전략보다는 예방 전쟁 개념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예방 전쟁' 개념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방 전쟁은 현대는 물론이고 역사상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 전쟁으로 분류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번 전쟁을 "둘 사이의 어디엔가 있는 새로운 전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가 국제 사회는 물론 미국 내의 점증하는 반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미국 제국주의 시대의 개막을 알리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조차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은 탈냉전 이후 누려온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차 대전 직후 미국 스스로 만든 유엔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고 나토의 핵심적인 동맹국들은 프랑스와 독일과의 관계를 악화시킴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은 위기를 맞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러시아, 중국, 프랑스, 독일 등을 중심으로 '반(反) 제국주의 연대'가 태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확실히 드러난 것처럼, 부시 행정부의 막가파식 일방주의와 군사패권주의는 미국이 넘어서는 안될 '제국주의로의 진입'이라는 금지선을 넘어선 것이고, 이는 주요 강대국의 이익은 물론이고 2차 대전과 탈냉전 이후 어렵게 건설해온 국제체제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부시 행정부가 '금지선(red line)'을 넘어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땅에 쏟아질 폭탄과 미사일을 통해 자신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인 군수산업체의 이윤을 보장하고, 전후 이라크에 대한 석유 통제권을 확보함으로써 '석유 제국'의 기반을 닦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시 행정부가 '후폭풍'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돌입되면 전쟁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는 본토는 물론이고 전세계 미국인들에게 '테러 비상 사태'를 선포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세계는 상당 기간 사실상의 전시, 준전시 체제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 9.11 테러 이후 인권의 제약을 수용해온 미국인들이 자신의 정부가 벌인 침략 전쟁에 의해 고조될 테러 위험 때문에 인권에 대한 억압이 더욱 강해질 때, 이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벌써부터 미국 내 일각에서는 '불복종 운동'을 조직하고 있고, 2004년 재선에서 부시를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할 현상이다. 9.11 테러 이후 마비되었던 미국 사회의 자정 기능이 이번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정상화될 수 있을지의 여부는 미국인들 포함한 인류 사회의 '고통의 기간'을 결정할 핵심적인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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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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