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2003년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명호씨

등록 2003.03.18 15:06수정 2003.03.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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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명호씨는 대산대학문학상과 전북도민일보 소설부문에 당선됐다.

김명호씨는 대산대학문학상과 전북도민일보 소설부문에 당선됐다. ⓒ 모형숙

2003년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명호(원광대 한국어문 국어국문전공 4)씨. 그것도 3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산대학문학상과 <전북도민일보> 소설부문에 당선됐다.

김명호씨 말대로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거쳐야 할 관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글도 잘 쓰고 글에 대한 가치관마저 올바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소설만 생각하면 손가락이 저린다.


“소설 <연탄길>처럼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삼등열차의 딱딱한 의자에 기댄 채 조각잠을 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희망이 보인다는 그는 왼손 새끼손가락이 저릴 때마다 ‘오노레 도미’의 그림을 자주 본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소설만 생각하면 관절을 톱으로 잘라내는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표현한다.

“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도미에의 시선에서 제 통증을 위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환부와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그걸 제대로 써낼 수가 없어서 생기는 자학과 자괴심. 제 통증은 필시 그곳에서부터 시작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게 도미에는 제가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몇 세기나 앞서서 이뤄냈기에 특효약이 되었습니다.”

<호루라기 불다> <이름 없는 손가락>


이번에 당선된 두 편의 글들도 사람 중심의 내용을 담고자 충실했다.
대산대학문학상에 당선된 ‘호루라기 불다’는 법정소설로 세탁기 안에서 죽어간 어느 노모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고 가족 간의 관계가 무미건조해지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낡고 크기만 해 자리만 차지하는 세탁기는 우리의 일상을 뒤돌아보게 한다.


“가족 간의 관계가 멀어지는 요즘 거리감을 좁혀보자는 의미로 이 글을 썼는데 내가 여기 있다고 알리는 호루라기가 심사위원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김명호씨는 설명했다.

'이름 없는 손가락'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헤어져서 살던 세 모녀가 모정으로 다시 결합한다.

무명지가 잘린 어린 딸이 어른이 돼서 결혼을 앞두고 생모를 초청하는 문제로 두 자매의 갈등이 비교적 성실하게 그려졌고 뒤늦게 만난 생모는 수술로 자신의 손가락을 딸에게 돌려주겠다는 과정을 통해 서로간의 한을 풀어간다는 내용이다.

“기쁘기보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a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 모형숙

김명호씨는 원광대학교 동아리인 ‘원광문학회’14기생이다.
안도현 시인이 1기였으니 김명호씨는 까마득한 후배이다. 작품으로 만나다가 실제로 작가를 만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망하지 않은 안도현 시인이나 환갑을 바라보는 윤흥길씨는 김명호씨에게 정신적 도움이 되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해피데이스’에 연재되는 그의 글들도 소박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한글을 알게 되자 쓸쓸한 단칸방 한 구석에서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빵점을 맞고 맞벌이를 하는 부모를 탓하며 눈물을 훔쳐내던 그 시절. 그에게 한글은 도달할 수 없는 꼭지점이었다. 그런 그가 소설을 쓴다는 것에 그는 가끔 미소를 짓기도 한다.

“기쁘기보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이제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마음의 짐을 얻은 것 같습니다.”

당선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좋아서 글을 쓰게 되고 자연스럽게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어 어렵지 않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다.

첫 단추를 잘 맞춰야 모든 게 원만하듯이 본격적인 활동을 앞둔 그에게서 작은 희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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