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농협' 6월 이전 설립된다

전국 1200여명 조합원 가입…안정적 생산기반 마련에 최선

등록 2003.03.18 15:40수정 2003.03.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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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밀 살리기 운동에 이어 우리 밀 농협이 설립될 전망이다. 한국 우리밀농협 설립준비위원회는 지난 14일 전국의 조합원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농협중앙회 광주지역본부에서 한국우리밀농협 설립 결의대회를 갖고, 올 해 밀 수매가 마무리되는 오는 6월 이전 조합을 창립한다는 방침을 결의했다.

a 우리밀 농협 설립은 9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밀 살리기 운동의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우리밀 농협 설립은 9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밀 살리기 운동의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 이국언

생산자들에 의해 품목조합인 우리밀 농협 설립이 가시화 됨에 따라 90년부터 시작된 우리밀 살리기 운동은 큰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84년부터 정부 수매중단

제2의 주곡이었던 밀은 정부가 수입밀의 홍수 속에 84년부터 수매를 중단함에 따라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던 90년대초 박재일씨를 비롯한 카톨릭농민회 등에서 밀을 살리자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모아준 성금도 꽤 됐다고 한다. 종자마저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들은 당시 농촌진흥원에서 어렵게 종자를 구해 몇 명이 나눠졌다고 한다.

김성호 씨가 전남 구례에 나눠들고 온 것은 겨우 14㎏였다. 한때 자취를 감췄던 밀은 91년에 구례에서 600가마를 다시 생산하며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힘입어 이들은 구례에 이어 전남 무안, 경남 합천, 전북 정읍 등 4곳에 밀 가공공장을 두며 재배지역을 조금씩 넓혀왔다.

우리밀 살리기 10년의 쓰라린 경험

모든 것은 자체 수매였다. 수매대금은 몇몇 이사들이 농협에 지급보증서를 쓰고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그러나 수입 밀과의 가격차로 수요는 따르지 않고 수매한 밀은 창고에 2∼3년 그대로 묵히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 이날 행사에는 전남, 전북, 경남지역 300여 생산농가가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남, 전북, 경남지역 300여 생산농가가 참여했다. ⓒ 이국언

대출이자는 늘어가고 창고보관료까지 겹치면서 IMF 구제금융사태에 우리밀 공장은 연달아 부도에 몰리고 말았다. 수매도 중단 할 수밖에 없었다. 수급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부도로 공장 3곳이 넘어갔지만 다행히 영농법인 협업체로 재정독립에 나선 구례공장만이 살아남았다.

품목조합인 우리밀농협을 설립하려는 가장 큰 취지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수급조절을 위해서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발기인 대회 후 5개월여 동안 광주, 전남, 전북, 경남 등 주요 생산지를 돌며 순회교육을 거쳐 지금까지 1200여명의 밀 생산농가가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성과를 남겼다.


우리밀 생산 아직 1톤도 안돼

2002년 가을에 파종한 밀 재배 면적은 ▲원주 30 ▲아산 100 ▲익산 50 ▲김제 100 ▲고창 300 ▲광산 400 ▲구례 400 ▲순천 10 ▲해남 200 ▲합천 400㏊ 등 전국에서 약 2천㏊가 재배되고 있다.

이 밀은 올해 6월 농협중앙회와 (주)우리밀 등에서 약 22만 5천가마 9천톤을 수매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한 해 밀 수입량이 400만톤에 달하는 현실에서 1톤이 채 못 되는 우리밀은 이제 겨우 불씨를 되살려 놓은 정도이다.

우리 밀 수매가는 가마당(40㎏) 3만5690원으로 보리 수매가와 동일하다. 우리밀 살리기의 가장 큰 관건은 가격경쟁력과 소비 확대이다. 이들은 현재 우리밀가루의 일반 소비자가격은 수입밀가루의 3∼4배 차이가 발생하지만 면, 과자, 베이커리의 가격은 수입밀 제품에 비해 1.5∼3배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2차 가공제품의 소비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강지종(전북 익산) 씨는 축사에서 "제국주의 탐관오리에 맞서 싸우던 갑오농민들이 다시 태어나 싸운다면 우리밀농협 설립에 나설 것"이라며 "예전에는 칼과 맞서 싸웠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우리밀농협 설립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성호씨는 "우리나라는 밀에 대한 정책이 아예 없다"고 지적하고 "겨울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재배가 가능한 밀은 풍부한 탄산가스를 제공해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수입 대체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a 수매보장 문제로 농민들은 아직도 불안해 하고 있다.

수매보장 문제로 농민들은 아직도 불안해 하고 있다. ⓒ 이국언

행사장에서 만난 조길태(59)씨는 "밀은 서민이 먹는 대표적 농산물인데 외국에서 수입한 밀은 방부제 때문에 몇 년이 지나도 바게미가 일지 않는다"며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대촌에서 3년째 밀을 심어오고 있는 윤재일(58)씨는 "밀은 잘 되도 쓰러지지 않아 허실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며 "정부에서 수매를 받아주기만 하면 밀 심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밀 농협을 만든다고 하는데 정부에서 무관심하면 잘 될까 싶다"며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밀이 황량해진 겨울 들판을 푸르게 되살려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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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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