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지난 밤 꿈속에서 온종일 비 내리더니 창밖엔 키 작은 명자꽃이 피었습니다. 사람들이 나뭇잎이 나기 전까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한두 잎 나기 시작하면서 금새 봉오리를 펼치는데 일시에 나무 곳곳에 덕지덕지 빨간 꽃이 붙으매 그 때가 되어서야 "괜찮은 꽃이네!" 하고 반기는 명자나무꽃. 매화처럼 생겼으나 더 붉고 큽니다. 나무 끝에 가시가 붙어 있어 울타리에 심고 분재로 많이 씁니다.
대체로 붉지만 흰색, 분홍색 꽃과 교잡을 통해 여러색을 얻기도 합니다. 늦봄까지 비교적 오래 피므로 꽃봉오리와 활짝 핀 꽃이 뒤섞여 있어 운치가 있습니다.
화사하지도, 요염하지도, 그렇다고 촌스럽지도 않은 꽃이지만 일부지역에서는‘아가씨 꽃나무’라는 이름을 붙여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꽃이 너무 화사해 한창 봄이 무르익어 가는 시기에 피므로 '부녀자가 이 꽃을 보면 바람난다'고 하여 집안에 심지 못하게 했답니다.
꽃이 지고 나면 메추리알보다 큰 열매가 열리는데 열매에는 산(酸)이 풍부해 신맛이 납니다. <동의보감>에‘약의 효능은 모과와 거의 비슷한데 토사곽란으로 쥐가 나는 것을 치료하며 술독을 풀어 주고 메스꺼우며 생목이 오르는 것을 낫게 한다. 냄새가 맵고 향기롭기 때문에 옷장에 넣어 두면 벌레와 좀이 죽는다’고 하여 한약재에서 좀약 대용으로까지 널로 쓰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