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담장에 노오란 꽃잎 물고 깨어난 이쁜 병아리김규환
춥지도 덥지도 않아 농사일을 하기에 알맞은 때이며,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 겨우내 얼었던 응달도 땅이 풀리면서 농부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훈훈한 바람을 쐬고 응달진 곳 마저 녹는다.
논밭에 뿌릴 씨앗의 종자를 골라 파종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천수답(天水畓)은 물을 받기 위해 물꼬를 손질하고 보막이 작업에 농부의 허리가 놀랜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 이 즈음인데, 어쩔거나! 이 때를 전후해 거센 바람이 분다.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거나“꽃샘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하니, '꽃샘추위', '꽃샘바람'이라는 말 역시 꽃이 필 무렵인 이 때의 추위가 겨울 추위 못지 않게 매섭고 차갑다.
어촌에서는 고기잡이를 멀리까지 나가지 않는다. 산불이 가장 많이 나는 시절이 돌아왔으니 야외로 나갈 때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불교에서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본 것을 보면 노인네들 마저 겨우내 입었던 퀴퀴한 내복을 벗어 던지고 양지 바른 햇볕으로 나와 광합성을 즐기는 좋은 시절인 것은 분명하다. 곧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고, 비도 우레 소리를 동반하며 그해 첫 번개가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