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英이여 살육을 멈춰라"

인사동에 열린 '반전 굿' "악의 축은 미국과 영국이다"

등록 2003.03.22 18:07수정 2003.03.2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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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2일 오후 서울 인사동 입구 문화마당에서 무세중씨 등 대동통일극회 회원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인사동 입구 문화마당에서 무세중씨 등 대동통일극회 회원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너희가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들이란 말인가. 악의 축은 바로 너희들이 아닌가. 팔백만 명을 살상시킬 침략자들임이 분명하다. 총칼로 군림한 자는 반드시 총칼로 망하리니 온 세계가 용서치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여 피를 맛본 악의 축은 한반도로 몰아 부쳐올 것이니 반전으로 통일을 이루자"

비장한 목소리의 '반전제문'이 낭송된 후 한 출연자가 제문을 불태워서 하늘로 날려보낸다. 이라크 전쟁의 참화를 막아달라고 삼신신령님께 비는 반전 굿의 시작이다. 22일 오후 3시 인사동 인사문화 마당에는 길 가던 시민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대동통일극회(출연 무세중 외 10명)의 한바탕 굿이 벌어지고 있었다.

성조기와 영국 국기가 꽂혀있는 철골 구조물 안으로 군복을 입은 두 사람이 흰 광목 옷을 입은 출연자들을 몰아 넣었다. 철골 구조물은 제국주의의 성을 형상화시킨 것이고 흰 광목을 걸친 사람들은 이라크 민중, 나아가 백의민족을 뜻한다. 두 군인은 당연히 이라크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지금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북소리가 높아진다. 군인이 검은 비닐로 '제국의 성'을 둘러싼 후 철골 구조물 위로 올라가 붉은 색 페인트가 들어 있는 비닐 팩과 종이로 만든 미사일을 아래의 '민중'들에게 내려 던진다. 전쟁의 포화가 시작된 것이다. 핏빛의 붉은 페인트가 '민중의 흰옷에 온통 얼룩으로 번진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피'흘리며 절규하던 그들이 비닐을 찢고 탈출하려하자 총을 든 군인이 발로 차며 밀어 넣는다.

구경하는 시민들이 심각하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사회자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 퍼포먼스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반전 굿의 대미를 이런 말로 장식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형제와 나라를 잃는, 세계질서마저 파괴하는 전쟁은 없어져야 합니다. 이 전쟁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이고 한국도 이 점을 알아야 합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다 같이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합시다."

퍼포먼스를 끝낸 이수(56. 서양화가, 행위예술가)씨는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전쟁을 넘어 세계 3차대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이 땅의 야만에 대해서 경고를 하기 위해 이 행사를 열었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우린 남남지간이다"

a 반전퍼포먼스에 참가한 무세중씨.

반전퍼포먼스에 참가한 무세중씨. ⓒ 오마이뉴스 남소연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형인 무세중씨는 "동생과 나는 남남지간이다. 나는 한 인간으로 이 만행을 그냥 바라볼 수 없는 양심 때문에 이번 퍼포먼스에 출연했다"면서 "사람을 사랑하고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반전의 목소리를 시간나는 대로 계속 낼 것이다"고 말했다.


행사를 쭉 지켜본 신슬기(여, 21세)씨는 "출연자의 연기가 너무 실감나서 보는 내내 가슴이 진짜 두근두근 그렸고 눈물까지 핑 돌았다"며 "이라크 전쟁에 별 관심을 두지 못했는데 이 퍼포먼스를 보니 전쟁의 참상이 온 몸으로 와 닿는 것 같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저기 바그다드의 밤하늘을 찢어놓는 눈부신 섬광은 인간의 불꽃놀이 인가 신의 만찬인가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하는 이 추악하고 저주스러운 전쟁을 지금 당장 멈춰라....(중략) 지금 이 전쟁은 중동의 전쟁이 아니다 서울과 평양 우리 땅 우리 민중의 자유를 빼앗을 음모의 예비 전쟁이다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춰라"

행사 중 낭송된 정우일 시인의 '사막의 전쟁을 멈춰라'라는 시가 무심하게 화창한 인사동 거리에 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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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꿈을 해몽한다" 작가 김훈은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고 부끄럽게 회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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