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앞둔 임대아파트 하자보수로 마찰

주민 "금가고 물새고 곳곳 부실"… 회사 "하자보증 기간 끝나"

등록 2003.03.24 15:09수정 2003.03.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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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기간이 만료되어 분양을 앞두고 있는 광주시 일곡동 대림 1차 아파트 주민(723세대)들이 부실 하자보수를 요구하며 회사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대림1차 아파트는 20평형과 24평형 723세대로 시행사는 (주)대림산업이며 시공사는 삼호건설이다. 주민들은 97년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지난 2월 5일로 임대기간 5년이 만료되어 분양을 앞두고 있다.

a 건물 외벽에 금간 자리가 많아 페인트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건물 외벽에 금간 자리가 많아 페인트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 이국언

주민들은 "회사는 지반이 침하되고 아파트 곳곳이 누수되는 등 하자가 심각한데도 보수는 소홀히 한 채 현재상태로 분양을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단열에 문제가 있어 난방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방음상태가 안 좋다며 사생활의 불편도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 곳곳 금가고 결로현상 보여

실제로 결로와 크랙(crack-갈라진 틈) 현상은 아파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회사측이 주민들의 주장에 따라 아파트 외벽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특히 세로로 난 크랙은 안전의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데도 임시방편으로 덧칠만 하고있다며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104동 하모씨는 입주때부터 지금까지 거실 천장과 베란다 벽에 생기는 결로현상으로 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그녀는 "겨울에 모르고 옷을 놔뒀다가 곰팡이가 생겨 다 버렸다"며 "장판이 뜨고 장마철이면 내내 물동이를 받치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씨는 물기를 없애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신문지 뭉치를 갈고 있다고 했다.

a 아주머니는 곰팡이를 닦다가 이제는 지쳤다고 말한다.

아주머니는 곰팡이를 닦다가 이제는 지쳤다고 말한다. ⓒ 이국언

102동 한 입주자는 방 3곳이 모두 곰팡이가 생기고 장판이 하얗게 뜨는 현상이 발생해 아예 거실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수현상은 지하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노인정과 상가 건물바닥이 지면보다 5∼10㎝ 높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지반 침하현상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민들은 지하물탱크 시설이 누수현상을 보일 뿐더러 페인트가 벗겨지고 있다며 식수 안전성에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취재결과 지하 저수조 벽의 방수용 페인트는 장갑으로 문지르면 페인트가 묻어나오고 누수를 막기위해 바르는 발포제가 저수조 내부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또한 저수조 위로 있는 구조물에 녹이 심하게 일어 위생에도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주민들은 수차례 보수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하자보증기간이 지났다고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화자씨는 "아파트 실내가 추워 겨울 옷을 입고 산다"며 "낮에는 난방비를 아끼려고 안 틀고 사는데도 한달 난방비로 10만원이 넘게 들어가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영란씨는 "하자보수를 수차례 얘기했지만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외면하고 있다"며 "회사는 임대기간이 끝났다고 오히려 명도소송으로 위약금을 부과하겠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로 지었다면 더 조잡했을 것

이에 대해 회사측 송원용 분양사무소장은 "임대아파트는 소유가 대림산업이고 주민은 임차인일 뿐이므로 하자가 있다고 해서 요구할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하자 보증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a 지하저수조 천정에 붙어 있는 철근이 심하게 녹슬어 있다.

지하저수조 천정에 붙어 있는 철근이 심하게 녹슬어 있다. ⓒ 이국언

그는 "벽 두께를 얇게 하거나 잘못했다면 모를까 정부 규정대로 제대로 했는데 결로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사용하는 사람의 습관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건물주변의 복토가 일부 덜 돼 있는 것이지 지반 침하와는 다르다"며 지하물탱크와 관련해서는 "페인트는 공인을 받은 제품이기 때문에 수성이든 유성이든 상관이 없고 수질검사에서도 모든 항목에 적합판정을 받았다"며 주민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송 소장은 "원래 분양아파트로 지었다가 임대로 바꾼 것이어서 분양예정가격대로 하더라도 회사는 몇 백억 손해"라며 "임대아파트로 지었다면 타일도 다르고 시공도 더 조잡하여 이 보다 훨씬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업체 교체해 달라"

한편 주민들은 대림산업이 아파트 관리를 위탁해 오고 있는 (주)오성개발이 주민회의를 위한 안내방송을 방해하고 심지어는 회사가 지불해야 할 화재보험료를 입주민 관리비에서 지불하고 퇴직한 직원의 퇴직보험을 주민 돈으로 지불하는 등 부실운영을 해 왔다며 관리업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오춘규(44)씨는"왜 봉급은 주민들이 주는데 오히려 주민위에 군림하려고 드느냐"며 고압적인 관리업체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a 저수조 페인트를 장갑으로 닦자 색깔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저수조 페인트를 장갑으로 닦자 색깔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 이국언

주민대책위원장 이정오씨는 "회사는 대항력이 약한 주민들의 약점을 이용해 걸핏하면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고 한다"며 "고객을 무시한 대기업의 횡포"라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분양가격이 주변의 아파트 시세나 최근 분양을 마친 현대 아파트와 비교해 턱없이 높아 대림산업의 분양계획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일곡지구는 대림 이외에도 3500여세대의 다른 임대아파트 기간이 대부분 올해로 끝남에 따라 분양을 둘러싼 주민과의 마찰은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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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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