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부터 22일까지 경북 청도에서 2003년 국제소싸움대회가 열렸다우동윤
청도소싸움대회에 한번 가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못갔던 것이 여러 해였습니다. 올해는 꼭 가보겠다고 맹세 아닌 맹세를 하던 중, 2003년 청도국제소싸움대회가 열린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하늘의 장난인지, 개막일과 그 다음날까지 비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구경만 할 것 같으면 우산을 쓰고라도 봤겠지만, 어줍잖은 사진 실력으로 소싸움의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찍어 보겠노라는 다짐이 속절없이 내리는 비 앞에선 허물어지더군요. 값나가는 카메라를 비에 젖게 만들 순 없었으니까요.
다음 주말에 가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주 일요일이 대회의 마지막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곳을 매년 찾는다는 어느 회사 동료의 말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일주일 이상 경기를 하기 때문에 막판에 가면 소들이 힘이 빠져 경기가 재미없어져."
그 동료의 말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청도국제소싸움 공식 웹사이트의 게시판에도 방문자들의 불평이 꽤 올라와 있었습니다. 대부분 소싸움이 날이 갈수록 맥이 빠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부턴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지요. 하루라도 빨리 가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드디어, 금요일 회사에 하루 월차를 내고 청도로 갔습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폴폴 날리는 먼지 속에서 소싸움을 즐기고 왔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해 뜨끈뜨끈한 장터국밥으로 배를 채우고 경기장 곳곳을 둘러봤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하더군요. 홍보관, 프레스룸, 전시실 등등 비록 천막시설이었지만 제법 국제경기장다운 면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지방 특산물을 파는 가게, 밥집, 술집, 고기집…. 울긋불긋한 깃발과 청도소싸움 캐릭터만 아니면 닷새마다 서는 시골장을 보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