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진공동취재단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은 보다 직설적으로 기자들에게 서운함을 표현했다.
이 수석은 문 비서실장과의 기자간담회 직후 마련된 자리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 어설픈 점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자분들이 다소 감정적인 대응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과거 박지원 수석이 지금 현재 대변인만큼 브리핑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제일 중요한 뉴스 소스인 수석·보좌관 회의를 과거 대통령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했겠는가"라며 "하지만 지금 대통령은 거의 매일 하고 있고, 또 토론식 문화로 하는 바람에 (전달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수석은 "오전 10시 넘어서 끝나는 수석·보좌관 회의 후 11시에 브리핑을 하려면 준비가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 브리핑을 오후 2시에 한 차례만 하는 제안을 했다. 현재 청와대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두 차례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다.
이쯤 되자 간담회 자리는 갑자기 토론장으로 변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브리핑 내용이 적다는 것이 아니라 틀린 발언을 하는 것이다."
"오후 한 차례 브리핑을 한다면 대변인만의 브리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낮 12시 뉴스를 해야 하는 방송으로서는 브리핑을 2시로 넘기는 문제는 양해의 문제가 아니고 원칙의 문제다."
"수석이나 보좌관이 좀더 자주 내려와야 한다."
기자들의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한 방송사 기자는 "말이 나왔으니 마음을 열어놓고 이야기하면, 나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이 수석에게 이렇게 말했다.
-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시스템을 볼 때, 소위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청와대에 나온다는 기자들이 대변인이 던져주는 것만 받아먹고 살아가라는 부분에서 크게 자존심이 상해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 시스템으로 간다고 할 때, 대변인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지 않겠다는 구상으로 접근하려 한다면, 뭔가 중요한 부분과 관련된 사람, 수석이 됐건 보좌관이 됐건, 한사람 정도는 나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계속 나오고 있지 않는가."
- 뭐가 나오는가.
"그러면 뭐가 필요한지 요청을 하라."
- 홍보할 것이 있을 때는 잘 나오는 것 같은데, 문제가 있을 때는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 라종일 보좌관의 대북 접촉이 문제가 되고 있을 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또 다른 형태로 보완을 하겠다."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에서 벌어진 '즉석 대변인 토론회'
청와대 춘추관 1층 중앙기자실에서 벌어진 '즉석 대변인 토론회'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약 30분간 계속됐다.
특별한 결론은 없었다. 이 수석은 "필요하다면 좀더 만나서 보완책을 이야기를 해보자"며 "수석·보좌관들의 개별 브리핑을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 애정을 가지고 잘해보자"는 말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거의 마지막 무렵, 한 기자는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청와대 또는 정부의 앞날을 생각해서 기왕이면 좀 아는 사람을 대변인으로 세우면 이런 문제는 조금 적을 것 아닌가, 그럴 생각은 없는가"라고 묻자, 이 수석은 "내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스템이냐, 자질이냐. 청와대는 일단 시스템의 보완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자질론도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 기세다.
청와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부족한 부분은 시스템으로 보완을 하고, 그래도 채울 수 없는 자질의 문제는 개인이 노력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이런 쪽(정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하지만 지금 굉장히 노력하고 있고 또한 본인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경희 대변인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한편 논쟁의 당사자인 송경희 대변인은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직전에 있었던 문희상 비서실장과의 기자간담회 때는 배석했다. 송 대변인은 문 실장의 자신에 대한 질책성 발언을 모두 묵묵히 들었다.
송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개인이 미디어 앞에서 이렇게 무력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억울해했다. 그는 경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며 "(경고 받았다고 쓰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써라, 그러면 언젠가 경고 받겠지"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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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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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과 송경희 대변인의 차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변인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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