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과 송경희 대변인의 차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변인 논쟁'

24일 춘추관 중앙기자실... 문희상 실장의 '참여정부 대변인론'

등록 2003.03.24 22:45수정 2003.03.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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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가 대변인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워치콘 발언 해프닝'으로 송경희 대변인의 자질론 시비가 강하게 일며 한때 경질설까지 떠돌았으나, 다시 분위기는 '시스템 보완론'으로 흐르고 있다.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는 대변인 문제로 즉석 토론회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송 대변인이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문 비서실장은 "아마 상당한 선의 경고는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기본 인식은 대변인의 실수도 문제지만 언론도 변화된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문 비서실장은 청와대의 변화된 언론환경과 대변인 상에 대해 지난 정권의 '박지원 대변인'과 비교하며 설명했다.

"대변인은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우리의 기존관념이 있다. 모든 정당의 대변인들이 그런 역할을 해왔고, 지난 정권에 박지원 대변인이라는, 소위 전체를 다 알 수 있는 입장의 사람이 대변인을 하던 시절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변인의) 개념은 다르다. 국정방향의 컨셉을 정하는 기능과 컨트롤하는 기능을 분리했다. 거기에 릴리스(전달) 기능을 지금 대변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세 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한 사람이 가지면, 그 분이 다 이야기할 수 있고, 그분만 여러분들이 취재하면 다 끝나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여러분이 좀 깨달아주기를 바란다.

그분(송경희 대변인)은 만들어놓은 컨셉을 파는 세일즈의 역할이다. 기획, 연출 모든 분야를 따져서 방향이 잡힌 것을 그대로 가져가서 이야기해주는, 그래서 가치 중립적인 전달자의 대변인상으로 우리는 기본 원칙을 삼고, 그에 맞는 사람을 골랐고, 그분이 지금 그것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워치콘 해프닝은) 여러분의 기대가 너무 크고, 그분이 하려고 무지 애를 쓰다가 난 사고라고 생각한다. 덮어놓고 잘못했으니까 경질,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사실 기본적으로 욕은 그렇게 제도를 만든 우리가 먹어야 한다. 대변인 문제에 관한 한 우리 모두가 그런 원죄가 있다."


"청와대의 대변인상은 가치 중립적인 전달자"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은 보다 직설적으로 기자들에게 서운함을 표현했다.

이 수석은 문 비서실장과의 기자간담회 직후 마련된 자리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 어설픈 점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자분들이 다소 감정적인 대응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과거 박지원 수석이 지금 현재 대변인만큼 브리핑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제일 중요한 뉴스 소스인 수석·보좌관 회의를 과거 대통령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했겠는가"라며 "하지만 지금 대통령은 거의 매일 하고 있고, 또 토론식 문화로 하는 바람에 (전달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수석은 "오전 10시 넘어서 끝나는 수석·보좌관 회의 후 11시에 브리핑을 하려면 준비가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 브리핑을 오후 2시에 한 차례만 하는 제안을 했다. 현재 청와대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두 차례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다.

이쯤 되자 간담회 자리는 갑자기 토론장으로 변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브리핑 내용이 적다는 것이 아니라 틀린 발언을 하는 것이다."
"오후 한 차례 브리핑을 한다면 대변인만의 브리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낮 12시 뉴스를 해야 하는 방송으로서는 브리핑을 2시로 넘기는 문제는 양해의 문제가 아니고 원칙의 문제다."
"수석이나 보좌관이 좀더 자주 내려와야 한다."

기자들의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한 방송사 기자는 "말이 나왔으니 마음을 열어놓고 이야기하면, 나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이 수석에게 이렇게 말했다.

-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시스템을 볼 때, 소위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청와대에 나온다는 기자들이 대변인이 던져주는 것만 받아먹고 살아가라는 부분에서 크게 자존심이 상해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 시스템으로 간다고 할 때, 대변인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지 않겠다는 구상으로 접근하려 한다면, 뭔가 중요한 부분과 관련된 사람, 수석이 됐건 보좌관이 됐건, 한사람 정도는 나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계속 나오고 있지 않는가."

- 뭐가 나오는가.
"그러면 뭐가 필요한지 요청을 하라."

- 홍보할 것이 있을 때는 잘 나오는 것 같은데, 문제가 있을 때는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 라종일 보좌관의 대북 접촉이 문제가 되고 있을 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또 다른 형태로 보완을 하겠다."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에서 벌어진 '즉석 대변인 토론회'

청와대 춘추관 1층 중앙기자실에서 벌어진 '즉석 대변인 토론회'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약 30분간 계속됐다.

특별한 결론은 없었다. 이 수석은 "필요하다면 좀더 만나서 보완책을 이야기를 해보자"며 "수석·보좌관들의 개별 브리핑을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 애정을 가지고 잘해보자"는 말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거의 마지막 무렵, 한 기자는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청와대 또는 정부의 앞날을 생각해서 기왕이면 좀 아는 사람을 대변인으로 세우면 이런 문제는 조금 적을 것 아닌가, 그럴 생각은 없는가"라고 묻자, 이 수석은 "내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스템이냐, 자질이냐. 청와대는 일단 시스템의 보완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자질론도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 기세다.

청와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부족한 부분은 시스템으로 보완을 하고, 그래도 채울 수 없는 자질의 문제는 개인이 노력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이런 쪽(정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하지만 지금 굉장히 노력하고 있고 또한 본인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경희 대변인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한편 논쟁의 당사자인 송경희 대변인은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직전에 있었던 문희상 비서실장과의 기자간담회 때는 배석했다. 송 대변인은 문 실장의 자신에 대한 질책성 발언을 모두 묵묵히 들었다.

송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개인이 미디어 앞에서 이렇게 무력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억울해했다. 그는 경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며 "(경고 받았다고 쓰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써라, 그러면 언젠가 경고 받겠지"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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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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