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 없는 강은 건너지 말라!

<파병반대시> 이라크전쟁 한국군 파병을 반대하며

등록 2003.03.25 14:33수정 2003.03.2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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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
쾅!
꽃이 진다
꽝꽝!
꽃이 진다
쾅쾅쾅!

무술과
바스라
나시리야 시민들의 안방에
티그리트와 바그다드 시민들의 침대 위에
진흙으로 빚은 수메르문자와 함무라비법전 위에
알라신(神)의 성전 평화의 도시 그들의 바벨탑에

아메리카의 폭탄이 떨어진다
꽃으로 피어나고자 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몸짓 속에
이제 갓 어미의 젖꼭지를 물기 시작한 도하 슈헤일,
와헤드 하산, 이맘 알리, 나지아 후세인 압바스 라고
이름을 부르는 아이들의 눈동자 속으로
아메리카의 폭탄이 떨어진다

쾅!
쾅쾅!
쾅쾅쾅!

아흐, 그러하거늘
한국의 위대한 선량 국회의원 여러분!
법과 원칙을 누누이 강조하시던 대통령 각하!

어찌하여 그대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려 하는가
정녕 어찌하려고 그대들은 우리의 젊은이들마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가게 하려고 덤비는가

아직은 잠들 수 없는
아니 잠들어서는 아니 될
세계의 양심들이
'미, 이라크 공격'을 학살전쟁이라고
더러운 전쟁이라고 피를 토하듯 외치는데

우리의 젊은이들마저 그 강을 건너게
하려고 그렇듯 도박을 걸고 있다는 말인가

아파치 헬기와
60톤의 수 천대 탱크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과
수 백대의 스텔스 전폭기가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는
찬란했던 바빌로니아 왕국―

(아마 지금쯤 이라크의 수많은 임산부들은 폭발음을
견디지 못해 벌써 뱃속의 아이들을 유산했을지 모른다)

오, 한국의
위대한 선량 국회의원 여러분!
법과 원칙을 누누이 강조하시던 대통령 각하!

오늘 가슴을 치며 말하노니
(1969년 12월 15일, 베트남의 북부 고노이 정글에서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충청도 두메산골 친구는 뼈도 찾을 수 없이 멀리 사라졌다...)
(베트남전쟁 참전은 상대가 북부베트남 하나였지만
이라크전쟁 참전은 상대가 아랍권 전역일 수도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돌아올 수 없는 강은 건너게 하지 말라!

행여 이라크 어머니들의 가슴에
대못일랑 박지 말라 아버지를 잃은
상처와 굶주림뿐인 이라크 어린이들의 두 눈에서
한국의 젊은이를 증오의 화신으로 비치게 하지는 말라!
그리하여 다시 외치느니 돌아올 수 없는 강은 건너게 하지 말라!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그곳은 알라신(神)만이 건너는 강이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그곳은 알라신(神)만이 넘나드는 강이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그곳은 그 누구도 침략, 침공, 폭격할 수 없는
알라신(神)의 팰리컨 새(鳥)들이 하얀 알을 품고 노래하는 평화의 땅이다.


2003년 3월 25일 오후 5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이라크 파병반대' 행사를 마련한 민족문학작가회의 선후배 동료 여러분께 삼가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안부 전합니다.
첨부파일 김준태 얼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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