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중에 기도하는 신성국 신부류종수
26일 낮 정오 무렵, 떠나고 배웅 나온 사람들로 부산한 인천국제공항의 출국장.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성당도 아닌 공항 대합실에서 미사를 준비하고 있다.
신부가 서서 미사를 접전할 간이 탁자 위에는 십자가, 촛불과 함께 부시 미국 대통령의 험악한 사진이 함께 놓여있어 보통의 미사자리가 아님을 짐작케 했다.
참석한 사람들도 하나 같이 '전쟁반대, 파병반대'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지만 한 신부만은 굳게 다문 입이 비장해 보인다. 바로 26일 요르단 암만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신성국(안중근학교 교장, 43) 신부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의 신부들과 수녀, 신자들도 미사를 함께 하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신 신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 중 몇몇은 떠나는 신 신부에게 한 상자의 의약품을 건넸다.
이들의 후원과 걱정을 안고 요르단 암만에 있는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에 합류할 신 신부의 이번 '순례'는 전적으로 신 신부 개인이 결정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떠나는 그의 표정이 더 결연해 보인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신 신부를 보내기 위한 '반전평화 미사'의 시작 성가는 여느 미사와는 달리 가수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였다.
안중근 의사의 순국과 베트남 전쟁이 평화를 증거한다
"오늘(26일)은 안중근 의사의 순국 93주기입니다. 당신이 순국하신 바로 오늘 안중근 의사가 저를 이라크로 보내는 것 같습니다. 안 의사는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정의를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라고 했습니다.
위기에 빠진 인류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받치라는 이 말씀에 따라 저는 오늘 이라크로 떠납니다. 평화의 순례자로 떠납니다. 그 순례 길에 순교자가 되어야한다면 저를 평화 앞에 봉헌하려 합니다. 이라크 형제들에게 여러분의 마음도 함께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