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문 양허안 제출에 반발 확산

전국 10여개 대학 동맹휴업 돌입...부산 등서 대규모 상경투쟁

등록 2003.03.28 07:39수정 2003.03.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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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부의 교육부문 양허안 제출 결정 사실이 알려진 27일 오후 청와대 앞에선 교사와 대학생 등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규탄집회가 열렸다

정부의 교육부문 양허안 제출 결정 사실이 알려진 27일 오후 청와대 앞에선 교사와 대학생 등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규탄집회가 열렸다 ⓒ 석희열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 따라 교육, 문화 등 12개 서비스 분야의 시장개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1차 양허안(개방계획서) 제출 마감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육시장 개방을 둘러싸고 정부와 교육·시민단체들간의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는 27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서비스시장 개방계획에 교육부문을 포함시키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달 31일까지 WTO 사무국에 양허안을 제출한다는 최종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21일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그동안 진행된 분야별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처와 일련의 실무협의와 실무조정회의 결과를 중심으로 양허안 내용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교육부의 반대로 유보된 뒤 6일만에 나온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DDA 협상에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외국인의 직접투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서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적극 임한다는 기본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 개방에 따른 사회적, 문화적 충격을 감안하여 교육, 시청각, 법률 등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에서는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우리 현실에 맞게 개방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완충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통신, 해운 등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서는 해외진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방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에 대해서는 개방에 대비한 국내대책과 함께 개방의 속도를 늦추거나 점진적인 개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 공투본 대표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이동하려 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공투본 대표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이동하려 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 석희열

교육부 국제교육협력과 관계자는 "교육시장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개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내년 말까지 계속될 WTO 회원국간 협상결과에 따라 개방범위가 최종 확정될 것"이라며 "협상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이 최대한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교육부문 양허안 제출 결정에 대해 교육학생연대 등 20여개 교육·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WTO 교육개방저지 공동투쟁본부'는 27일 오후 긴급기자회견과 규탄집회를 통해 "교육주권을 팔아먹는 21세기판 을사보호조약"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공투본은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앞서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앞에서 'WTO 교육개방 3월 양허안 제출 결사저지와 대통령 결단 촉구를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시장 개방에 대한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을 노무현 정부에 요구했다.


a 이날 경찰이 기자회견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학생 10여명을 갑자기 건물 벽쪽으로 밀어붙여 주변을 에워싼 채 포위망을 풀어주지 않는 바람에 학생들은 30여분간 갇혀 있어야 했다

이날 경찰이 기자회견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학생 10여명을 갑자기 건물 벽쪽으로 밀어붙여 주변을 에워싼 채 포위망을 풀어주지 않는 바람에 학생들은 30여분간 갇혀 있어야 했다 ⓒ 석희열

공투본은 기자회견문에서 "교육개방에 대한 들끓고 있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재경부와 외통부는 '국가신인도'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방침을 강행하려 한다"며 "심지어 주무부처의 의견까지 깔아뭉개려는 비이성적인 작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공투본은 "국가신인도를 운운할 만큼 교육개방계획서 제출이 중요한 문제라면 정부는 왜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내용을 알리는 작업을 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고 "교육개방은 결국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교육주권을 팔아먹는 일인데 그것이 어떻게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답하라"고 따져 물었다.

또 공투본은 "재경부와 외교통상부 장관은 음모적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을 중단하고 교육에서 손을 떼라"고 촉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교육개방에 대해 분명하게 불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만약 양허안 제출 입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국민의 이름으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이날 오후 4시10분경 김수정 집행위원장, 주향미 교육학생연대 공동대표, 이재웅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 공투본 대표 3명은 '교육개방 반대 학부모 1700인 선언' 등 각 사회단체 대표들의 항의서한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실에 전달했다.

a 전교조 소속 교사 30여명이 청와대 앞으로 집결하려다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경찰이 출구를 막아버려 출구 계단에서 약식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전교조 소속 교사 30여명이 청와대 앞으로 집결하려다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경찰이 출구를 막아버려 출구 계단에서 약식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석희열

한편 정부의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 결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오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 저지 및 WTO 교육개방 반대 전국교사대회'에 참가한 전교조 소속 교사 300여명이 청와대 앞으로 집결하면서 공투본은 즉석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국민의 70% 이상이 교육개방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사정이 이러한데도 노무현 정부가 교육개방 쪽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이라며 "참여정부라고 해서 믿었던 노무현 정부가 국민의 뒤통수를 쳤다"고 비난했다.

규탄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경찰병력이 주변을 겹겹이 에워싸며 집회대오를 압박해 들어오자 집회 참가자들은 규탄발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도 어느새 자신과 정권을 경찰력으로 방어하지 않으면 안되는 대통령이 되버렸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또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하더니 이제 보니 자본과 권력이 노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인 것 같다"며 미국 중심의 초국적 교육자본과 일부 통상부처 관리들의 논리에 따라 결정된 양허안 제출 방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정부의 교육개방 방침에 맞서 28일 오후 2시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1만여명이 참가하는 전국대학생 총궐기 대회가 교육학생연대 주최로 열린다. 29일 오후에는 전국민중대회가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는 등 대규모 규탄대회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전교조도 소속 교사들이 31일까지 매일 조퇴 및 연가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교육개방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7일 교육학생연대에 따르면 공주교대 등 전국 10여개 대학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진행된 총투표를 통해 28일 하룻동안 동맹휴업에 들어가기로 확정했다. 부산과 대구, 광주, 공주 등지의 대학생들은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부터 각 대학에서 실시된 '교육개방 철회와 교육재정 7% 확충을 위한 전국대학인 총투표' 결과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육개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90%에 육박했다. 27일 <유뉴스> 보도에 따르면 공주교대의 경우 94.5%가 교육개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고려대의 경우 총 4356명의 학생들이 투표에 참가해 이중 347명만이 교육개방에 찬성한 반면 3795명이 교육개방에 반대했다. 또 청주교대 86.3%, 진주교대 80%, 광주교대 75.1%가 교육개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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