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50

등록 2003.03.28 17:56수정 2003.03.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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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작된 미늘갑옷과 마갑을 시험하기 위해 묵거는 주몽 이하 뭇 신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골을 불러 이를 장비하게 했다. 미늘갑옷을 입은 무골은 철컥이는 소리와 함께 종자의 도움을 받으며 말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선 긴 창을 들고 그 위용을 뽐내었다.

"저런 장비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오. 그런데 저 모양으로 어떻게 싸울 수 있다는 얘기요?"


"물론 중장기병만 아무리 강하다 하나 단독으로 싸울 수는 없습니다. 군이란 부리는 사람에 따라 강함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묵거는 흰 천을 들고 와 먹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중장기병의 운용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러나 몇몇 이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재사마저도 반신반의하며 이런 질문을 할 정도였다.

"말을 타고 빠르게 달리며 활을 날려 적진을 허무는 것이 우리 기병전술의 요체인데 어찌 이런 전술을 받아들인 단 말이오?"

"그 또한 중요하오나 양 군사가 진을 치고 정면으로 부딪힐 경우를 대비해야 합니다. 이 경우 희생을 최소화해야하며 완전한 승리를 거두어야 뒤탈이 없는 법인데 그러한 전술은 승리를 얻기에는 부족한 것입니다."

전술에 대한 논란은 자리를 옮겨 밤늦게 까지 계속되었고 결국은 묵거의 말을 받아들여 고구려에서는 미늘갑옷과 마갑을 계속 제작하기로 결정을 보게 되었다.


한편 흑수말갈에게로 간 장막은 적지 않은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약조를 한 뒤 일 천명의 사나운 말갈기병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진속은 애써 천자의 서찰을 위조해가며 자신이 꾸민 일에 부여가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으나 이 또한 적지 않은 성과라고 여기며 고구려 원정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 나갔다.

우선은 자신이 군대를 움직이기 전에 요동태수 채진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서는 적당한 시일을 택해야 하는데 장막이 끌고 온 말갈기병 일천 명을 조용히 두려면 날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진속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때마침 흉노의 침입을 당해 두려움에 떨고있던 한나라 조정은 맞서 싸울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각종 공물을 바쳐가며 그들을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로 인해 변경의 태수들은 병사들을 다독여 사기를 키우기보다는 거의 맥이 풀려 있었으나 채진만은 자신이 맡은 일에 소홀함이 없었다.


"어찌하면 그 자의 눈을 속이고 군사들을 고구려로 진격시킬 수 있단 말인가?"

진속은 장막을 붙잡고 하소연을 했지만 장막이라고 별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이런 진속에게 기회가 온 것은 다름 아닌 고구려로 인한 것이었다.

군사를 조련하고 힘을 키우던 주몽에게 재사와 묵거가 작심을 하고 찾아온 것은 한밤중의 일이었다.

"폐하, 고구려가 그 강성함을 떨칠 기회가 왔습니다."

"밤늦게 찾아와 무슨 말씀들이시오?"

"저희가 들은 소식으로는 한나라의 현도군과 임둔군은 그 이름만 있을 뿐 지키는 자들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 땅을 취하시고......"

재사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묵거가 대신 나섰다.

"고구려의 천자를 칭하십시오. 조선이 망한 이후 뿔뿔이 흩어진 맥족이 하나로 뭉칠 기회입니다."

주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바는 아니나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요동태수 채진은 그리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 들었소."

묵거가 이 또한 생각했다는 듯 지체 없이 말했다.

"전에 우리가 받아준 말갈족의 통이안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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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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