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산성에 있는 팽나무 - 팽총 총알로 쓰여서 붙여진 이름. 날아갈 때 "팽~"소리를 낸다는 팽총은 아직 보지 못했다강곤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 사비성. 1600여년 전 나당연합군에게 멸망한 제국의 수도. 화려했던 전성기의 유물보다 전란의 상흔을 더 많이 간직한 부여로 가는 길 내내 라디오에서는 이라크 전황이 흘러나왔고 나는 차마 라디오를 끄지 못했다.
민간투자로 만들어졌다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예상보다 30여분 일찍 도착한 부여에서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이 부소산성인 것도 그런 때문인지 모른다. 해발 106m밖에 안 되는 얕은 언덕에 지어진 이 산성은 북쪽으로 백마강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부여가 한 눈에 보인다.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백제 유적을 볼 수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풍경 좋은 오솔길로 변해버린 성벽이다. 세월은 성을 길로 바꾸었다고 해야 하나.
산성을 따라 올라가면 백제 멸망의 애수를 담고 있는 낙화암을 만날 수 있다. 의자왕의 향락과 사치를 강조하기 위해 '삼천궁녀'로 각색되었다는 설이 꽤 설득력을 얻고 있는 낙화암을 보면 새삼 전쟁의 참화 가운데 진실을 찾아가기 힘든 것이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