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인, 기성언론 전쟁보도 비판 나서

"조중동은 이라크전의 진실에 귀 기울여라"

등록 2003.04.03 00:30수정 2003.04.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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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자회견을 연 대학언론인

기자회견을 연 대학언론인 ⓒ 류종수

"3월 20일 우리 대학언론인은 21세기의 가장 비이성적인 미국의 이라크 침공 소식을 접하고 비탄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양심'이자 '거울'이어야 할 언론이 오히려 반전평화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언론으로서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대학언론인들은 다시금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조·중·동(조선, 동아. 중앙일보)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들은 미국 중심의 보도에서 벗어나 이라크 전쟁의 진실과 반전평화 여론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4월 2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는 젊은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국대학신문사기자연합과 전국대학신문사기자연석회의 등 6개 대학언론 단체는 이날 '조·중·동 이라크전 보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기성언론은 이라크전의 진실과 반전평화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대학언론인들의 예리한 '미디어 비평'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 대학신문과 영자신문의 편집장(부산대, 성균관대, 인천교대 등 11명)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되기 하루전인 3월 19일부터 기성 신문의 기사들을 자체 모니터한 결과를 실은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조·중·동은 게임 매뉴얼을 방불케 하는 첨단살상무기 소개에 지면을 대폭 할애하면서도 국내의 반전평화 여론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보도로 일관했다"면서 그 일례로 조선일보의 '미 이라크 공격; 미국의 첨단무기(3월 21일자)'와 '민간시설 오폭 줄인 신개념 전쟁(3월 24일자)' 기사를 제시했다.

이들은 또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으로 전쟁터에 나가야 할까(동아일보 20일자)', '월가 등 '속전속결' 기대 부풀어(중앙일보 19일자) 등의 기사가 "이라크전이 세계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윤리적 고려 없이 전쟁이 마치 호재인양 보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파병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들 대학언론인들은 중앙일보가 3월 21일자 '국익 위해 파병 결정 잘했다' 사설을 통해 "추악한 전쟁의 공범임을 자처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은 앞으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쟁반대평화실현'이라는 주제의 공동광고를 전국적으로 대학신문에 지속적으로 게재해 나가는 동시에 조·중·동을 비롯한 신문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를 통해 매주 '최악의 기사'를 선정·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인 릴레이 시위, 조·중·동은 이라크전의 진실을 보도하라


a 김지연 인천교대 신문사 편집국장

김지연 인천교대 신문사 편집국장 ⓒ 류종수

a 임일환 강릉대 영자신문사 편집국장

임일환 강릉대 영자신문사 편집국장 ⓒ 류종수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들은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로 조를 짜서 조선, 동아, 중앙일보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가졌다.

동아일보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인천교대신문사 편집장인 김지연(여, 22세)씨는 "어렸을 땐 신문은 항상 진실만을 보도하고 신문을 통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줄 알았는데 실재론 사실마저도 왜곡하고 자기 입맛대로 보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지금 같은 전쟁시국에 이들 보수 신문은 가장 보편적인 가치인 생명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 전쟁을 마치 게임을 보는 것처럼 피상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사 앞에는 저 멀리 강릉에서 온 한 남학생이 약간은 긴장한 표정으로 1인 시위에 동참했다.

강릉대 영자신문사 편집장인 임일환(남, 22세)씨는 "지나다니면서 그냥 흘려보기만 했던 1인 시위를 막상 내가 하고 보니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서도 "많은 신문들은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기보다는 오히려 한국군이 이 전쟁에 동참해야 한다고 부추기거나, 미국이 어떻게 빨리 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인 지 등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당찬 비판의 발언을 내 놓았다.

임일환씨의 1인 시위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난 이 전쟁을 중립적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는데 도대체 여기에(피켓) 적힌 '진실'이란 뭔 뜻하느냐?"며 임씨에게 질문을 했다. 그리곤 그는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임일환씨는 마음이 안타깝다는 듯 혼자말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생명을 앞에 두고 우리가 과연 중립을 이야기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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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꿈을 해몽한다" 작가 김훈은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고 부끄럽게 회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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