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제언 (1)

등록 2003.04.04 14:24수정 2003.04.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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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위논문 대필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학위논문을 대필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것이 대학원의 질적 저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대학원의 질적 저하는 대졸 실업자들이 느는 것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대졸 실업자들 가운데는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인 탈출구로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학문 연구를 위해서 진학을 한 것이 아니기에 대학원은 도피처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대학원의 학력 수준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대학원 질적 저하의 원인

대학원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 데는 학생들 개개인뿐 아니라 대학당국의 잘못도 아주 크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무분별한 대학원 증원과 현행 대학원 입학전형 방법의 문제점에서 기인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학원 중심대학의 교육정책에 힘입어 대학원 정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대학원대학이라는 학부과정 없는 대학원을 설립하여 석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고, 기존 대학의 경우 총 정원제를 실시하여 학부정원과 대학원 정원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들 제도는 대학원의 정원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고, 그동안 침체되어있던 대학원 입학 대기생들에게 진학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 상황에서 대학간의 대학원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고,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보다 손쉬운 입시전형 방법을 택하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석사학위 과정을 수요자들에게 효과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전형방법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교육시장의 덤핑제도화 실태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전형과정에서 영어 시험뿐만 아니라 필기시험 자체를 폐지하고 무시험으로 서류전형 및 면접으로 대신하는 것이었다. 이를 처음 도입한 학교의 경우 당연히 지원자들이 몰려들었으며, 그렇지 않은 학교에서는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대학원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 역시 지원자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무시험 전형을 도입하게 되었고, 이는 다른 대학들로 급속하게 번져 갔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 ‘교육시장의 덤핑제도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덤핑 제품이 그러하듯이 대학원 입시전형이 손쉬워지고, 누구나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원의 질적 수준은 당연히 떨어졌다. 그 결과 석사과정 입학은 원서만 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게 되었으며, 박사과정 또한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원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입시전형부터 바꾸어야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원 석사과정 입학 자체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석사과정 입학정원은 적고 지원자는 많았기 때문에 전공필수과목과 영어뿐만 아니라, 제2외국어 지필고사까지 동원해서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

재수나 삼수를 하는 학생들이 비일비재했으며, 심지어 학원가에서는 별도의 대학원 진학반을 편성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다보니 석사학위만 취득하면 웬만한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석사학위는 아무나 취득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과정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것은 대학원의 질적 저하에서 기인한다. 대학원의 수준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유능하다는 표식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석사학위가 예전의 대학졸업장이나 별반 다를 바 없이 취급되는 학력 인플레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대학원의 질적 향상은 학교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원 입학전형 방법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학생들을 선발하는 대신,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입학전형 방법을 마련하여 수준 높은 교육을 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원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원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한 이런 최소한의 노력이 없다면 학생이나 대학 모두 경쟁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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