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소배경씨 교생실습 성사되나

거창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7일 첫 수업

등록 2003.04.05 04:31수정 2003.04.0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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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소배경씨 공개교육실습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경남대학교 학우들

소배경씨 공개교육실습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경남대학교 학우들

한총련 수배자 소배경씨(27·경남대 정치언론학부4)가 4일 오후 2시 30분 경남대 10.18광장에서 공개교육실습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실습 장소인 거창고등학교로 이동, 예비교사로서의 첫 발을 디뎠다.

경남대학교 정치수배해제 모임 등 학교 선·후배 그리고 언론사 기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씨는 "어떠한 난관이 닥쳐오더라도 양심과 소신을 버리지 않고 공개교육실습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 뒤편에는 소배경씨의 공개교육실습을 지지하는 2000천 학생들의 서명과 소배경씨와 같은 시기에 타 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가는 경남대학교 예비교사들의 지지성명서가 대자보 형식으로 함께 붙여져 있었고, 길 건너편에는 교육실습 장소인 거창고등학교로 소배경씨와 학생들을 태우고 갈 전세버스가 주차해 있었다.

30여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 이어 기자들과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총련에 대해 정부차원의 해빙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굳이 검거위험을 무릅쓰고 교생실습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소배경씨는 "지난 7년 간을 되돌아보아도 그렇지만, 한총련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면서 "국민적 합의점이 도출되어야만 한총련이 합법화 될 수 있는데, 합의점을 모색하는 한 방법으로 교생실습을 나가게 되었다"고 답했다.

a 경남대학교 정치수배해제모임 좌측에서 세번째 소배경씨

경남대학교 정치수배해제모임 좌측에서 세번째 소배경씨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반응은 어떤가 라고 묻자, "걱정하는 마음이야 당연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들의 소신과 신념을 함께 공유하고 계신다"며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생실습을 성공리에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마치자 소배경씨와 소씨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동행하기로 한 학생 40여명이 버스와 승용차 2대에 각각 나눠 탔고 기자도 함께 거창고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애초, 기자회견만 취재하고 돌아올 계획이었으나, 몇 가지 취재하지 못한 것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소배경씨를 거창고까지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함께 동행한 학생들은 예상과는 달리 소위 운동권 학생들이 아니었다. 소씨와 절친한 과 선·후배들도 있었고, "그냥 가고싶어서"라고 수줍게 말하는 03학번 새내기 여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다 "소배경씨가 교생실습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게되었다"고 말했다.


거창까지는 2시간이 소요되었다. 거창으로 가는 차안에서 소배경씨에게 공개교육실습 의사를 밝히고 나서 전교조 등 교육단체에서는 지지입장이 나오고 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과연 교직이수를 제대로 했을까, 교생실습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소배경씨는 "현재 3.8정도의 평점을 받았다"면서 "학생회 활동 때문에 수업을 빠진 날도 있었지만, 수업을 빠지게 되면 대신 리포터를 제출해야 했고, 이로 인해 행사를 마치고 밤을 새운 일도 종종 있었다"고 밝히면서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은 다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기 마산 남산중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갈 예정인 정치언론학부 00학번 고계정씨는 "선배(소배경씨)와 나의 생각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다. 교사의 꿈을 가지게 된 것도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방법에 있어서도, 방향과 도착점이 모두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술마시면서 선배가 이 학교(거창고) 학생들이 자신보다 더 뛰어 날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더라, 동감한다. 그런 자세라면 잘해 내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5시 30분 거창읍에 도착하고 10여분쯤 더가자 우측으로 거창고등학교 건물이 보였다. 소배경씨는 우측에 있는 건물이 자신이 고등학교 3년 동안 지낸 기숙사라고 설명했다. 4월7일부터 5월 3일까지 교생실습 한달여 동안 소배경씨는 이 기숙사에서 지내게 된다.

a 교생실습기간동안 소배경씨가 묵게 될 거창고등학교 기숙사

교생실습기간동안 소배경씨가 묵게 될 거창고등학교 기숙사

"잘왔다"면서 도재일 교장과 선생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시종일관 긴장한 듯 굳어 있던 소배경씨와 학생들도 그제서야 맘이 좀 놓이는 듯 표정들이 밝아졌다. 도재일 교장은 "일단은 배경이가 무사히 교생 실습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학교측에서도 배경이가 무사히 교생실습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소배경씨는 학교 교문까지 함께 동행해 준 학생들을 배웅했다. 소배경씨는 "경남대에서 교생실습을 왔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면서 "여기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잘하고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소배경씨는 거창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다 7일 예비교사로 사실상 첫 수업을 하게된다. 그가 중학교 시절부터 키워왔던 "교사의 꿈"이 모교인 거창고등학교에서 첫 결실을 맺을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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