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아무도 안 태워줄까

[까탈이의 세계여행-성도 ③] 나는야, 히치하이킹 도사!

등록 2003.04.09 20:49수정 2003.04.0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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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롱하이(잠자는 용 호수)에서 풀을 뜯는 소와 말떼들
워롱하이(잠자는 용 호수)에서 풀을 뜯는 소와 말떼들김남희
다시 아침이다. 날씨는 눈부시다. 파란 하늘이 나오고 햇살이 빛난다. 오늘은 원시림까지 17km를 걸을 예정이다. 오늘 구체구를 나갈 찬영이, 인근이는 버스를 얻어타고 가겠다고 해서 헤어져 혼자 걷는다.

참 이상하다. 이제 나는 사람에게 위안 받는 일보다는 자연에 위무 받는 것이 훨씬 크다. 다 같은 상처투성이인 사람들끼리의 위로보다는 저 거대하고 말없는 자연이 주는 위안이 더 크고 깊다. 말없이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고나 할까.


거울호수를 지나 거랑나머의 오빠가 이 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 오화호에 도착한다. 오늘은 제법 단체 관광객들이 보인다. 그들이 타고 온 버스가 두 세대씩 나란히 서 있다. 잠시 시끌벅적해도 그들은 기념사진만을 찍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5분이면 다시 고요해진다.

오화호를 지나 폭포를 구경하고 나오니 지나가던 버스가 서서 타라고 한다. 오늘처럼 날 좋은 날에 버스를 타고 가기에는 너무 아까워 거절했더니 자꾸 타라고 하신다. 난 버스표도 없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막무가내로 타라고 한다. 더 이상 거절하는 것도 뭣하고 내려오는 길에 걸어서 오면 되겠지 싶어 올라탄다.

즈차와 마을에서 혼자 놀고 있는 한족 소년. / 슈정짜이 마을. 물 길러 가는 어린 형제. 나이에 맞게 물병의 크기가 다르다.
즈차와 마을에서 혼자 놀고 있는 한족 소년. / 슈정짜이 마을. 물 길러 가는 어린 형제. 나이에 맞게 물병의 크기가 다르다.김남희
어제부터 우리를 봤다며 나머지 두 명과는 헤어졌냐고 묻는다. 대부분 이곳에 거주하는 장족들로 이제 출근하는 길이라고 한다. 갑자기 한 아저씨가 나를 부르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하신다. 버스표 검사 안 하니까 버스 보면 무조건 타라고 한다. 그러다 표 보자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혹시 물으면 버렸다고 하면 된다고 가르쳐준다. 너무 재밌다.

아저씨들이 원시림까지는 겨울철에는 통제를 해서 못 가고 여기까지가 갈 수 있는 끝이라며 진주호수앞에 내려주신다. 내리니 찬영이와 인근이가 서 있다. 여기까지 걸어서 왔다고 한다. 여기까지 밖에 버스가 안 다닌다고 알려주고 내려가는 길에 폭포와 호수를 꼭 보라고 일러주고 헤어진다.

그래도 길이 있기에 나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겠다고 걷는다. 해발고도는 이미 2600미터를 넘어섰다. 조금 더 올라가니 길이 막혀 있고 건물이 하나 나온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아까 일하러 가는 길이라던 아저씨들이 카드놀이를 하거나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슈앙롱하이(두 마리 용 호수)의 풍경 / 죽마 타고 노는 소년. 슈정짜이 마을
슈앙롱하이(두 마리 용 호수)의 풍경 / 죽마 타고 노는 소년. 슈정짜이 마을김남희
여기서 더는 못 가고, 지도에 나온 판다관도 겨울이라 문을 닫았다고 한다. 여기 식당은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아저씨들께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나를 붙잡으신다. 라면을 끓여줄 테니 먹고 가겠느냐며. 돈은 안 받을 테니 걱정 말라고 미리 덧붙이신다.

공짜를 마다할 내가 아니지. 아저씨들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자그마한 부엌으로 쓰이는 방이다. 전기곤로에 물을 끓이는 동안 아저씨들은 과자와 오렌지 사탕. 땅콩 등을 내놓으신다. 아저씨들이 끓여준 라면을 맛있게 먹고 농담을 건다.


"아까 일하러 가는 길이라고 해놓고 왜 여기서 놀고 계세요?"

겸연쩍게 웃으시더니 겨울이라 일이 별로 없다고 하신다. 팔에 두른 완장을 가리키며 산불 감시를 하는 일인데 겨울이라 관광객도 없고 해서 한가하다고 하신다. 나도 이렇게 한가한 일을 갖고 싶은데 월급은 많이 주느냐고 물었더니 서로들 마주보고 웃더니 "많이 주지. 아주 많이." 하신다. 많이 못 받는다는 뜻이리라.

슈정짜이 마을의 물방앗간. 물방앗간이 본래의 목적 말고 다른 용도로 이용되기는 이곳도 마찬가지인지 안내판에 이곳에서 일어난 많은 이야기들과 사건들이 전해 내려온다고 적혀있다.
슈정짜이 마을의 물방앗간. 물방앗간이 본래의 목적 말고 다른 용도로 이용되기는 이곳도 마찬가지인지 안내판에 이곳에서 일어난 많은 이야기들과 사건들이 전해 내려온다고 적혀있다.김남희
아저씨들께 구체구가 유명해진지 이제 20년이 지났는데 변화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만족한다고 하신다. 내 앞에 놓인 과자를 집더니 "전에 우리는 이런 과자를 명절 때만 먹을 수 있었다. 이제는 매일 이런 걸 먹을 수 있으니 좋아진 거 아니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장족들의 전통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더니 "그건 어쩔 수 없다. 여기서 한족과 어울려 사는데 변화는 당연하다"고 하신다. 갑자기 흥분한 나, 되지도 않는 중국어로 열변을 토한다.

"나 같은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이곳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족만의 고유한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환경보호뿐 아니라 장족들의 전통분화 역시 함께 보호되어야 한다." 내 얘기를 듣던 아저씨들이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갑자기 격렬하게 장족어로 얘기들을 나누신다.

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살짝 고백하자면 내 대학원 전공은 "관광정책 및 경영"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지 관광이 그 지역에 끼친 변화나 영향 같은 것에 자꾸 관심이 간다. 생각 같아서는 이곳 구체구에 2-3년쯤 눌러앉아 장족 전통문화의 변천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꿈이겠지.

루웨이하이
루웨이하이김남희
잠시 후 아저씨들이 내게 묻는다. 결혼은 했느냐? 한국 생활수준이 중국보다 많이 높지 않느냐? 한국에서는 월급을 많이 받지? 한국 여자들은 모두 정말 예쁘다 등등.

내 대답 : 월급을 많이 받아도 물가가 비싸서 그저 그렇다. 중국의 경제발전이 빨라 10년 내에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TV에 나오는 한국 여자들이 예쁜 거지 나같이 생긴 사람이 훨씬 많다.

한국이 아름다운지, 볼만한 곳이 많은지 물으시는데 한국을 소개하는 그림엽서를 안 가져온 게 너무 안타깝다. 아저씨들과 엉터리 중국어로 수다를 떨다가 1시 좀 넘어 나온다. 3시에 퇴근하니 3시까지 놀다가 버스 타고 가라고 붙잡으시는데 걸어서 둘러보겠다고 인사하고 나온다.

호젓하게 숲길을 걸으며 내려와 오화호쯤 오니 또 버스가 빵빵거리며 선다. 하도 자꾸 타라고 해서 이제는 귀찮을 정도다. 탈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그냥 옆으로 비껴 서서 계속 걷는데 자꾸 빵빵거리며 누군가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른다.

점심 때 만난 아저씨들이 퇴근하는 길이다. 아니, 세 시 퇴근이라더니 아직 두 시 반밖에 안 됐는데 벌써 퇴근을? 결국 다시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 오르며 아저씨들께 "오늘 일이 바빴습니까?" 농담을 건넸더니 웃으며 일제히 답하신다. "아주 바빴습니다!"

짐을 맡겨 놓은 즈차와 마을에서 내려 숙소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수정체 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반. 단체 관광객들은 이미 다 빠져나가고 길에는 사람이 없다. 그림 같은 풍경을 혼자 즐기며 수정체 마을에 도착. 아이들이 작은 물병을 어깨에 메고 물을 길러 간다. 한쪽에서는 죽마를 타고 노는 아이들이 보이고...

흐예마을이 아침햇살을 받고 있다.
흐예마을이 아침햇살을 받고 있다.김남희
촌장님 댁에 또 폐를 끼치기 싫어 우선 여관에 방을 잡고 촌장님 댁으로 놀러가니 다들 청두로 나가고 거랑나머의 이모님만 마당에서 옷을 깁고 계셨다. 우리 얘기를 들었다며 오늘 이곳에서 자고 가라고 하신다. 이미 폐를 많이 끼쳤다고 요 앞에 방을 잡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잠시 앉았다 나온다. 이모님이 한족말이 서툴러 대화가 잘 안 된다.

숙소의 아가씨가 머리 감을 물을 데워온다. 마당 한 가운데에 의자를 갖다 놓고 의자 위에 대야를 올려놓으니 준비 끝. 물이 너무 뜨겁다고 했더니 기다리라 해놓고 안으로 들어가서 안 나온다. 결국 비누칠을 한 채 오들오들 떨며 한참을 기다리니 다시 와서 물을 부어주는데 이번에는 너무 차다.

그냥 괜찮다고 답하고 헹구려고 하니 아가씨가 직접 머리 위로 물을 부어준다. 병아리 똥오줌만큼씩 부어주는 물에 두 번을 헹구고 나니 다시 헹구겠느냐고 묻는다. 당연히 다시 헹구고 싶었지만 물 길어오는 수고를 생각하니 차마 다시 헹구겠다고 못하겠다.

이제 됐다고 하고 수건으로 거품기가 남은 머리를 말리고 있으려니 거실로 들어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숙부와 이모에 언니와 제부, 아이들 두 명까지 식구가 많다. 어머님이 밥을 자꾸 퍼 주셔서 두 그릇을 먹고, 칭커주까지 한 모금 마시고 방으로 돌아오니 7시.

보온병에 담아준 물을 아껴가며 씻고 속옷을 빤다. 양말은 3일 째 같은 양말이다. 나흘만에 머리를 감고 나니 비록 샤워는 못 해도 한결 개운하다. 이곳에서 머리까지 감다니 얼마나 호사인가. 전기요가 꺼지기 전에 빨리 자야겠다 싶어 얼른 침대에 든다.

맑고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의 물.
맑고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의 물.김남희
7시에 시계를 맞췄지만 역시 추위 때문에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겁이 난다. 우선 촛불을 켜놓고 이불 속에서 거의 한 시간을 비비대다가 일어난다. 어젯밤 내 행동을 생각하니 우습다. 어제 저녁을 먹는 동안 친절한 다른 식구들과 달리 숙부라는 분만 말없이 백주를 들이키며 무서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길래 좀 겁이 났다.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그래봤자 잠그는 수밖에 없지만, 스위스칼과 전등을 바로 머리맡에 놓고 잠들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아무 일도 없는 밤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여자로서 치러야 할 대가 같은 거다.

어제 갖다준 더운 물에 세수와 양치를 하고 짐을 챙겨 숙박비를 드리러 가니 아침을 먹고 가라고 다시 어머님이 붙잡으신다. 역시 보릿가루에 버터를 넣고 더운 물을 부어 먹는 수요우차. 빈 속에 뜨거운 것이 들어가니 추위가 좀 녹는 것 같다.

마을을 나서니 9시. 해가 서서히 산을 넘어 오고 있다. 솔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물가의 갯버들은 이미 한창 봄눈이 올랐다. 얼음이 녹은 물은 시원하게 소리내며 흐르고... 걷다가 의자에 앉아 오렌지로 점심을 먹는데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좋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나 혼자 독점하듯 즐길 수 있다니 참 복도 많구나 싶다. 최대한 천천히 걸어 구체구를 나오니 12시가 좀 넘었다. 쇼핑 센터라고 쓰인 곳에 들러 엽서를 구입. 다들 카드놀이를 하느라 손님이 들어서도 인사조차 없다.

자루사 정문.
자루사 정문.김남희
이곳에서 두 시간 거리인 송판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1시에 끊어졌다고 한다. 잠시 망설이다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하고 도로를 걷는다. 차들은 1분이 멀다 하고 내 앞에 와서 선다. 신이 나 달려가면 예외 없이 전부 돈을 요구한다. 300원도 부르고 200원도 부른다. 고급차들은 아무리 손을 들어도 눈길도 주지 않고 사라진다.

구체구 인심이 이렇게 사나운 줄은 몰랐다. 입구부터 300원을 요구하며 따라오던 차는 이제 150원까지 요금이 떨어졌다. 그래도 내가 계속 "너무 비싸요. 돈 없어요"를 외치자 "여기서 송판까지는 120km"라며 걸어서는 절대 못 간다고 겁을 준다.

120km? '800km를 걸은 사람인데 120km를 못 걷겠어? 3일만 걸으면 되겠네' 싶은 마음도 든다. 하지만 송판에 해지기 전에 도착해 마을을 둘러보고 내일 성도로 돌아가는 게 내 계획이기에 걸어갈 마음은 없다. 가는 데까지 가보고 어두워지면 숙박을 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설마 이 많은 차들 중에 아무도 안 태워줄까. 히치하이킹의 도사인 내가 설마 여기서 실패할까? 아직은 자신감이 충만하다. 하지만 정말 히치하이킹은 불가능했다. 겨우 한 대 얻어 탄 경찰차는 5분 거리인 옆 마을에 가는 길이라 거기까지만 가능했고. 결국 100원을 부르는 차를 협상해 50원에 합의하고 차를 탄다.

가는 길에 이 차는 나 말고도 두 사람을 더 태운다. 구체구에서 송판으로 가는 길은 황량하지만 눈 덮인 바위산과 전나무숲이 가까이 다가섰다 멀어지곤 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약 두 시간을 달려 송판에 도착. 터미널로 가서 버스표부터 끊고 동문 바로 옆 빈관에 30원을 주고 숙박. 가방을 내려놓고 슬슬 걸어본다.

장족과 회족, 한족등 4개 부족이 모여산다는 송판은 눈이 녹아 거리가 질퍽거린다. 마을에는 연탄을 때느라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고 길가의 개천은 시커멓다. 여기가 여름철 말 트레킹으로 이름높은 곳이라니...

흐예마을에서 빨래하는 처녀들./ 스물 여섯 살인 아가씨가 수줍게 웃고 있다.
흐예마을에서 빨래하는 처녀들./ 스물 여섯 살인 아가씨가 수줍게 웃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송판에서 꼬치구이 노점을 하는 한족 아가씨와 그 언니.
송판에서 꼬치구이 노점을 하는 한족 아가씨와 그 언니.김남희
걷다보니 길가에 감자며 양고기 꼬치를 구워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주인은 스물 여섯 살 된 한족 아가씨. 소금과 고춧가루, 후추와 화지아라 불리는 향료등 대여섯 가지를 뿌려 구운 감자꼬치를 하나 사 먹으며 말을 건다.

이 아가씨는 매일 오후 2시쯤 나와 저녁 9시나 10시까지 일을 하고 하루 60원에서 80원 정도를 번다고 한다. 그 돈의 절반 정도는 재료구입비로 다시 들어가고, 나머지 돈으로 농부라 뚜렷한 수입이 없는 부모님을 봉양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니는 남동생들 학비를 댄다고 한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농촌의 살림살이가 고단한 것은 마찬가지인가보다.

시집갈 돈은 아직 한 푼도 못 모았다고 한다. 이렇게 거리에서 노점을 하면 공안이 와서 돈을 뜯어가는 일은 없냐고 물었더니 "아니, 이런 노점에서 돈을 뺏아 가면 우리는 뭘 먹고 살겠느냐?"고 반문하며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한국과는 상황이 좀 다르네.

이 아가씨는 내가 서른 넷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며 자기가 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하며 한국여자들은 정말 예쁘다고 한다. 물론 화장 잘 한다는 말도 안 빼놓는다. 한참 앉아서 놀다가 인사를 하고 헤어져 다시 걷는다.

자루사 본당
자루사 본당김남희
"Emma's Kitchen" 이라고 영어로 적힌 간판이 보인다. 테이블이 세 개밖에 없는 작은 식당이다. 이 집 주인 엠마는 그전에 말 트레킹을 주선하는 여행사에서 일하며 영어를 익혔다고 하는데 영어를 아주 잘 한다. 게다가 중국요리와 서양요리를 같이 만드는데 음식도 아주 맛있다. 손님들에게 각종 여행정보도 알려주고, 영어 원서 책장도 만들어놓았다.

책을 한 권 기증하면 이곳 책장에 놓인 책들 중에서 한 권을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한다. 론니플래닛 티벳 새 판이 탐이 나서 물으니 한국책은 찾는 사람이 없어서 안 받는다고 한다. 섭섭해라. 한국인 여행자들이여, 이곳에 들르면 일부러라도 한국책을 찾는 시늉을 해 주시기를...

5원짜리 토마토계란 볶음밥을 먹고 있는데 혼자 여행한다는 호주 여자와 캐나다 여자가 들어선다. 이 친구들에게 아미산과 송판 말 트레킹 등 필요한 여행 정보를 얻는다. 또 무거운 엉덩이 티를 내느라 주저앉아 놀다가 9시가 넘어서야 숙소로 돌아온다.

씻으려고 보니 화장실에서는 냄새가 진동하고 물은 역시 나오지 않는다. 대신 전기는 하루 종일 들어온다고 한다. 이틀간 말 트레킹을 할까 고민하다가 이 추위에 말 타고 눈 녹은 진창을 달릴 걸 생각하니 겁이 나 결국 포기. 이제 청두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6일째 씻지 못한 몸이 슬슬 가려워오기 시작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 보는 송판 가는 길의 풍경
달리는 차 안에서 보는 송판 가는 길의 풍경김남희

송판 동문밖으로 인력거를 모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다.
송판 동문밖으로 인력거를 모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다.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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