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용 민주노동당 후보.오마이뉴스 남소연
"이국헌 후보는 사라져야 할 정치인이다. 유시민 후보는 자신의 양심에 근거해 공명정대하게 활동해 달라."
언론이 고양시 덕양갑의 재선거를 개혁국민정당과 한나라당의 한판 승부라며 양강 구도로 몰아가고 있는데 가운데 명실상부한 제3정당인 민주노동당 후보의 이름이 좀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역활동을 통해 탄탄히 다져놓은 고정표가 홀대받고 있는 것은 물론 지역 노동자, 서민들의 뇌리에조차 아직 강명용이라는 이름 석자가 새겨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는 "억울하고 불리하지만 3강 구도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강명용 후보는 전형적인 현장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구로2공단 (주)한국KDK 4·5·6대 노조위원장 역임했고 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서노협) 구로지역 위원회 의장, 민주노총(준) 서울남부지역협의회 의장 등을 거쳐왔다. 노동계에서는 꽤 유명한 인사로 통한다.
고양시에 와서도 고양 금정굴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운영위원과 고양지역 공공산업 민영화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아 탄탄한 지역운동의 밑거름 역을 자임해 온 터이다. 따라서 3강 구도로 재편하는 것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는 것이 강 후보의 설명이다.
강 후보는 경쟁 상대인 이국헌 한나라당 후보와 유시민 개혁당 후보에 단호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이국헌 후보에 대해서는 "검사 출신에다가 선거에만 5번 나온 선거병자"라며 사라져야 할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진보나 개혁세력이 등장하는 시대적 흐름에 비춰볼 때 이미 도태됐어야 할 인물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유시민 후보에 대해서는 "선거과정을 통해 그 개혁성이 변질되고 있는 것 같은데"라면서도 "바람이 있다면 자기 양심에 근거해 공명정대하게 활동해 달라"고 주문했다. 약간은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는 "개혁의 대상과 손잡는 것은 타협이고 개량이지 개혁은 아니"라며 유시민 후보의 '변절'을 문제삼기도 했다. 실제 후보등록 현장에서도 강 후보는 개혁당을 겨냥 "그들이 개혁과 변화를 얘기하는 데 그것은 개량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강 후보는 이번 재선거는 민주노동당의 지역기반 확대와 함께 '줏대있는 나라 건설', '파병철회의 공론화', '평화의 메시지 전파'라는 모토를 광범위하게 알리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강 후보의 이같은 발언에는 한 가지 쉽지 않은 고민이 담겨있다. 민노당과 개혁당과의 차별성을 유권자들이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필요하다면 차별성 부각을 위해 유시민 후보를 가혹하게 몰아부치는 전술도 고려하고 있다.
강 후보는 "개혁당 후보가 우리당 지지층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며 표의 분산을 염려했다. 언론이 만들어 놓은 '유시민'이라는 이미지가 유권자의 인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개혁당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보다 명확하고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물론 김기준 한국사회민주당 후보와의 차별성도 마찬가지이다.
강 후보는 이번 재선거는 민주노동당의 지역기반 확대와 함께 '줏대있는 나라 건설', '파병철회의 공론화', '평화의 메시지 전파'라는 모토를 광범위하게 알리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노 대통령의 굴욕적 파병결정과 이라크전 지지선언이 도화선이 되어 유권자들의 호응을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라고 하면서 상당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나.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판하며 재보선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용 후보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의 8%, 대선에서의 4%대를 넘어 '금배지'를 거머쥘 수 있을 지 관심이다.
| | 만원짜리 1500장이 담긴 관 | | | 강명용 민노당 후보의 '기탁금 납부 시위' | | | | 4·24 재보선 최대 격전지인 고양 덕양갑 재선거는 후보등록 과정에서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국헌 한나라당 후보와 유시민 개혁당 후보의 각축전으로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강명용 민주노동당 후보는 8일 후보등록 과정에서 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강 후보는 이날 오전 후보등록을 위해 덕양구청 6층 선관위를 방문하면서 1500만원의 선거기탁금을 만원짜리 지폐로 바꿔 2미터 길이의 검은색 관에 담아왔다. 한 당원은 검은 띠를 두른 국회의원 배지를 들었고, 또 다른 당원은 '국회는 죽었다', '파병 철회'라는 글이 큼직하게 쓰인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6층 복도에서 짧게 기자회견을 갖고 선관위원실 진입을 시도했으나 선관위 직원들이 출입을 저지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기탁금을 담은 관은 남겨둔 채 피켓은 밖으로 쫓겨났다. 또 선관위 직원이 관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빨리 기탁금을 접수하라"고 다그치자 한 당원은 "차라리 선거 기탁금을 지갑에 넣어서 오라는 법을 만들지 그러느냐"며 볼멘소리로 항의하기도 했다.
강명용 후보는 선거 기탁금을 관에 담아온 이유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미국의 침략전쟁을 반대했고, 파병을 반대했는데 참여정부라고 하는 한국 정부와 국회가 파병을 결정했다"며 "미국에게 할 말은 하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참여정부와 국회는 죽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후보는 또 "노무현 정권이 벌써부터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그들이 개혁과 변화를 얘기하는 데 그것은 개량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이어 "이번 선거는 단순히 국회의원 선거에 민노당 후보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는 출발점을 삼을 것"이라며 "대다수 당원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투쟁적으로 싸워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시민 후보도 이날 후보 등록에 앞서 단독으로 '공명 선거'를 다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 후보와 강 후보는 복도에서 만나 악수를 했고, 유 후보가 "개혁당 후보와 민노당 후보가 악수하는 게 과연 신문에 날까"라고 웃어보이자 강 후보는 "유시민씨 인지도 덕에 내가 덕을 볼 것 같다"고 받아넘겼다.
또 유 후보가 강 후보에게 "서로 열심히 해보자"고 격려하자 강 후보는 "개혁세력과 여야의 구도가 되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 최경준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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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고 불리하지만 3강구도 만들겠다 개혁당과 차별성 부각에 초점 맞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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