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있었던 일이다. 매스미디어와 관련한 교양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 우연히 그 과목을 담당하고 계신 교수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이 과목을 듣고 있는 학생들도 같이 자리했었다. 일주일에 두 시간(cyber수업 1시간 포함)뿐인 수업만으로는 나누기 힘들었던 여러 이야기들과 토론거리들을 풀어놓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있었고, 그 교수 역시 학부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신문방송학과 내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다. 필자를 당혹케 한 교수님의 말씀이 들린 것은 그때였다.
"이렇게 우리들끼리 있을 때 교수님 교수님 하는 건 괜찮은데, 사이버 수업상에서도 그렇고 우리 신방과 건물 안에 있을 때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다른 교수님들이 들으면 언짢아하실 수도 있지 않겠니? 그냥 선배님이나 선생님이라고 불러."
알고 보니 그 교수님은 이른바 전임강사 이상의 '정교수'가 아니었다. 현재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끝 무렵에 다다른 '수료생'이자 이른바 '시간강사(비정규직 대학강사)'였던 것이다.
즉, 그 교양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상관 없는데, 신문방송학과 내부에서 - 다른 정교수들이 들을 수 있는 곳에서 -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삼가달라는 부탁이었다.
정교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아직 임용되지 않은' 후배 박사과정생에 불과한데, 다른 학생들이 이 선생님을 '교수님, 교수님'하고 부르면 정작 정교수인 그들이 불편해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던 것이다.
그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선뜻 납득할 수는 없었다. 호칭이 가진 권위같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배우는 위치에 있는 학생이 그 과목을 담당, 지도하고 있는 사람을 '교수'로 대우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해당 학과에서 정교수로 임용되었는지의 여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필자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2002년을 기준으로 그 교수님같은 비정규직 대학교수들이 맡은 강좌는 총 2566개 강좌의 50%에 근접하는 1100여개였으며, 이 중 교양과목의 강사 비율은 80%에 달했다.
학부 정원을 대폭 늘리면서 강좌의 수도 늘어났지만, 조교수 이상급의 정교수 임용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며, 더욱이 필수로 개설해야 하는 학점을 기존 9학점에서 6학점으로 낮추었다. '강의'뿐 아니라 '연구'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대학교수들의 대학 교육 분담률은 훨씬 높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대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한국 비정규직 대학교수 노동조합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2년을 기준으로 각 대학의 강사료는 시간당 최저 1만5000(D대, H대)원부터 최고 3만7000원(S대)에 그쳤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대학교수들이 평균 2만~3만원선에서 강사료를 지급받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강사료가 높은 대학도 수혜 대상을 '직업 없는 강사'에 국한한 경우가 많아 허울 좋은 껍질일 뿐이다. 또한 주당 15시간 이상 노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의 혜택으로부터도 제외되어 있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신분적 불안정이라는 난제에도 시달려야 한다. 거의 모든 대학강사들은 '이력서 제출'로 계약을 대신하고, 계약 연장 여부도 '다음 학기 수강편람에 본인의 이름이 나와 있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헌법 31조는 '교원에 관한 지위에 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대학교육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대학교수의 교원 지위를 규정짓고 있는 법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신분, 대우'와 관련하여 비정규직 대학교수와 정교수간의 차이는 이토록 크다. 그러나 실제 강의와 연구 활동에 있어서도 비슷한 차이를 보일까. 현실적으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최대한 많이 '보따리 장사'를 해야만 하는 시간강사의 경우 연구 역량이 정교수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강의의 경우, 아직 타성에 젖지 않은 비정규직 대학교수들의 열정은 종종 학생들에게 많은 배움을 안겨주곤 한다. 그런 '강사'들을 '교수님'으로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첫머리에 언급한 그 '선생님'을 꼬박꼬박 '교수님'으로 부른 신방과 학생도 비슷한 맥락에서 그리 하였던 것 아니었을까.
결국 문제는 현행 대학 교원지위를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로만 규정지은 고등교육법을 개정해야 고쳐질 것이다. 단기적인 법 개정이 어려울 경우 보다 많은 정교수들이 대학의 수업을 담당할 수 있도록, 교수 충원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나 대학 당국에서 그러한 제도 개선, 추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교수님', '선생님'. 어떻게 부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엄연히 대학 교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대학교수들은 '교수님'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히 있는데도, 임용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해당 학과의 정교수들의 눈총이 걸린다는 이유로 그렇게 불리길 꺼려한다. 그러한 처지를 아는 학생들은 알아서 '선생님'으로 불러 드린다.
'교수님'과 '선생님'이 지금처럼 분리되어 있어서는 곤란하다. 대학 교육을 맡고 있는 교원들은 동일하게 불리면 된다. 대우 역시 동일하게 받으면 된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지만 이 가운데에 비정규직 대학교수들의 목소리가 혹시 배제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노동의 동일성 여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논리가 그 주장에 대한 반대 논리로 유력하게 작용하고 있으나, 필자가 보기에 '강의'에 관한 한 정교수들과 시간강사들의 차이는 동일하다. 그러나 임금의 차이는 3~5배에 달한다. 정부가 이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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