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만든 모양에 물들이고 있다.김명신
남자애들은 대부분 접고 고무줄로 친친 매는 것이 번거로운지 종이 구기듯 구기작거렸고, 여자아이들은 차분히 접고 선생님께 물어가며 열심이다. 뭔가 나올 듯 하다.
2. 염색
제대로 하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간단한 방법만 배웠다. 먼저 모양을 만든 것을 가지고, 미리 준비된 염액에 천을 넣고 색이 잘 베어들도록 150회 정도 주무럭거린다. 우리가 가진 염액은 빨강, 노랑, 보라, 황토였다.
천과 함께 손은 점점 물이 들었는데 처음에 아이들은 행여 옷에 튀길까 걱정하며 손가락도 담그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천연염색은 잘 지워지고 손에 색이 진하게 물들수록 염색도 잘 된다는 말에 적극적이 되었다. 치자는 상처를 쉽게 아물게 하고, 아토피나 피부병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황토가 좋다고 하자 우르르 아이들이 달려갔다. 아이들처럼 철없이 오무락조무락하는 사이 허기가 느껴왔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벌써 헹구기를 하고 있었다.
3. 헹구기
여러 색을 하는 아이, 한 가지 색을 하는 아이, 벌써 염색을 마치고 헹구기에 나선 아이. 처음엔 꽤나 넓겠다했던 연습장이 점점 비좁아 보이기 시작했다. 손을 헹구고 난 후에도 한 손엔 노란색, 한 손엔 보라색 물이 들자 재미 반 걱정 반인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선생님 제 옷에도 묻었어요. 어떡하죠. 지금으로 봐선 안 지워질 것 같은데…"
"하하하. 아니야 잘 지워져. 치자 단무지 안 먹어봤니? 그 치자 단무지도 이렇게 색이 입혀진거야. 그러니 몸에 해롭지 않아. 오히려 화학옷감으로 만든 옷이 더 안 좋지."
그제서야 아이는 제자리로 돌아간다.
4. 널고 난 후 개울가로
저마다 물들은 손수건을 빨래처럼 널고 서로 멋지다며 야단법석이다. 곁에서 손을 씻던 아이들이 그래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하자, 치자 선생님은 개울가로 가자고 하신다. 우와하며 아이들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뛰쳐나갔는데 뒤이어 다른 학교 학생들이 염색을 시작했다.
질척이는 땅에 신발이 더렵혀진다며 털고 있는 아이.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마구 달려가며 물창을 밟고 가는 아이. 개울은 가까웠고 물이 적고 얕았다.
"이래뵈도 2급수란다. 여기엔 많은 물고기들이 살아."
"정말요?"
손가락만 담그던 아이들이 이 말에 말끔히 씻는다. 그래도 남는 물감에 손바닥을 보여주자,
"그건 제일 열심히 했다는 증거야. 제일 예쁜 색이 나올걸"
하는 치자 선생님의 말에 뿌듯해하는 녀석들의 모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