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와 관련 윤 장관이 "북한이 밖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또 남북한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상당히 관계가 있다"며 북한에 대한 불신을 우회적으로 드러냈고 추 의원은 "북한이 신뢰를 주느냐 못 주느냐에 따라서 변수가 있긴 하다. 그렇지만 우리 정책에 있어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추 의원과 윤 장관은 깊은 인식의 차이를 노정하면서 여러 차례 충돌했다. 특히 추 의원은 햇볕정책을 지지해 온 정세현 통일부 장관과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정 장관의 행보에 보조를 맞출 것을 에둘러 촉구했다.
추 의원이 먼저 윤 장관의 햇볕정책에 대한 생각을 떠보기 위해 "햇볕정책이 용도 폐기돼야 하고 지난 정권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윤 장관은 "그렇지는 않지만 전정부의 햇볕정책과 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간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에 추 의원이 "주미대사로 임명된 한승주 대사는 햇볕정책을 그다지 신뢰, 이해한다거나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득하려는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들었다"며 한승주 대사를 추천한 윤 장관 선택을 문제 삼으려 하자 윤 장관은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햇볕정책에 대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잘못된 정보임을 강조하면서 반박했다.
추 의원과 윤 장관은 대북송금 특검법을 노무현 대통령이 공포하기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관련 장관 중의 한 명인 윤 장관이 본인의 견해를 피력하지 않는 문제를 놓고서도 설전을 벌였다. 이날 추 의원은 노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관계 강화와 김대중 정부와의 대북정책 차별화를 위해 특검법을 수용토록 했다고 자신이 제기한 의혹의 장본인으로 윤영관 장관을 사실상 지목했다.
추 의원은 "국무회의석상에서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은 것은 개인적인 소신 때문인가 외교부 장관이라는 입장 때문인가"라며 국무회의 당시 발언권을 행사하지 않은 배경을 묻자 윤 장관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고 국무회의에서는 다른 분들이 반대 의견을 피력했으므로 외교부 장관이기 때문에 발언을 추가로 의무적으로 해야 하다는 것을 못 느꼈다"고 답변했다.
추미애 "특검공포 직전 국무회의서 왜 침묵했나"
윤영관 "대통령과 말씀을 나눌 기회 충분히 있었다"
이어 추 의원은 격앙된 말투로 "국무위원의 역할이라는 것은 가장 어려울 때 논리를 만들어서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보좌하는 것이지 다른 위원들이 말을 다 하기 때문에 말을 보탤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고 이에 대해 윤 장관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거기서 충분히 개진됐다"며 일축했다.
윤 장관의 답변을 들은 추 의원은 발언 시간이 끝난 뒤에도 "국무위원이 저럴 수 있느냐"고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다음은 추미애 의원과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일문일답이다.
추미애민주당 의원 미국은 동맹관계의 밀도나 진정성을 따지기 위해 여러가지로 의원외교 차원이나 정부각료들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이런 것이다. 만일 북이 전격적으로 핵 재처리 조치를 취하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이냐. 경제지원을 계속할 것이냐, 경제지원을 동결할 것이냐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대체로 장관이 한 말을 보면 현상유지 정도는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다. 만약에 로드맵에 하나만을 가정해서 하면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상황의 가능성은 다양하고 상황별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우리는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아니면 안된다고 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적극적 역할이라는 것은 상황별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해야 한다.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길이 있는데 한국이 생각하는 길은 다양하고 합리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상유지 정도는 고집해야 한다는 것이라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윤영관외교통상부 장관 말씀한 대로 상황을 설정해 놓고 대응을 했다. 기본적으로 북한 문제 풀어나가는데 있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공동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에 근거하고 있다.
추미애 안보문제이고 평화문제이고 통일의 문제이지만 외교적 역량을 풀 수 있는 문제이다. 통일부 장관과의 깊은 조율과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물어보겠다.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하는 것과 남북간의 평화적 교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 서로 선택관계, 상충관계 모순관계에 있는가 아니면 서로 병행 발전돼 심화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인가.
윤영관 중장기적으로 상호 보완적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서로 배치되는 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미동맹이 제대로 돼야 북한 관계가 잘 풀릴 수 있고 남북한간에 교류가 잘 될 수 있다.
추미애 굳이 단기적 예외를 둘 필요있나. 정책적 일관성 면에서는 단기적이나 장기적으로 별로 다를 바 없다고 본다. 현재는 남북교류는 지속되는 덕택에 그나마 한반도가 전쟁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고 그럭저럭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윤영관 북이 밖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또 남북한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상당히 관계가 있다.
추미애 물론 북한이 신뢰를 주느냐 못 주느냐에 따라서 변수가 있긴 하다. 그렇지만 우리 정책에 있어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햇볕정책이 용도폐기돼야 하고 지난 정권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윤영관 그렇지 않다. 전정부의 햇볕정책과 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추미애 내가 듣기로는 주미대사로 한승주 대사는 햇볕정책을 그다지 신뢰, 이해한다거나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득하려는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들었다.
윤영관 그분의 생각은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햇볕정책에 대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추미애 윤 장관이 추천했나.
윤영관 그렇다.
추미애 통일부와의 파트너십도 필요하다고 했는데, 특검법 공포직전에 국무회의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장관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나.
윤영관 그런 기억이 없다.
추미애 지금 장관의 견해를 묻겠다. 특검법은 잘 만들어졌다고 보나. 특검법 공포가 잘 된 일인가.
윤영관 특검법과 관련해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남북관계가 지금은 과거 5년과는 달리 시장 원칙과 투명성 원리를 강조하는 상황까지 진전이 됐구나라는 것이다.
추미애 물론 지금은 그렇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은 얼마전 남북관계의 펌핑워터로서 그간 은둔해 왔던 북한의 문을 따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불투명하게 할 수밖에 없지만 단계적 투명화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현물 지원 쪽으로 투명하게 될 수밖에 없다. 동서독의 예처럼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영관 충분히 일리 있는 생각이다. 초기 단계에서 북과 같은 시스템을 가진 그러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추미애 윤 장관은 중국에도 다녀왔지만 중국 정부는 16자 정책이라고 해서 햇볕정책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중국 통해 들은 북한의 특검법에 대한 입장은 뭔가. 특검법이 걸림돌이 될 거라는 건 없었나.
윤영관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한 바는 없다.
추미애 내가 우려하는 것은 작은 일로 큰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체제의 특수성도 있고 남한 사회의 민주주의 진전을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지난 정권에서 이뤄진 그러한 굵직한 일들이 자칫 현재의 노무현 정부와 북 지도부 사이에 일부러 지난 정권의 햇볕정책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자칫 우리 북한 핵문제를 푸는데 있어 협상력이 약화되고 중, 러, 미 이쪽에서 북 사이의 역할이 주어지고 우리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것 느끼지 않나.
윤영관 북한 문제에 대해 일관된 입장과 정책라인을 가지고 나간다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이든, 중국, 일본에 의해 소외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정책이 건전한 철학과 입장에 기반하는 것이고 이것이 국제사회의 요구와 함께 한반도의 미래 비전에 입각해 있다면 그런 염려는 줄어드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추미애 그러면 햇볕정책에 철학이 없다는 말인가.
윤영관 말이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햇볕정책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장점과 공헌을 긍정적으로 높게 평가한다. 분명한 것은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실행과정에 있어 약간의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추미애 국무회의석상에서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은 것은 개인적인 소신 때문인가 외교부 장관이라는 입장 때문인가.
윤영관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신중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추미애 오히려 적극적으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고 적극적으로 발언했어야 하는 입장 아닌가.
윤영관 그런 입장은 다른 국무위원들에 의해 발표됐다. 추가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추미애 외교부장관이 느끼지 않으면 누가 느끼나. 통일부 장관은 가장 적극적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다른 몇 분들도 말씀이 있었다. 다수가 반대했다고 말했다. 몇번 반대했다고 했다. 자신의 직접 분야가 아니면서도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통일과 외교에 대해 발언을 하는데 장관이 침묵하는 것은 이상한 것 아닌가. 어떤 부분이 고려된 것인가.
윤영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고 국무회의에서는 다른 분들이 반대 의견을 피력했으므로 외교부 장관이기 때문에 발언을 추가로 의무적으로 해야 하다는 것을 못 느꼈다.
추미애 국무위원의 역할이라는 것은 가장 어려울 때 논리를 만들어서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보좌하는 것이지 다른 위원들이 말을 다 하기 때문에 말을 보탤 필요가 없다는 것은 말하기 위해 국무위원이 된 것이 아니지 않나.
윤영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거기서 충분히 개진됐다.
추미애 전체 국무회의에서 윤 장관의 말 한 마디가 영향을 미치지 않나. 대미관계, 대중관계 어떻게 해야 할지. 특히나 이 문제가 국내적인 일로 북한 핵이라는 민족의 운명을 미치는 문제라면 당연히 여러 가지 옳은 결론을 내리려 할 때 여러 요소, 의견 개진을 해야 하지 않나. 누가하나. 외교부 장관이 안 하면 누가 하나. 국무위원이 저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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