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66

등록 2003.04.16 17:58수정 2003.04.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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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은 재사의 제안에 따라 행인국을 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행인국은 일종의 중개무역으로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소국으로서 약탈에 대비해 견고한 성을 쌓아 놓고 있었다. 행인국의 왕은 주자아란 자였는데 왕은 세습되지 않았으며 따로 회의를 열어 옹립되는 방식을 취했다. 따라서 왕권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행인국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당시로서는 매우 컸다. 바로 한나라와 부여를 이어주면서 남쪽과도 연결되는 시장을 형성하기 때문이었다.

주몽은 농한기를 피해 겨울이 다가오는 10월에 오이와 부분노를 대장으로 무골, 괴유, 을소와 함께 기병 1천, 통이안이 이끄는 말갈기병 오백, 보병 삼천 오백으로 구성된 5천의 대군으로 행인국을 공격하도록 명했다. 전쟁 준비를 갖춘 지 2년만의 일이었고 그간 고구려에 유입된 호구수도 늘어나 이만한 군사를 움직이고도 왕성에는 수천의 병력이 남아있을 정도였다. 사실 주몽은 직접 원정에 나서고 싶어했지만 재사의 만류가 있었다.


"폐하께서 행인국 같은 소국을 치는데 까지 직접 나서면 아랫사람들을 믿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국정을 비운사이 무슨 변괴가 있으면 당장 원정을 중단해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이미 예전에 현도와 임둔을 공격할 때의 교훈이 있지 않사옵니까? 이점 유념하시옵소서."

사실 재사로서는 주몽이 자리에 없는 사이 월군녀의 전횡이 무서운 것이었지만 주몽에게는 차마 이를 말할 수는 없었다. 어찌되었건 재사를 비롯한 가신들로서는 다행히도 주몽은 그 말에 순순히 수긍했다. 주몽은 대신 직접 병사들을 전송하며 고구려를 상징하는 삼족오(다리 셋 달린 까마귀로서 태양을 의미하는 고구려의 상징)기 아래서 장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고구려의 5천 군사는 보무도 당당하게 행인국으로 진격했다. 고구려의 출병 소식을 접한 행인국은 2천 군사로 농성을 준비했다. 도중에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진격해 행인국의 성을 포위한 고구려 군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행인국의 성은 산성이 아니라 평지에 위치한 성이니 치기에 어렵지는 않소. 문제는 행인국에서 사람을 보내 한나라 요동태수나 부여에 구원병을 청할지도 모른다는 점이오. 그렇기에 미리 요소 요소에 말갈기병들을 배치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란 늘 실수가 있기 마련이기에 시간을 끌기보다는 속전속결로 끝내야 하오."

오이의 말에 덧붙여 참모 격으로 따라나선 을소가 행인국의 전력을 설명했다.

"현재 행인국은 쌓아둔 양식이 넉넉하며 성벽 위에 석포를 걸어놓는 등 만반의 준비가 된 상태입니다. 허나 병사들은 나약하고 겁이 많으니 취약한 곳을 공격해 단숨에 공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틀동안 준비해온 공성 도구들을 조립하고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공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구려 진지 한편에서는 행인국 병사들의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서 포차, 충차, 운제가 조립되었고 부분노는 기병들을 데리고 성 주위를 돌며 취약한 곳을 찾아 나섰다. 부분노는 북문, 남문을 돌아본 후 방어태세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남문부터 공격명령을 내렸다. 성 가까이로 접근은 않은 채 화살만 날리는 공격이었지만 성에서는 허둥거렸고 잠시 후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는데 고구려군에 제대로 미치지 못했다. 부분노는 북문으로 기수를 돌려 똑같은 공격을 개시했다. 이번에는 북소리와 함께 고구려군에게로 화살이 우수수 떨어졌다. 부분노는 군사를 물리고 오이에게로 가서 성의 응전태세를 보고했다.

"공은 어디를 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시오?"


"우선 북문을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이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부분노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까 공은 북문의 방비태세가 좋다고 하질 않았소? 말이 잘못 나온 것이 아니오?"

"제 말을 끝까지 들어 보시옵소서. 지금 제작하는 공성장비는 사실 쓸 필요가 없사옵니다. 우리 병사의 수가 많으나 이를 믿고 들이치면 저들의 저항에 피해를 입을 것은 자명하옵고 승리를 확신할 수도 없이 시일을 끌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속전속결로 저들을 굴복시켜야 하니 계책을 써서 손쉽게 승리를 얻는 것입니다."

오이와 무골, 괴유, 을소는 흥미를 가지고 자신 있게 이어지는 부분노의 말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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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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