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65

등록 2003.04.15 18:07수정 2003.04.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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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에서 사신이 왔다고?"

금와왕은 자신의 앞으로 온 오이를 보고선 기가 막히다는 듯 허허 웃었다.


"그대는 오이가 아닌가? 그대가 대역죄인이긴 하나 한 나라의 사신으로 왔다니 그래 무슨 전갈을 가지고 왔는지 들어보세."

"고구려왕께서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해 약간의 진상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그거야 받아두겠지만 여기까지 온 목적이 상당히 궁금하네."

"다름이 아니라 이곳에는 저희 주군과 혼인을 한 예씨부인이 계시옵니다 양해만 하신다만 저희가 고구려로 모셔가고자 합니다."

금와왕은 속으로 겨우 그런 일 때문에 왔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즉시 승낙을 하지는 않고 오이에게 일단 물러가 있으라고 말했다. 통치행위를 해오며 금와왕이 느낀 바는 국왕은 사소한 일도 신중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고구려의 요구를 어찌 생각하시오?"

저여가 앞으로 나서 말했다.


"고구려는 갓 나라를 세운 터지만 비류국을 흡수하고 현도, 임둔군을 치는 등 그 행태가 심히 불안하옵니다. 그러니 고구려왕 주몽의 부인이라는 예씨인가 하는 여인을 붙잡아 두는 것도 나쁘진 않사옵니다."

"여기 고구려왕의 어머니가 있는데 어찌 그리 불온한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오?"

"전하, 고구려왕 주몽은 신이 일찍이 잘 알고 있사옵니다. 사악하기가 그지없으며 가슴속 깊이 흉계를 감춘 자입니다. 자식된 자가 어머니를 찾지 않는 다는 것은 어찌되건 상관없다는 의미인데 그런 자가 예모(某)라는 여인을 찾는 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오이에게는 적절한 말로 핑계를 대고 되돌려 보내시옵소서."

다른 대신들의 의견도 별반 다른 바가 없었던 지라 금와왕은 오이를 다시 불러 예씨 집안에서 딸을 보내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을 전했다. 오이는 실망감을 안고 고구려로 돌아갔고 뒤늦게 소식을 전해들은 월군녀는 흥분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 사람들이 어찌 이리 모질단 말인가. 이건 숫제 날 왕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자 꾸미는 술책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재사는 월군녀와 주몽의 가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신하들의 다툼이 그리 좋게 돌아가지는 않는 것을 보고선 다른 방도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재사는 주몽을 처음 만났을 때 나아갈 바를 제시했던 지도를 들고 주몽을 배알했다.

"폐하, 이 지도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물론 기억하다 마다겠소. 그런데 무슨 일이시오?"

"지금부터 고구려는 그 세를 확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전의 전쟁도 그랬고 부여 또한 우리를 탐탁히 여기지 않으니 나로서도 답답할 지경이오."

재사는 지도를 죽 펼쳐 보이며 현재 고구려의 세력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가 고구려의 영토입니다. 우리가 뻗어나갈 곳은 바로 여깁니다."

재사가 가리킨 곳에는 행인국이었다.

"이곳은 북부여와 동부여의 사이인 데다가 거리도 상당히 멀지 않소?"

"그렇습니다. 일전에 한(漢)나라 군대가 거쳐온 곳이 이 방향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예, 행인국을 점령하는 것은 고구려에게 유리한 길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물론 한나라나 부여가 다른 생각을 가지지 못하게 철저한 준비를 한 후 이곳을 치러 가야 할 것입니다."

주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사를 치하했다.

"그대가 또 다시 내가 나갈 바를 알려주는 구려!"

"우선 우리에게 투항해 왔던 통이안의 말갈족도 군대 편재 안에 넣어야 합니다. 일전에 우리가 말갈기병들에게 고전했던 일을 상기해 보시면 될 것입니다."

주몽은 재사의 말을 하나도 잊지 않겠다는 듯 눈을 번뜩이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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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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