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 달라진 숲1김규환
계절의 빛깔이 확연히 달라졌다. 봄의 노란 싹 빛깔에서 본격적으로 푸른 나뭇잎 청록 여름 빛깔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누구도 발목을 잡을 수 없다. 꽃 피어 지고 잎사귀 파릇파릇 새로나 그늘을 만들어 사람을 숲으로 불러 쉬게 하고, 맑은 공기 더 만들어 호흡 빠르게 하니 만물이 생동감을 되찾았다.
강남갔던 제비 돌아와 못자리에서 부지런히 지푸라기 물어다가 보금자리 만들고 새끼 깔 준비를 한다. 하양 노랑 속옷 걸친 까만 제비 고향집 빨랫줄에 수십 마리 걸터앉아 "지지배배 지지배배" 우짖고 "찌쭈루꾸꾸 찌쭈루꾸꾸 찌쭈루루루 룰룰루~" 목청껏 노래 부르며 집안을 시끄럽게 한다.
| | 농가월령가 3월령(農家月令歌 3月令) | | | 정학유 | | | | 삼월은 늦봄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온갖 꽃 활짝 피고 새소리 각색이라 반갑다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사이 범나비는 분분히 날아도네 미물도 때를 만나 즐기니 보기 좋다 한식날 묘지 근처 백양나무 새잎 난다 조상 생각 슬픈 느낌 술과일로 펴오리라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잘 갖추어 때맞추어 배 불리소 일군의 처자식솔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후한 풍속 곡식을 아낄소냐 물고를 깊이 치고 두렁 밟아 물을 막고 한켠에 모판하고 논흙을 풀어주며 날마다 두세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싹 세워낼 제 어린아이 보호하듯 곡식 중에 논농사는 쉽사리 못하리라 냇가밭엔 좁쌀이요 산밭에는 콩이로다 들깨모 일찍 붓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여서 그루를 엇바꾸소 보리밭 매여놓고 모자리 논 갈아엎소 들농사 하는 틈에 채마전도 가꾸세나 울밑에 호박이요 처마가에 박심으로 담 근처에 동아 심어 넝쿨받침 올려보세 무우배추 아욱상추 고추가지 파마늘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 땅 없이 심어놓고 개버들 베여다가 개바자 둘러막고 닭과 개 방비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외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반찬 이밖에 또 있는가
뽕눈을 살펴보니 누에날 때 되겠구나 어화 부녀들아 누에농사 전심하소 잠실을 청소하고 도구들을 준비하니 다라끼 칼도마며 채광주리 대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냄새를 없이 하소 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일나무 접하나니 살구들과 울릉도며 문배참배 능금사과 엇접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 사나니 서울 정릉매화 묵은그루에 접을 붙여 농사를 필한 후에 화분에 옮겨 들여놓고 눈바람속 집안에서 봄빛을 홀로 보면 과일 딸 일 아니로되 산속의 취미로다 인간의 요긴한 일 장 담그는 일이로다 소금을 미리 밭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춰하소 앞산에 비 걷으니 살진 나물 캐오리라 삽주두릅 고사리며 고비도라지 개나리를 절반은 엮어달고 나머지는 무쳐 먹세 떨어진 꽃 쓸고앉아 빚은 술로 즐길 적에 산채를 준비한 것 좋은 안주 이뿐이다 | | | | | |
껍질 깨고 나온 병아리는 사나운 어미 닭의 보호 아래 노오란 날개를 "퍼뜩퍼뜩" 움직이고 땅 바닥에 고인 물을 한 모금 물고 하늘 쳐다보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고 가녀린 발톱을 쉼 없이 움직여 벌레 찾고 지렁이 찾아 마당을 쓸고 다닌다. 햇살 느긋하게 마냥 내리쬐면 춘곤증에 "자올자올" 목을 가누지 못 하누나!
뽕나무 싹이 활짝 날개를 펴니 바야흐로 누에고추 들이고 섶을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왕비는 성북동 선잠단(先蠶壇)으로 가고 왕은 선농단(先農壇)으로 가서 중농정책(重農政策)의 의지를 밝혔다.
곡주(穀酒)마신 듯 곡우(穀雨)를 한껏 들이키고 보리는 즐겁게 커 간다. 키가 청명 때보다 서너 배는 더 커 있다.
곡우(穀雨)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들어 있으며 음력 3월로 양력 4월 20일경이며 이 때부터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된다.
곡우 때쯤이면 봄비가 자주 내리고 백곡이 윤택해진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말이 있다.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해 볍씨를 담갔다. 이때 볍씨를 담가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며 밖에서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않는다.
또한 곡우 무렵에는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차 오르는 시기이다. 깊은 산이나 명산으로 곡우물을 먹으러 간다. 곡우물은 주로 다래넝쿨이나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를 내 곡우 전에 미리 상처 낸 나무에 통을 달아두고 여러 날 수액을 받는다. 그 물을 마시면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 즐겼다.
신병이 있는 사람이 병을 고치기 위하여 곡우물을 마셨는데, 경칩 무렵에 나오는 고로쇠 단풍나무 물은 여자물이라 하여 남자들에게 더 어울리고 거제수는 남자물이라 하여 여자들에게 더 애용된다.
또, 곡우 때가 되면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 격렬비열도 부근에 올라온다. 그때 잡는 조기를 특히 ‘곡우살이’라 한다. 곡우살이는 살은 아주 적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서 서해는 물론 남해의 어선들도 모여든다. 햇감자에 조기찌개 맛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