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안아줘야 할 음악 3

[나의승의 음악이야기⑮] 오월음악회

등록 2003.04.21 16:42수정 2003.04.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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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오월과 더불어, 크고 작은 음악회는 해마다 있었다. 사람들은 80년 이후 민주화와 함께, 여러 부분에서의 아픔과 짐을 졌던 기억을 음악을 통해서나마 되새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오월 광주' 이후로 2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시, 소설, 희곡, 영화, 회화, 판화, 노래 등의 분야에서 많은 발자취들이 있어 왔고, 사람들은 대개 잘 알고 있다.


a 5월 10일 개최될 예정인 '오월음악회' 포스터

5월 10일 개최될 예정인 '오월음악회' 포스터 ⓒ 나의승

현재 광주의 가장 큰 행사인 '광주 비엔날레'도 오월의 상처에 대한 보상으로 시작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월광주'는 일종의 '마당'이며 '밭'이고 '거름'이다. 아무도 그렇게 하라 말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피어나는 '꽃'들처럼, 거기서부터 힘을 받아 모두들 피어나고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음악은 어떤 장르보다도 사람들에게 마치 물을 마시고 공기를 호흡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능력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친근한 만큼, 해마다 오월이면 광주에서는 여러 음악회들이 더욱 많이 열려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강처럼 폭이 넓어졌다. 클래식·재즈·세계음악·가요·힙합 등의 어떤 음악을 향해서든 문이 열려있어도 좋을 것이다. 평화와 인권과 사랑이라는 큰 제목 아래에서 고약하고 편협한 법이 적용된다면 보기 흉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오월이면 록, 클래식, 포크 등을 가림이 없이 좋은 음악들을 연주하고 있다. 음악가들은 우리 시대의 고통을 장르의 구분 없이 모두가 나누어 짊어지려고 노력해 왔고, 거기에는 당연히 우리 시대 음악인들의 마음의 발자취들이 남겨져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다.


대한민국에 음악대학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거기에 몸담고 있는 클래식 음악분야의 전문가 또는 학자가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와5월'의 멍에를 되새기는 음악을 작곡하거나 연주하는 일은 의외로 귀하다.

솔직히 우리는 '그리스'의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같은, 평화와 민주의 클래식음악 작곡가를 갖고 있지는 못해왔다. 그렇다고 하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한국에는 클래식 분야의 실력 있는 음악가들이 많다고 생각된다.


물론 '무등둥둥'과 같은 오페라가 있기는 하고, 몇몇 작곡가들의 미발표곡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 '5월에' 그리고 '광주에서' 열리는 음악회의 무대에 초청되어 연주하는 연주자가 앵콜곡으로 '임을위한 행진곡'이나'죽창가'또는'5월의노래'의 '테마에 의한 변주변'을 한곡쯤 준비해 준다면 관객들은 긴시간 그 연주자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그러나 이것은 작은 제안에 불과하다. 어쨌든 우리시대의 고통을 나누어 지려고 노력하는 연주자는 사랑과 존경을 받을 것이다.

이야기를 바꿔서, 23년의 세월속에서 생겨난 꽃이라 생각되는 노래가 몇이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임을 위한 행진곡)(노랫말)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하네 꽃이/피어 눈물로 고인 발등에서 갈라진 논두꽃이 되자하네/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하네.새가/아랫녁 웃녁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하네/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하네 불이/타는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하네/되자하네 되고자 하네/다시한번 이고을은 반란이 되자하네/청송 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하네 죽창이(죽창가)(노랫말)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피/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5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솟네/산자들아 동지들아 모여서 함께 나가자/욕된역사 고통없이 어찌 깨치고 나가리/5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솟네/대머리야 쪽바리야 양키놈 솟은 콧대야/물러가라 우리역사 우리가 보듬고 나간다/5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솟네/(5월의 노래)(노랫말)

오월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악들일 것이다.

5백년쯤 지난다해도 역사책에 남을 노래들이다. 공공연한 얘기지만 Polnareff(뽈라레프)의 "Qui A Tue Grand-Maman?"(누가 할머니를 죽였니?)라는 노래를 사람들은 대개 기억한다.

'5월의 노래'는 그 곡의 편곡이다.
요즘 유행하는 재즈이자 영화 음악 중에 "Mo Better Blues"라는 음악이 알고 보면 'Don Mclean'의 'Vincent'의 편곡이듯이, 그런 과정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5월의 음악 공연에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하라'가 연주되어도 좋고, '모 베러 블루스'가 연주되어도 평화와 인권과 사랑의 마음을 전할수 있다면 상관없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다만 세월이 지나도 광주와 오월의 정신이 오래 남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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