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와 '갭'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 토마스 바넷미 해전 대학
'세계화와 전쟁'이라는 연구주제로 명성을 쌓아온 토마스 바넷 교수는 최근 "펜타곤의 새로운 지도"라는 글을 통해 21세기 미국의 신안보전략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미국의 남성잡지인 에스콰이어 3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그는 세계를 '코어(Core)'와 '갭(Gap)'으로 나누고 갭을 줄여나가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핵심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CNN, FOX TV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제시되었다.
바넷은 우선 탈냉전 이후 세계화 시대의 세계를 '기능하고 있는 중심부(Functioning Core, 이하 코어)'와 '통합되지 않은 틈새(Non-Integrating Gap, 이하 갭)'로 분류한다.
코어 그룹에는 미국을 필두로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일본, 그리고 한국, 대만 등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 그리고 푸틴의 러시아, 중국 등이 포함되고, 반면에 갭 그룹에는 중앙아시아·중동·아프리카·중앙 아메리카의 대다수 국가들 및 북한이 포함된다고 바넷은 분류하고 있다.
분류 기준은 한 국가가 국내의 규칙을 국제 규칙에 얼마나 조화시켜 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에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갭으로 분류된 국가들은 국내 규칙을 국제 규칙에 맞게 조정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정치적·문화적 경직성 및 만성적인 빈곤에 의해 세계화에 적응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세계화를 거부하거나 이를 수용할 능력이 없는 나라들은 갭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법에 따라 "세계화 체제의 관리자로서의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첫째 9.11 테러와 같은 파괴적인 교란으로부터 코어 국가들의 면역성을 증진시키고, 둘째 테러, 마약, 전염병과 같이 갭 국가들의 최악의 수출물부터 코어 국가들을 보호하며, 셋째 갭 그룹 가운데 최악의 문제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안보를 수출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고 바넷은 강조하고 있다.
즉, 미국의 21세기 핵심적인 전략은 미국의 지도하에 갭을 줄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선제공격은 적용 시점이 아닌 적용 지역의 문제가 된다.
바넷이 권고한 세 가지 핵심적인 미국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세 번째에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각각 다자주의와 양자주의가 핵심적인 접근법이라면 세 번째, 즉 가장 문제가 되는 갭 국가들에 안보를 수출한다는 것은 '일방주의적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바넷은 "다른 국가들이 생각조차 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세계화 체제의 규칙을 (가장 문제가 많은 갭 국가들에게) 강제로 이식시키기 위해서 미국은 군사적으로 '거대한 바다 괴물(Leviathan)'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비유한다.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그 갭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역할을 미국이 해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미국 혼자서라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넷이 규정한, 그리고 부시 행정부도 상당 부분 수용한 '가장 문제가 심각한 갭 국가들'은 어떤 나라이고, 또 무슨 근거가 제시되고 있을까? 바넷은 단순히 세계화의 낙오자일 뿐만 아니라, 테러리즘을 잉태하고 있는 만성적인 갈등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들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악의 축" 발언에서 나타났듯이 갭 국가들 가운데 대량살상무기 획득 및 확산을 시도하는 국가들은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제거해야할 정권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기저에는 이들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세계화 체제에 적응할 수 없다는 가정이 깔려 있기도 하다.
미국이 21세기 가장 큰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은 관리의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즉, 중국은 정치체제에 있어서는 갭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경제체제는 코어에 가깝고, 더욱 중요하게는 중국을 코어 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부합한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많은 갭 국가들, 이라크와 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