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구리자리(2003.4.10 여수 화양면에서)김자윤
4월은 잔인한 달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지고 연두색 나뭇잎들은 경쟁적으로 튀어나와 산천은 숨막히게 빨리 변하고 있지만 먹고사는 일도 마찬가지로 너무 바빠서 그동안 기사를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짬짬이 틈을 내서 사진 찍는 일은 계속했습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들은 감동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여수 화양면 어는 논바닥에서 사진을 찍을 때였습니다.
온 논바닥이 들꽃 천지였습니다. 통통한 주름잎, 볼수록 빛나는 벼룩나물, 화려한 자운영, 우쭐대는 개구리자리, 수줍은 양지꽃, 겸손한 뚝새풀, 소란스런 논냉이 등 수많은 들꽃들이 기름진 논바닥에서 사이좋게 어울려 지내고 있는 장면은 천국 그 자체였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들에 가 보세요. 어쩌면 우리가 사는 모습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