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연주할 중앙 노동자 회관 로비.임미정
4월 9일 수요일
"누님, 누님"하면서 우리를 잘 따랐던 '홍제비'와의 재회
여행으로 너무나 피곤했었는지 비몽사몽간에 도대체 여기가 어딜까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도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근처 소학교에선지 확성기에서 음악소리가 들린다. 내 방은 동향이라 아침에 밝다. 조금 전 내방에서 바라본 평양의 경치를 몇 장 찍었다. 최근에 구입해서 가져 온 디지털 카메라에는 1500장 정도를 찍을 수 있는 칩이 있어 마음놓고 찍을 수 있다.
멀리 주체탑이 보인다. 170미터나 되는 높은 탑이다. 밤에는 위의 횃불 모양이 빨갛게 타는 듯이 보이게 장치가 되어 있다.
아, 아침부터 리허설이 있다고 했다! 서둘러야겠다. 아침밥은 먹고 가야지…. 홍영석(우리 안내원)이 잔소리 하기전에 가야할텐데….
참 홍영석 동무(?)에 관해선 설명을 해야겠다. 이 사람은 2000년 내가 처음 여기를 방문했을 때 우리 재미 예술단을 맡았던 안내원이다. 그때 같이 왔던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과 내가, 예쁘장하게 생긴 그의 외모와 사근사근한 태도를 보고 홍제비라고 별명을 붙였었다.
'누님, 누님'하면서 우리를 잘 따랐고 꽤 박식하다. 평양외국어대학교를 나왔고 4개 국어를 한다. 다음 스케줄을 기다리며 대기할 땐 재미있는 고사성어도 많이 이야기해 주며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기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거라며 홍제비라고 놀렸던 것이다.
그 후로 갈 때마다 우리에게 배정이 안 되었을 때도 반가워하고 차도 같이 마셨다. 더욱이 그도 우리집 아이와 같은 나이의 딸을 두고 있어 서로 사진도 보여주며 아이 이야기도 많이 했었다. 어제 그가 또 우리의 안내원이 되어 공항에 마중 나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