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냄새를 맡았을까요?김규환
돼지의 재미나는 섹스
웬만한 동물은 때가 되면 발정을 한다. 주기가 약간 달라 한우와 젖소, 말이 가장 길다. 돼지는 날짐승보다는 길고 몸집이 큰 초식 동물보다 짧다. 또한 순간의 절정을 매일 보았던 암탉은 달걀을 하루에 한 개 낳는 걸로 보답을 한다.
유일하게 발정기가 없는 것이 사람이니 그건 사람이 직립보행과 정상체위가 굳어지고 나서 그리 되었다는 설과 달거리 때 배란기가 바로 발정기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여느 동물이나 암컷이 번식을 할 시기 즉 임신 시기가 되어야만 발정을 하는데 비해 인간의 그것은 매달 이어지니 여성 입장에서 보면 매우 귀찮은 일이고 고역을 치르는 것이리라. 생태적 입장에서 보면 자연과 멀리 떨어진 생활을 줄곧 해왔던 사람이 임신이 잘 안되기 때문에 주기를 짧게 해서 생식능력을 보충해준 신의 배려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돼지는 한 배에 8-9마리, 많을 때는 열 마리까지 낳는다. 그래서 임신 이후 젖꼭지가 불어나는 숫자에 따라서 새끼가 나온다는 말도 있었다. 예전 개량이 덜 된 버크셔는 체중이 보통 90kg 150근이 되면 잡아먹는 기준이 되었으나 요즘에는 몸집이 훨씬 커져서 150kg 전후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요즘은 110kg 정도 되는 10개 월령(月齡) 암퇘지를 인공수정에 의해 교미를 하지만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집에서 한 두 마리, 많게는 열 마리 정도 소량으로 기를 때는 직접 접붙이기까지 해야 했다. 대개 발정은 21일 간격으로 반복되며 발정기간은 2.5일이다.
돼지는 발정이 시작되면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울어댄다. 마치 미친 듯이 우리 안을 쏘다니며 어쩔 줄 몰라한다. 밤낮 없이 울어대는 통에 집안이 평온할 리 없다. '왜 환장하게 혼자 두냐?'며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항의하고 급기야 우리를 뛰쳐나오는 것은 물론 사납고 포악해진다. 신체적 변화도 뚜렷하다. 암컷의 물건에서 암내 났다는 신호로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쉼 없이 흘러내리고 발갛게 충혈되어 탱탱 불어 오른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나 발정 났소. 어찌 할 거요. 얼른 조치하시오' 하고는 수컷과 합방을 요구하며, '저 문만 확 열어주면 되겠구만….'하고 바라지만 교배 적기가 아직 아닌지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발정시작 후 24시간이 되기를 기다린다.
이래도 사람들은 살림살이 늘어나는 경사를 맞이하여 3일쯤은 참아낸다. 곧 어른들은 읍내 오일장 약국에 가서 약을 사오는 등 긴장 상태에 들어가지만, 아이는 이걸 구실 삼아 공부 팽개치고 돼지와 노느라고 정신없다. 어른들이 소 다음으로 애지중지하며 기르는 '가보2호'에게 부지깽이나 삼지창을 들고 와서 암컷 거시기에 대고 툭툭 찔러대는 못된 놈들도 있었다.
새끼를 내려면 옆방에 수컷을 같이 기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때 수컷도 옆집 아가씨의 변화에 민감해진다. 암컷보다 이르게 성징(性徵)을 보이는 수컷은 나사못 같이 생긴 20cm 쯤 되는 긴 드릴형(形) 물건(글쓴이 註: 소와 개 등은 일자형이다)을 밖으로 내었다 안으로 집어넣었다 피스톤 운동을 손도 없이 잘도 반복한다. 집요하게 그 행위에 빠진 수컷은 기어이 하얀 뜨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드디어 하루가 지났다. 아버지께서는 장화를 신고 먼저 안으로 들어가셨다. 반가운 건지 참을 수 없어서인지 돼지가 아버지 옆으로 다가와 물려고 한다. "호랭이 물어갈 년이 어딜 물어!"하고 툭 발로 차버려 밀쳐 놓으면 잠시 온순해진다. "넷째야, 도치 갖과라" 하셨다. 도끼는 옆 우리를 터 주기 위해서다. 손에 쥔 '빠루망치'로 못을 빼고 도끼로 나무를 툭 쳐서 밀어낸다.
그 때였다. 건넌방에 있던 수컷이 "꽥꽥" 소리를 지를 겨를도 없이 쏜살같이 아버지 쪽으로 돌진했다. 그걸 예상한 당신이 몸을 살짝 피해주었기에 망정이지 큰일날 뻔했다. 비켜주자 속도를 약간 줄여 암놈 옆으로 다가선다. "흠흠~ 흠흠흠~" 암내를 맡고 접근하지만 쉬 암컷이 허락할 리 만무하다. 이러기를 서너 차례 했을까? 첫 시집가는 자리라 아무 경험 없는 암컷은 부끄러워서 그런지 거푸 거부한다. 수컷을 물기까지 한다. 지켜보던 형제들도 지쳐가기 시작했다.
암컷이 더 큰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컷을 사정없이 물어뜯고 저돌적으로 공격하는 사나운 맹수로 바뀐다. 아무도 어찌 해 볼 수 없다. 자칫 한눈 팔다가는 피투성이 수컷을 발견하게 된다. 지들끼리 알아서 동물적 본능을 잘도 알아서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