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인이 그리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서울시립정신지체인복지관 주관 '제17회 정신지체인 사생대회'

등록 2003.04.25 20:27수정 2003.04.26 08:45
0
원고료로 응원
a 사생대회에 참가해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정신지체 아동

사생대회에 참가해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정신지체 아동 ⓒ 이철용

지난 24일 화창한 봄날 오전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서는 '정신지체인 사생대회'가 열렸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사생대회는 7,8세 유치원생부터 40대 성인에 이르기까지 정신지체인과 가족, 관련단체 관계자 약 2천8백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 갈고 닦은 그림 실력을 발휘하고 놀이기구를 타며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이날 행사는 서울시립정신지체인복지관(관장 최의광)이 해마다 주관하는 행사로 횟수를 더할수록 더 많은 참가자들이 모여 성대하게 행사를 치르고 있다. 그간 사생대회는 넓은 공간에서 그림만 그릴 수 있어 참가자들과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놀이공원에서 행사가 열려 모든 참가자가 구경을 하거나 놀이기구를 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a 롯데월들 매직아일랜드에 걸린 현수막

롯데월들 매직아일랜드에 걸린 현수막 ⓒ 이철용

복지관측은 지능이 낮아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정신지체인들의 정서순화와 예술적인 소양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재활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더 나아가 정신지체인에 대한 편견이 많은 현실을 감안해서 정신지체인들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사회에 알림으로 정신지체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불평등을 다소나마 해소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었다.

이번에 참가한 대상은 수도권지역에 거주하는 자폐, 다운증후군을 포함하는 정신지체인과 시설에서 보호를 받거나 특수학교, 특수학급에 재학중인 정신지체인, 집에서 가족의 보호를 받고 있는 재가(在家) 정신지체인 등 거의 모든 정신지체인이 나이의 제한 없이 참석할 수 있는 열린 사생대회였다.

이번 행사는 특별히 정신지체인과 가족,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이 적극 참여한 행사이기도 했다.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의 소유주인 (주)롯데월드는 모든 참가차량의 무료주차와 참가자 전원 무료입장, 모든 놀이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배려를 했다. 이외에도 서울특별시, 한국IBM, (주)전국관광 등이 적극 후원했으며 10여 개 이상의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했다.

a

ⓒ 이철용

한국IBM과 (주)롯데월드, (주)전국관광은 회사공지를 통해 모두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행사를 진행하는 주최측에게 큰 힘이 되었다. 흔히 장애인 관련 행사를 치를 때 문제가 되는 것이 자원봉사자들이다. 대부분 대학생들의 봉사학점 등의 형태로 충원하는데 이번 행사는 대학의 시험기간과 겹쳐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러한 때 기업들에서 보내준 자원봉사자들은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큰 힘이 되었다.

행사를 담당했던 서울특별시립정신지체인복지관 조미숙 계장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순수한 봉사의 생각을 가진 학생들도 있지만 봉사학점을 이수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와는 달리 기업의 자원봉사자들의 경우 헌신적으로 장애인들을 보살펴 주어 원만히 행사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순서는 오전 11시 기념식을 시작으로 자유롭게 흩어져 그림을 그리고 식사 후에는 인솔 교사들과 함께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사회재활교사로 참석한 서울시립정신지체인복지관 이경아 사회복지사는 "예년에 비해 롯데월드라는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 등이 구비된 장소에서 행사를 열어 모두에게 즐거운 행사가 될 수 있었다"며 "지난해 보라매공원에서 사생대회를 할 때 비가 와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다행이 화창한 날씨인 것을 보니 하나님도 장애인들의 즐거운 하루를 바라시는 것" 같다고 했다.


행사를 진행한 조미숙 계장은 "사생대회 이름으로 모이는 행사가 해마다 반복되다보니 사생대회보다 다른 여가에 목적을 가진 참가자들이 많아 아쉽다"며 "앞으로는 이런 사생대회를 통해 장애인들의 감성이 자극되고 계속 그림을 그려 전문가들이 배출될 수 있는 기회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이제까지 양적인 확대에 가졌던 관심을 질적인 부분에 쏟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했다.

a 협동정신을 발휘해서 아름다운 작품을....

협동정신을 발휘해서 아름다운 작품을.... ⓒ 이철용

이날 그린 그림은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오는 5월 15일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 각각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입선 등 273명에게 시상을 하고 전시회를 갖게 된다. 지금까지는 전시회를 대방동 보라매공원 안의 복지관 뜰에서 했는데 가능하면 전문 화랑에서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복지관은 갖고 있다.

정신지체인의 작품에 대해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정신지체인만의 세계가 그대로 투영된 좋은 작품들이 상당히 많이 있기 때문에 잘 지도하고 개발하면 좋은 작가도 배출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