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다

구름이 있는 풍경

등록 2003.04.26 16:38수정 2003.05.13 11:4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김민수

지리하게 내리던 고사리 장마를 뒤로하고 맑게 개이기 시작하는 하늘에는 언제 비가 내렸었냐는 듯 햇살이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밉니다. 대지를 풍성하게 적셔주며 목말라하던 대지 위의 생명들에게 시원한 생명의 물을 흠뻑 전해주었던 빗방울이 어느새 하늘로 피어올라 뭉게구름이 되었습니다.


맑은 빗물을 먹고 쑥쑥 자란 새순이 뜨거운 햇살에 데기라도 할까봐 급히 올라가 뭉게구름이 되어 은은한 햇살을 비추어 주며 따가운 햇살이 비추어도 강인해 지도록 배려해 주는 것만 같습니다.

아직은 먹구름이지만 올망졸망한 오름과 구름이 만든 풍경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a

ⓒ 김민수

거의 하루가 끝나갈 무렵에 비가 개었기 때문인지 하얀 뭉게구름을 많이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드문드문 보이는 하얀 뭉게구름은 햇살이 비추이는 곳을 중심으로 점점 더 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겨우내 앙상하던 가지들마다 봄비로 새순들을 풍성하게 낼 것입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로 겨울을 보냈던 저 멀리 보이는 저 나무도 이번 봄비를 맞고서는 서둘러 자기 속에 있던 새순들을 속속들이 내어놓을 것입니다.


a

ⓒ 김민수

봄비는 생명입니다. 생명을 생명이게 하는 참다운 생명, 속에 간직하고 있던 것들을 모두 내어놓게 함으로 더욱 풍성한 계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생명입니다.

비 온 뒤 맑게 개이는 하늘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봅니다.


하늘이 주는 느낌은 아주 깨끗하다, 시원하다, 아름답다 등등 내가 알고 있는 최상의 수식어
들로 감사를 해도 모자랄만한 느낌입니다.

땅으로 올 때의 모습과 하늘로 갈 때의 모습, 그리고 지금 눈에 보이는 모습 모두가 다르지만 그 속내에는 생명을 살리는 생명수를 담고 있는 저 구름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

ⓒ 김민수

자연과 함께 있으면 편안해 지고,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행복해 집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물론 자연의 품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그렇게 편안하게, 행복하게, 감사하며 살아가고자 노력합니다. 개인적으로 적응을 잘하는 편입니다.

서울에서만 불혹의 나이까지 지내고, 머리싸움을 해야만 하는 기관목회를 하다가 농어촌교회에 온지 일 년만에 거반 시골사람이 되었으니 적응을 잘하는 셈이죠.

a

ⓒ 김민수

살다보면 비가 오는 날도 있고, 먹구름이 잔뜩 낀 날도 있습니다.
그 모든 날들을 양식으로 삼아 풍성하게 자라나는 자연, 우리의 삶에도 궂은 날도 있고, 고난의 날이 있을 것입니다만 그것을 삶의 양식으로 삼아 살아간다면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a

ⓒ 김민수

짧았지만 나의 삶의 여정을 생각해 봅니다.

지나고 나니 가장 힘들었던 시간에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그 때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어려움 속에서 눈물로 하소연하는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을 것이고, 귀를 기울인다고 해도 내 마음속 깊이 그들의 아픔이 각인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연, 언제 바라보아도 삶에 대한 무궁무진한 지혜의 소리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3. 3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4.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