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두고 벌어지는 세 남자의 우정

연극 <아트>, 4월 3일부터 5월 4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

등록 2003.04.27 20:30수정 2003.04.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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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의 봄, 영국문화원 근처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는 좋은 연극의 깊이를 몸소 체험케 하는 <아트>(연출 황재헌)가 공연 중에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작품적 완성도도 검증 받은 이 연극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다.

위로부터 이남희, 이대연, 안석환
위로부터 이남희, 이대연, 안석환루트원 엔터테인먼트
4월 3일부터 시작되어 5월 4일까지 계속될 이번 공연에는 한국 연극계의 자산인 안석환, 이대연, 이남희가 열연한다. 그림을 두고 말싸움하는 남자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이 작품은 무대 장식미보다는 세 남자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연극 <남자충동>과 영화 <넘버3>로 세 배우 중 가장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안석환은 호불호가 분명치 않은 착한 친구 역을 맡아 경박한 웃음과 수다로 관객들의 즐거움을 책임진다.

<오구-죽음의 형식>에 출연했었던 연기파 이남희는 약간 허위의식에 젖어사는 친구 역으로 출연, 치밀한 전투적 대사를 던져 관객들 가슴을 찌른다. <날 보러와요>와 영화 < YMCA 야구단 >으로 얼굴이 익은 이대연은 직선적인 성격의 친구로 등장, 이남희와 앙숙 연기의 결정적 장면들을 선보인다.

이 같은 호연을 무기로 갖고있는 <아트>는 서로 다른 성격의 친구들이 그림 하나 때문에 어떻게 서로를 할퀴고 우정이 틀어지고 화해해 우정을 지켜나가는지를 치밀하게 펼쳐 보인다. 원작이 갖고 있는 남자 심리의 완벽한 재현성을 바탕으로 세 치의 혀로 다투는 감정 싸움, 예술작품 수용에 대한 논쟁 등이 명연기자들에 힘입어 그 맛이 제대로 살아나 있다. 그 무대 위의 싸움을 지켜보는 관객은 두뇌 운동을 통해 그것들을 흡수하고 감동한다.

세 친구의 싸움 중 작품 수용에 대한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캔버스를 보고 세 친구는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는데 우리 또한 어떠한 작품을 두고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린다. 때로 그 감상은 자신의 애초 생각과는 달리 뒤늦게 바뀌곤 한다.

가령 작품이 알고있던 것보다 값비싼 것이거나 유명한 작가의 작품임을 뒤늦게 알았을 때, 또 비평가의 의견에 솔깃할 때 그 작품에 대한 자신의 느낌은 처음과는 달라진다. 여기서 우리는 허위의식과 지적 콤플렉스에 빠진 솔직하지 못한 인간들도 볼 수 있고, 무지한 인간들도 보고, 아무런 느낌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들을 보기도 한다.

세 부류의 유형은 <아트>의 세 친구 캐릭터에도 녹아있다. 그들은 그 차이 때문에 싸운다. 심지어는 감정 싸움으로 번져 절친한 친구를 인식공격까지 한다. 세 친구는 그러나 고집하던 서로의 주장을 접고 소통한다. 이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서로가 소원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영원한 우정을 바라기 때문이다.


흰 캔버스 일 뿐이라며 그 위에 스키 타는 사람을 그려 넣었던 친구는 결국, 그 낙서를 지우고는 그 작품이 한없이 내리는 눈 저 끝으로 스키 타는 사람이 사라지는 그림이라고 바꿔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친구가 된다.

우정을 비롯하여 인간관계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아트>는 자기 입장만 고집하는 현대 인간들에게 한번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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