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중립성이 무엇인가

살아있는 교육 실종 될 것

등록 2003.04.30 10:09수정 2003.04.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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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군에 위치한 관촌중학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전에 학생들의 가슴에 전쟁을 반대하는 버튼을 달고 등교해 반전 평화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된 학교다.

이 학교에서 도덕 과목을 가르치는 김형근 교사는, 당시 반전 버튼을 달게 된 동기에 대해 "교육활동은 언제나 삶의 활동 한가운데 있고,지행합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명의 존엄성과 평화의 가치를 깨닫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반전버튼을 착용하기로 했고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관촌중학교 전교생 194명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전쟁은 안 된다며 평화의 배지를 달고 등교하고 있어 화제가 됐었다.

이같은 반전 버튼 달기 운동은 전북지역의 다른 학교로 급속히 번져 나가 나중에는 버튼 주문을 해도 공급이 달리는 현상까지 발생했었다.
반전 평화 버튼 달기 운동은 학생회를 통해 자발적으로 확산되었고,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아 버튼 수요가 크게 늘어났었다.

그런데,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난 이제 와서, 반미교육으로 둔갑해 교육현장을 압박하고 있다. 전교조의 일부 공동 수업 자료가 너무 과격해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나 반미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교육부가 내세우는 유일한 증거이다.

그래서 교육부는 교육의 중립성이 필요하고 이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렇다면, 교육부가 말하는 교육의 중립성은 무엇을 말하고 누가 그 중립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할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현장 교사들은 이 점을 가장 우려한다.

반전 평화 버튼을 맨 처음 단 임실관촌중학교는 전교조 교사가 없는 학교다. 그 학교에서 한 교사가 삶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교육을 보여 주고 체험하도록 하기위해 반전평화 버튼 달기운동을 시작했다. 이 학교 김형근 교사는 정부가 반전평화 교육을 반미교육으로 비약시켜, 매도하고 처벌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특히 교육의 가치중립성 운운하는 것은 과거 파시즘 권력하에서 통제수단으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교육자는 일반 교육행정가와는 달리,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육활동을 전개해야 하며 양심과 성찰을 통해 정치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반인권적 조치가 있다던가, 전쟁이라든가 권력의 부정부패라든가 이런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더구나, 정보화 시대에 정부에서 가치중립성을 얘기하는 것은 시대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는 조건 속에서 어느 일반 가치를 못하게 막는 것은 자기 스스로의 모순이다라고 지적한다.


또 한가지 사례를 들어 보자.
교육의 중립성 강조는 교육현장의 교육을 죽어있는 교육으로 가져갈 것으로 우려한다. 전북 무주의 한 고등학교는 최근 학교 축제를 앞두고 여러 교사들이 머리를 짜내 미국과 관련한 자그마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대본도 교사들이 직접 짰다.

그런데, 교육부가 반미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수업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 교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 대본 가운데 일부 미국과 관련한 부분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교사들 스스로 생각한 것이다.

학교 축제를 준비 해온 이 학교 정용문 교사는 "교육부의 이같은 조치가 당장 학교현장에서 여러 가지 시사교육 자체가 이뤄지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다. 정 교사는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 의식없이 일상적으로 해왔던 부분인데, 교육부의 입장을 듣고 나니, 이제는 미국에 대한 언급까지 회피하게 된다.이게 교사들의 일반적인 속성이다. 제대로 알리는게 더 중요한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정교사는 이미,아이들이 미국에 대해 상당 부분 앞서 가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형편이라면 교사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이끌어 가지 못하고 애들 생각보다 뒤쳐지는 그런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우려했다.

또, 7차 교육과정은 자유롭고 활발한 시사토론 교육을 권장하는데 앞으로는 시사적이고 시의적절하게 이뤄져야 할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역사를 가르치는 정용문 교사는 "앞으로 살아있는 교육이 불가능해지는 것이죠, 제일 실망스런 부분은 다른 사회 각분야는 상당히 개혁적으로 가는데 오히려 교육 부분은 새정부들어 여러가지로 퇴보하는 징조가 보인다" 며 말문을 닫았다. 무엇을 위한 교육의 중립성인지, 다시금 새겨봐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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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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