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민주당 신주류가 주도하는 이른바 '통합개혁신당 창당' 움직임은 지난 7월 한화갑 전 대표의 '백지신당론'과 무척이나 닮았다. 두 신당론 모두 재보궐선거 이후 본격 논의되기 시작해 8월 정계개편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박상천 최고위원이 한 전 대표의 주장에 가세하며 '신당불가피론'을 주창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박 최고위원은 당시 △ 인적 구성의 발전적 변화 요구 △ 다자간 구도에서 민주당에 불리한 여론 등을 제시하며 신당창당의 시급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백지신당론'이 당시 노무현 후보를 흔들고 이한동,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한 반이회창 연대를 은연중에 지향하고 있었다는 점이 신주류의 신당론과는 다른 점이다. 반면 신주류의 통합개혁신당론은 개혁당과 한나라당 개혁파, 재야인사 등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범개혁세력연합'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실 한화갑 전 대표의 '백지신당론'은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궐선거에서의 민주당 참패,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지지도 하락, 친노·반노 세력간의 극한 대립 등 악재가 겹치면서 궁여지책 차원에서 불거져 나왔다. 정몽준·이한동·박근혜 등 제 3 후보군과의 통합 없이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정권재창출을 위한 강박관념의 부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시 친노 그룹에서는 한 전 대표의 '백지신당론'을 노 후보를 대통령 후보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노무현 흔들기'라고 비판하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노무현 후보는 8월 20일까지 완료해야 하고 '과거지향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전제하에 한 전 대표의 '백지신당론'을 수용했다.
공교롭게도 한화갑 전 대표와 박상천 최고위원의 당시 '신당불가피론'은 2003년 4월 현재 신주류 주도의 신당창당론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족쇄로 되돌아오고 있다. 특히 박상천 의원이 신당불가피론을 역설하면서 제시한 논거, 즉 인적구성의 발전적 변화요구와 다자간 구도에서 참패 등은 그 지향점이 다를 수 있으나 현재 신당창당이 왜 불가피한가를 동일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백지신당론' 주장한 한화갑·박상천 '신당창당' 거부 명분 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