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제공)
<기사 수정 : 5월 1일 오후 5시30분>
대통령과 '이적단체' 대표자가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5월 1일 밤 정재욱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신임 의장과 약 10여 미터 거리를 두고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여의도 MBC 100분 토론 스튜디오 안에서다.
노 대통령이 특별 출연한 MBC 100분 토론. 방청객 질문 시간에 몇사람의 방청객 질문이 오간 후 사회자 손석희 아나운서는 한 방청객에게 다가가 "혹시 대통령께서는 이 학생을 아는가"라고 물었다. 노 대통령이 기억을 더듬으려는 듯 한참을 보다가 "잘 모른다"라고 답하자 손 아나운서는 "한총련 의장"이라고 소개했다. 한 국가의 대통령과 그 국가가 이적단체라고 규정한 단체의 대표자와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공중파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MBC 측에 의해 마련됐다. 당초 지난 2월, 대통령 출연 토론을 준비하던 관계자들은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 컨셉을 정하고 그에 맞게 방청객을 섭외했다. 정씨도 연세대 신임 총학생회장으로서 그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이 토론회는 대구 지하철 참사로 연기됐고, 그 후 정씨는 한총련 의장에 당선됐다. 5월 1일로 다시 토론이 잡히고, MBC 측은 논란이 있었지만 정씨의 출연을 그대로 진행했다.
MBC 측은 한총련 의장의 토론 참여를 청와대측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 100분 토론 관계자는 "한총련 의장이 방청객으로 와서 질문한다는 것을 청와대에 미리 알리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경호상 신원조회를 위해 사전에 방청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청와대측에 넘겼기 때문에 청와대측에서 조회하던 도중 알아냈을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총련 의장을 소개받은 노 대통령은 패널들에 가려 잘 안보이는 듯 "어느 분이죠?"라며 "서서 한번…"이라고 말했다. 정재욱 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들고 "반갑습니다. 저는 대학생이고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입니다. 지금은 또 신임 한총련 의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노 대통령에게 한총련 합법화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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