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2일 서울 새남굿의 만신인 강옥림 씨(중요 무형문화제 104호)가 피학살자의 원혼을 달래고 있다.배경내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특별법 쟁취 투쟁본부'(아래 투쟁본부) 임광빈 본부장은 "지금으로부터 50년전 학살된 100만 원혼을 위로하고 그 진상을 알리기 위한 뜻깊은 행사"라며, 이번 서울 새남굿의 취지를 밝힌다. 고양금정굴공대위 이춘열 집행위원장은 "망자와 산 자가 함께 힘을 모아 위정자에게 통합특별법을 촉구하자"고 힘을 모은다.
현재 투쟁본부는 통합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을 진행중이나, 농성 64일째를 맞는 이날까지 국회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굿판 앞에 풍성히 쌓인 제수 뒤로 저승을 관장하는 10대왕의 초상들이 나란히 서 있고, 그 위로는 빨강·초록·노랑·하양·파랑 등 오색 천이 나풀거린다. 먼저 서울 새남굿의 만신인 강옥림 씨(서울 새남굿-중요 무형문화제 104호)는 10대왕들에게 구천지하를 떠돌고 있는 원혼들을 달래달라며 '중디밧산'이란 의례를 진행한다.
이어 머리 위로 큰머리를 쓰고 황금색 화려한 옷을 입은 뒤 굿판을 빙빙 돌며, 영혼들의 넋을 극락세계로 인도한다. 영혼들을 모신 멍석이 강씨의 뒤를 따르고, 유족들은 다시 영혼들의 뒤를 좇는다. '도령'이라는 의례다.
굿이 진행되면서 억울한 혼들은 유족들의 입으로 오열한다. 고양 금정굴에서 아버지를 잃은 서병규 금정굴유족회 회장은 "우리 아버지 불쌍해서 어떡해요? 왜 죽어야 돼요? 속상해요, 억울해요!"라며 땅을 치고 통곡한다. 충북 사리면 보도연맹 유족회 윤갑진 씨도 눈시울을 적시며 북받치는 설움을 참는다.
해원굿의 마지막은 '대가리기'. 만신은 무명과 베를 몸으로 찢어 이승과 저승을 잇는 길을 헤쳐준다. 이로써 억울함을 달래고 저승으로 인도된 영혼들은 이승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게 된다.
50여년 전의 강요된 죽음, 50여년 간의 강요된 침묵. 억울한 영혼의 넋은 조금이나마 위로 받았겠지만, 유족들의 오열은 '대가리기'가 끝난 이후에도 그칠 줄을 모른다.
벌써 3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통합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유족들의 오열은 소리없이 계속될 게다. 이 고통의 행진을 멈추는 것은 이제 국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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