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대북 강경파 럼스펠드는
북한 원자로 제공 ABB사 중역 출신"

<포춘>지 5월호서 보도...럼스펠드, 왜 침묵을 지키고 있나

등록 2003.05.04 14:29수정 2003.05.0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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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스펠드는 당시 ABB 이사진 가운데 유일한 미국인

지난 4월 28일 포춘(Fortune) 최근호에 럼스펠드의 대북커넥션에 대한 의문을 보도한 기사가 실렸다. 같은 날 인터넷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와이어도 "럼스펠드가 북핵 원자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점증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포춘지가 다룬 기사에 대한 내용을 보도했다.

a 럼스펠드가 과연 ABB사가 북에 핵원자로를 제공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럼스펠드가 과연 ABB사가 북에 핵원자로를 제공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 펜타곤 제공

포춘지는 이 기사에서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에너지 복합산업체 ABB사가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북한에 2기의 원자로에 대한 기본장비 및 기술자문 등을 제공하는 계약을 따낸 1998년 당시 럼스펠드가 이 회사의 중역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또한 기사는 전직 ABB사 간부로부터 이미 남한에 8개나 되는 핵원자로를 건설한 ABB사가 워싱턴 내부로의 통로를 확보하고 있었고 ABB사의 참여가 KEDO 사업진행의 핵심적인 부분이었다는 증언까지 덧붙이고 있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이러한 보도가 전혀 놀랄 만한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포춘지와 비즈니스 와이어의 보도가 이 내용을 더욱 심층적으로 조사하고 새로운 자료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이러한 의문스런 사항에 대해서 정작 관련 당사자인 럼스펠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결의한 바가 없다. 그리고 이것이 이사진들에게 보고되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언젠가는 공개적으로 답변해야 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바깥으로 발을 반쯤 뺀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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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스펠드, 바로 그가 핵을 북에 넘겼다?"

"럼스펠드는 북에 핵 제공한 ABB사 이사 출신"
<뉴스위크>, 2월 17일자에서 첫 폭로

▲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은 그들의 전임자들(클린턴 행정부)이 북한을 다뤄온 방법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폴 울포위츠(Paul Wolfowitz) 미 국방부 차관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는 대신에 2기의 경수로 제공을 약속한 1994년의 거래를 비난해왔다.


1998년 '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 평가위원회(The Commission To Assess the Ballistic Missile Threat to the United States)'의 의장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 역시 '클린턴의 추종자들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북이 관리하게 만들어버린 어설픈 거래'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당시에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은 바로 럼스펠드가 ABB의 이사라는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ABB사는 북한에 2기의 원자로를 제공하기로 하는 2억불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럼스펠드는 여전히 이 회사의 이사였다. ABB사는 이 계약을 5억 불을 받고 BNFL(British Nuclear Fuels Ltd.)에 팔아 넘겼다. 그리고 럼스펠드는 2001년 2월 부시행정부에 참여하기 위해 이사직을 그만뒀다.


ABB사의 원자로가 1994년의 협정으로 허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문가 애나 어릴리오(Anna Aurilio)는 '그 원자로의 잔해물질로 '더러운' 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럼스펠드는 북에게 어떤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원자로 판매와 관련된 질문을 하자 펜타곤의 빅토리아 클라크 대변인은 '럼스펠드 장관은 이 프로젝트가 이사진들에게 한번이라도 보고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 이 보도가 나간 이후 펜타곤으로부터 대변인의 언급에 대한 인용이 잘못되었다며 대변인의 정확한 언급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결의가 없었으며 럼스펠드는 이것이 이사진들에게 한번이라도 보고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고 정정보도 요청이 들어왔다. / A. L. Bardach
북미간의 긴장이 고조되던 올해 초 이래 처음으로 럼스펠드와 ABB사의 관계를 주목한 것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였다.

뉴스위크는 이미 지난 2월 17일 국제판 기사에서 부시행정부의 대표적 강경파인 럼스펠드가 ABB사의 중역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당시에 그가 맡았던 역할과 비중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적절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미국의 반전평화운동단체들에 의해서 이곳저곳으로 옮겨졌고 럼스펠드가 ABB사의 이사였다는 공개적인 사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묵과되고 무시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편으로는 ABB사가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벌여온 사업들과 연루된 비리혐의와 소비자들에 의해 제기된 각종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눈길이 쏠리기 시작했다.

포춘지에 의해서 이 내용이 다시 한번 보도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뉴스위크의 기사에 충격을 받은 미국의 한 시민운동단체에서 수주에 걸쳐 지난 7, 8년간 각종 언론에 보도된 ABB사 관련 기사들을 수집하고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한 뒤 포춘지를 포함한 몇몇 언론기관에 보낸 덕분이었다.

포춘지가 이 보고서의 내용을 기사화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이 보고서의 사본이 캐나다와 영국 및 유럽, 그리고 미국 내의 각 평화운동단체, 시민단체, UN 등에 발송됐고 아울러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4월 30일 폐회한 OECD 연례회의에도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국에 본사를 둔 대표적인 복합산업 다국적기업

처음 포춘지에 취재와 보도를 부탁한 미국 시민들의 문제인식은 부당하게 국고를 낭비시킨 각료출신 로비스트와 비리기업의 처벌, 그리고 확실한 감시기관의 운영을 내용으로 하는 요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포춘지 등은 현재 핫이슈가 되고 있는 북핵과 관련한 럼스펠드의 이중적인 태도 정도에만 초점을 맞추고 마는 분위기다.

지난 뉴스위크의 보도에서 (ABB사의 여러 관계자로부터 "럼스펠드가 당시에 이러한 계약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는 인터뷰 몇 개가 추가되었을 뿐)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포춘지의 보도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ABB사와 럼스펠드의 비리연루 의혹에 대해서 적극적인 취재와 깊이 있는 분석을 하는 주류언론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

a 취리히에서 열린 ABB사의 연례회의 모습

취리히에서 열린 ABB사의 연례회의 모습 ⓒ ABB 제공

최근 ABB사가 미국에서 내연재로 쓰이는 석면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으로 최소한 120억불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ABB사의 문제는 이미 무대의 중앙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ABB사의 문제가 럼스펠드와의 밀월 혹은 불공정한 거래에 관련돼 도마 위에 오를 경우, 럼스펠드가 북에 핵을 보낸 당사자인가 아닌가 하는 도덕성 문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스캔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은 대부분의 주류언론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복구사업 참여로 다시 재기하려나

모건-스탠리는 석면소송으로 ABB사가 입은 손실이 2001년에 6억9100만 불에 달한 것에 이어 2002년에는 1억6천만불의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2003년의 총수입은 겨우 1300만불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주식값은 주당 33불하던 3년 전에 비해 10분의 1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2불 98전(4월 29일 현재)에 불과하다. 무디스와 스탠다드 푸어사는 이미 ABB사의 주식을 Junk 등급으로 지정한 바 있다.

AP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29일 ABB사는 1/4분기에 기록한 손해가 4500만불에 달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것은 경제분석가들이 예상했던 1500만불 손해에 비해 훨씬 큰 폭이다.

그러나 ABB사는 자사의 석유, 가스, 석유화학 분야 사업체의 분리매각을 통해서 확보된 대금 15억불을 가지고 올해 말까지 부채를 65억불까지 줄이는 것과 동시에 올해 안으로 수익구조를 흑자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국제무역 차관 그랜트 알도나스는 지난 월요일(4월 28일) "이라크 복구사업은 미국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기업이 계약 책임자가 될 것이며 그 기업이 다른 하청기업들을 선택할 것이다. 이것은 WTO의 정부조달사업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의 무역담당 대변인 아란차 곤잘레스도 "ABB사"를 비롯한 몇몇 유럽기업들이 이라크 복구사업 입찰 과정의 개방 정도에 대해 문의해 왔다고 말해 이라크 복구사업에 ABB사가 참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사와 관계기관이 ABB사-럼스펠드 '관계'를 의도적으로 무시"
<포춘>지에 제공된 시민단체의 보고서

▲ 반전시위에 등장한 럼스펠드를 풍자한 인형
이 보고서는 럼스펠드와 ABB사의 관계, 그리고 ABB사가 국제적으로 벌여온 사업들에 관련된 공개된 자료들만을 가지고서 럼스펠드가 어떻게 ABB사의 이해관계를 위해 일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모두 각종 신문과 보고서, 공개된 자료들을 시기적으로 나열한 것일 뿐인 보고서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발췌 요약한 것이다. 보고서는 이 내용들을 취합하면서 럼스펠드와 ABB사가 저질러온 숱한 부정행위들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과 그 거래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밝혀지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는 결론, '정부와 기업 사이에 저질러지고 있는 부패'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언론사나 관련기관의 직무유기를 지적하고 있다....[필자 주]


"94년부터 96년까지 3년을 연속해서 파이낸셜 타임즈가 선정하는 "세계 가장 훌륭한 기업 리스트(World's Most Respected Company List)"에서 1위를 차지했던 적이 있는 ABB사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100개가 넘는 나라에 있는 52개가 넘는 자회사로 이루어진 다국적기업이다."

"럼스펠드가 GE(General Electronic Co.)사에 이어 규모 면에서는 두 번째로 큰 다국적 에너지 복합 산업체 ABB사(Asea Brown Boveri, Ltd.)의 중역이었다는 것은 숨겨진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언론의 조명을 받아오지 못했다."

"이집트를 비롯, 남미의 칠레, 또 동남아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지역은 물론 중국의 삼협댐 공사에도 참여한 바 있는 ABB사는 그러나 각종 뇌물수수와 공정거래위반, 가격담합, 카르텔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벌금을 추징 당하거나 사업자 선정에서 제외된 경험이 있는 전형적인 저개발국 진출전문 다국적기업이다."

"이러한 부패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90년대 중반에 행해진 이집트 아부 라와쉬 지역의 수자원개발계획 입찰에서 시도한 뇌물수수, 담합입찰 행위였다. 2001년 4월 13일자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ABB사는 이 날 미국정부가 자금지원을 한 이 프로젝트에 무려 7년에 걸쳐 시도한 부정행위에 따른 벌금으로 6천3백만불을 지불하는데 합의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럼스펠드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ABB사가 유럽(독일 등), 아프리카(이집트 등), 남미(칠레 등), 그리고 아시아(말레이시아 등) 지역에서 이러한 각종 부정행위로 인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수출입은행(Ex-Im Bank)이나 세계은행(World Bank)으로부터 단 한번도 적절한 제재조치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ABB사는 미 국방부가 시행하는 여러 건의 계약을 수주받고 국제적인 유수의 기업들과 합작, 연합하며 사세를 키워갔다. ABB사가 따낸 국방부의 계약은 거의 1억불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럼스펠드가 ABB사 이사진 가운데 유일한 미국인이라는 것도 특기할 만 하다."

"이것은 ABB사가 전직 국방장관이었던 (럼스펠드는 70년대에 이미 국방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그를 통해서 워싱턴에 광범위한 커넥션을 만들고 이용하려 했다는 의심을 할만한 충분한 이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관련된 사건들의 연관관계를 추적하고 조사해야 할 언론사나 관계기관은 ABB의 여러 자회사들로부터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개별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ABB사와 럼스펠드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무시함으로써 관련자들을 비호해온 셈이다."

이밖에도 이 보고서에는 럼스펠드 뿐만이 아니라 핼리버튼(Halliburton)의 중역으로 있었던 딕 체니 현부통령의 부패혐의에 대해서도 ABB사가 핼리버튼(Halliburton)사에 제공한 기술과 장비들을 시기별로 나열하는 방식을 통해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또 보고서에 등장하는 경부고속전철사업에 참여했던 알스톰(Alstom)사가 2000년 2월 당시 ABB사의 소유였다는 점은 한국의 정계에 대한 로비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ABB사는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주로 저개발국가들의 댐 건설사업에 뇌물을 사용하거나 담합결성 등을 통해서 비싸게 계약하는 방법으로 엄청난 이득을 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 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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