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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일출봉 근처의 바다에서 바라본 일출 ⓒ 김민수
새벽예배를 마치고 나니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일출의 광경, 볼 수만 있다면 참으로 아름답겠다 생각을 하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일출 보고 새벽어시장에 가서 오징어하고 생선이나 조금 사옵시다."
만원 한 장을 달랑 호주머니에 넣고는 집을 나선다.
종달리 앞바다는 썰물때가 되어 너른 모래사장을 드러내 놓았다. 햇살 맑은 날 너른 모래사장에서 조개를 캐는 아낙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는 듯해서 쓸쓸하기도 하다.
기대했던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안개에 가려진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듣는 파도소리는 밤새 거북했던 속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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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치를 소금과 버무리는 아악들 ⓒ 김민수
일출을 본 뒤 성산포 새벽어시장을 찾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고깃배는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 배에서 내려진 멸치에 소금을 버무려 멸치젓을 만드는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아, 저렇게 멸치젓이 만들어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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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포 어시장의 적막함이 만선의 꿈이 좌절되었음을 보여준다. ⓒ 김민수
배에서 내려지자마자 소금과 함께 드럼통에 담겨지는 멸치들은 오랜 시간 삭고 또 삭아 멸치젓으로, 액젓으로 우리의 식탁에 오를 것이다.
새벽 이른 시간에 땀을 흘리는 아낙들의 땀방울을 우리의 식탁에서 대하는구나 생각하니 이른 시간 이마에 송글거리는 땀을 닦아내며 일에 열중하는 아낙들의 땀방울이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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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에 버무려져 드럼통에 담겨진 멸치 ⓒ 김민수
어느덧 드럼통에는 소금과 함께 버무려진 멸치들이 하나 둘 채워진다. 수많은 드럼통이 멸치의 아릿한 비린내를 풍기며 새벽어시장의 장승처럼 우뚝 서있다.
멸치철인가보다 생각하며 어부들의 모습을 본다.
"많이 잡으셨어요?"
"잡긴, 뭘잡쑤꽈?"
물어본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퉁명하게 쏘아붙이는 어부의 말에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라고 물으려던 다음 말은 목젖을 타고 내려가 버린다.
담배연기를 깊이 빨아 '후!'내쉬는 한 숨은 지난 밤 먼바다에서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는 의미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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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산 갈치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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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어 ⓒ 김민수
경매에 들어가기 전 나무상자 안에 고기들이 정렬된다. 시간은 6시 30분인데 아직 배가 덜 들어온 것인지 아니면 다 들어왔는데 저 정도인 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밤새 수고해서 저만큼 밖에 안 된 것이라면 기름값도 안나올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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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코돔(?),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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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갱이 ⓒ 김민수
나무 상자 안에 담겨진 고기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마치 일렬로 줄을 서서 자신의 경매차례를 기다리며 "높은 가격 쳐주소!"하는 듯 하다. 낚시바늘에 몸이 상한 것들과 잡어는 따로 선별되어 시장 뒤편에서 싼값에 판매를 한다. 바로 먹을 것이라면 상처가 조금 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으니 만원에 오징어 다섯 마리와 고등어 세 마리, 돔 다섯 마리와 이름 모를 잡어를 두 마리 얹어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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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아이들 아침상에 올리려고 오징어와 고등어를 손질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무겁다.
수고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왜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지, 신문지상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만큼의 돈이 아무렇지도 않게 억억거리는데 경매 때 많아야 만원도 못 받는 생선 한 상자를 장만하기는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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