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정체성 논쟁' 본격 2라운드 시작

개혁파 '수평통합론'-민주당 중심 '수직통합론' 팽팽히 맞설듯

등록 2003.05.03 15:48수정 2003.05.03 20:53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5월 2일 열린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건설을 위한 긴급토론회. 유시민 개혁당 의원은 개혁신당에 함께 참여해야 할 5가지 흐름의 개혁세력을 제시했다.
지난 5월 2일 열린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건설을 위한 긴급토론회. 유시민 개혁당 의원은 개혁신당에 함께 참여해야 할 5가지 흐름의 개혁세력을 제시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신당 창당 2라운드의 서막이 올랐다. 신당 창당에 동참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신구주류가 팽팽한 세싸움을 벌인 것이 '1라운드'였다면 2라운드는 신당의 주체, 신당의 중심은 어떤 세력이어야 하는가를 놓고 벌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신당 창당을 둘러싼 2라운드 중심 쟁탈전은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지적했던 향후 신당의 이념과 노선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논쟁이 가속화되면서 '민주당 법통 계승'을 최후 방어막으로 상정하고 있는 구주류 측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자칫 대립이 격화될 경우 일부 강경 구주류 세력의 '참여불가론'으로 이어지면서 신주류측이 내심 기대하고 있는 구주류의 자발적 탈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주류측은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개혁세력의 수평적 결합'을, 구주류측은 민주당 법통 계승을 통한 '민주당 중심의 수직적 결합'을 주장하며 2라운드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중심 신당 반대…개혁 선명성 강화에 치중할 듯

[신주류 쪽의 수평적 결합론] 신주류 측은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개혁세력의 결합 범위를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당내 개혁세력의 결집은 이미 견고하게 굳어졌다고 보고 개혁국민정당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일부 세력에까지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신주류쪽 정동영 의원은 지난 2일 경남참여운동본부 창립총회에 참석해 "개혁국민정당과 민주노동당 등 양심세력까지 함께 하는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개혁세력 연대의 폭을 처음 언급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권영길 후보가 얻은 표를 합쳐 진보세력은 53%의 득표를 했다"며 "한나라당은 37%의 득표를 했는데 국회를 보면 한나라당이 57%다. 이런 불일치를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창당될 신당이 개혁과 진보를 아우르는 범개혁진보정당임을 확인한 것이다.

지난 4월 28일 22명의 민주당 개혁파 의원들은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강력히 주장했다.
지난 4월 28일 22명의 민주당 개혁파 의원들은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강력히 주장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신기남 의원도 이날 창립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흐리멍텅한 신당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개혁의 선명성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혁신당론'에 무게를 실었다.


천정배 의원도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이 중심이 되는 정균환식 통합신당으로 안 된다면서 그것은 또하나의 기득권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법통은 계승하되 민주당 중심의 외연확대로는 지역구도를 깨고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유시민 개혁당 의원은 보다 구체적으로 개혁신당의 주체세력을 △ 민주당 안의 개혁세력 △ 한나라당 개혁파 △ 40대와 50대의 시민사회 지도자들 △ 개혁당과 개별적인 개혁 정치인 △ 소속 정당이 없는 정치인으로서 영·호남 지역에서 두 패권정당에 대항해 승리를 거두었거나 유권자의 높은 신임을 획득한 분 등 5가지로 나누어 제시했다. 여기에 민주당 구주류는 포함되지 않았다.


잇달은 신당 참여 선언 속 '통합신당론' 강조…"개혁과 보수 연합해야" 주장도

[구주류 쪽의 수직적 결합론] 신당 참여는 '대세'로 굳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구주류 인사들의 인식이다. 정균환 원내총무, 박상천 최고위원, 한광옥 최고위원 등이 잇달아 신당 참여를 선언하고 나섰고, 한화갑 전 대표도 신당 참여 쪽으로 마음을 굳힌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의 법통을 반드시 계승해야 한다는 점과 개혁과 보수의 연합 형태가 돼야 한다는 '통합신당론'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균환 총무는 "신당 창당에 있어 민주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의 우월적 지위 인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진보개혁세력과 합리적 보수세력이 두 날개를 갖는 국민정당으로 발전돼야 한다"며 개혁세력 중심의 이념정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신당의 향후 노선에 대해서도 "수구냉전세력에 반대하는 모든 평화 개혁세력과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민주당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존중하는 모든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이뤄내야 하며 특정세력을 배제하는 독선적 분열의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민주당 중심의 통합정당론'을 역설하고 있는 정균환 민주당 원내총무.
'민주당 중심의 통합정당론'을 역설하고 있는 정균환 민주당 원내총무.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광옥 최고위원도 민주당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있어 가장 뿌리 깊고 정통성과 당위성을 지닌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새로 만들어지는 신당은 '통합형 개혁신당'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당 논의를 중단하고 개혁안 통과에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중도파 모임인 '통합개혁모임' 강운태 간사는 3일 "통합신당이니 개혁신당이니 하는 것은 말장난이고 밥그릇 챙기기"라며 신당 창당 논의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강 의원은 현재 신당론을 순서가 잘못됐다면서 개혁의 본질부터 마련하고 이후에 신당이든 재창당이든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심지어 "통합신당이니 개혁신당이니 하는 것은 말장난이고 밥그릇 챙기기"라고까지 신주류 측을 비난하기도 했다.

정체성 논란 직후 일부 이탈 가능성도 제기

[향후 전망]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신당 창당 논의가 중도 폐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부산, 경남, 강원, 호남 등의 소장파 개혁정치인들이 신당 참여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서고 있고, 민주당 구주류측도 이를 대세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앞날은 지뢰밭이다. 조만간 정체성 논쟁으로 옮겨 붙을 신당 논의 2라운드는 1라운드 보다 한층 더 격렬한 논쟁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참여 대상으로 올려놓은 민주노동당은 "각자 갈 길을 가면된다"며 동참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민주당 외 개혁세력의 세규합에 성공할지도 아직 낙관하기 힘들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주류와 구주류의 신당 정체성, 중심세력 논란이 어느 정도 진행될 경우 신당으로 옮겨 탈 세력과 현재에 머무를 세력이 분명해 지면서 결국 민주당은 두 동강날 수도 있다. 다만 어느 쪽이 더많은 세력을 안고 이탈하느냐가 신당 창당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당창당추진위원회가 민주당 당무회의를 거쳐 구성돼 본격 인선에 들어갈 때 더욱 첨예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