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국적 구분 무의미”vs“초국적 자본 구분은 필요”

참여연대와 대안연대, 무엇이 다른가

등록 2003.05.06 15:57수정 2003.05.07 03:12
0
원고료로 응원
대안연대회의 이찬근 교수는 “장하성 교수가 대안연대회의 입장을 크게 오해하고 있다”면서 “(대안연대는) IMF 이후 김대중 정부에 의해 도입된 경제개혁 조치가 초국적 금융자본의 광포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돼 있었고, 이를 비판해 왔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교수가 지적한 ‘참여연대와 대안연대’ 사이의 차이점과 대안연대의 방향이다....<편집자 주>


참여연대와 대안연대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로 대표할 수 있는 주류 재벌개혁론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한국경제의 주된 모순은 재벌을 위시한 기득권 세력이 여전히 경제민주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며, 국내 재벌이건 해외자본이건 예외 없이 독과점적 초과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자본의 국적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해외자본에 의한 지배권 위협을 이유로 재벌개혁을 늦추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
- "좌파가 ' 보수기득 ' 과 손잡다니요 장 교수님, 이념 빼고 토론합시다"

이에 맞선 대안연대 측의 논자들은 “한국경제가 직면한 최대의 모순은 그간 무방비 상태로 추진되어온 자본자유화와 금융개방으로 인해 국민경제가 초국적 금융자본에 포위되었다는 것이며, 재벌은 법적 성격이야 어찌됐건 국적자본으로서 사회적 국민적 요구를 숙명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초국적 자본과 구분되어야 하며, 바로 이 때문에 재벌의 지배권이 손쉽게 외국자본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서 현행 재벌개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장하성 교수는 대안연대를 오해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대안연대간의 현실인식이 이렇듯 상이한 만큼, 향후 논쟁은 <진정 외국자본의 폐해를 크게 우려할 만큼 국민경제 상황이 지난 5년간의 개혁을 통해 변화했는가?> <과연 자본에 국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국적성을 존중할 가치가 있는가?> <자본의 국적을 인정할 경우, 지배권을 안정시키면서도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마련이 가능한가?> 등과 같은 실사구시적인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안연대회의 정승일 박사(베를린자유대)는 "대기업에 대한 민족적 소유 통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대안연대회의 정승일 박사(베를린자유대)는 "대기업에 대한 민족적 소유 통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참여연대와 대안연대는 이제부터는 상대를 시대착오적 민족주의 집단으로 규정한다거나 월스트리트를 추종하는 신자유주의 분파세력으로 단죄하는 원색적 이념적 논쟁을 넘어, 보다 건설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장 교수께서는 이번 인터뷰를 보건대 대안연대의 입장을 크게 오해하고 있다. 특히 시대착오적 집단이란 지적은 도에 지나쳤다. 대안연대는 2001년 4월에 창설된 연대회의체로서 IMF 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에 의해 도입된 제반 경제개혁 조치가 초국적 금융자본의 광포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결여함으로써 ‘최소한의 조절 및 방어기제’도 마련하지 않고 있음을 줄곧 비판해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안연대가 요구하는 핵심이 ‘최소한의 조절 및 방어기제 마련’이라는 점이다. 대안연대는 해외시장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상 우리경제가 세계화의 압력이나 교역상대국의 개방 및 자유화 요구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시장, 금융 세계화의 압력으로부터 국민경제를 보호하자는 것

다시 말해 한국경제가 금융세계화란 강력한 시대흐름에 거꾸로 갈 수 있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단 지정학적인 특수성과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에 비추어볼 때 유사시에도 우리나라가 대외 협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매우 협소하므로, 시장세계화 금융세계화의 압력으로부터 국민경제를 보호할 최소한의 ‘작은 안전장치(small safety devices)’를 고안하자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재벌들이 경영권을 안정화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재벌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재벌들이 경영권을 안정화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재벌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따라서 대안연대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작은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란 특성에 내재된 구조적 취약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지혜를 모아 풀어 나가자는 입장인 바, 이미 개방된 우리경제의 문을 다시 걸어 잠그자고 주장하는 시대착오적 집단이 결코 아니다.

그러면 “작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명분에 기대어 자칫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에 의존하고 그럼으로써 또다시 박정희식 지령형 국가주도 경제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시대 역행을 막아야 하겠기에 대안연대는 늘 고민해왔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전횡을 일삼는 국가주도형 경제로의 복귀가 아니라, 정부가 시장 조성자로서 역할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앞서 지적한 “작은 안전장치” 역시 시장제도의 일부인 바, 정부는 이러한 시장제도가 창출되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되, 정부의 실패라는 고질적인 폐해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작은 안전장치”의 작동 메커니즘은 시장 친화적 혹은 시장 진화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장이라고 하는 기본 틀 위에서 민간 경제주체들에 의한 자율적인 위험 및 책임분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우리 국민은 결코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이를 빌미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과거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으며, 대안연대 학자들도 이러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2. 2 엄마 아닌 여자, 돌싱 순자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엄마 아닌 여자, 돌싱 순자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3. 3 [단독] 홍준표 측근, 미래한국연구소에 1억 빌려줘 "전화비 없다고 해서" [단독] 홍준표 측근, 미래한국연구소에 1억 빌려줘 "전화비 없다고 해서"
  4. 4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5. 5 고3 엄마가 수능 날까지 '입단속' 하는 이유 고3 엄마가 수능 날까지 '입단속' 하는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