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81

등록 2003.05.06 17:55수정 2003.05.0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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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에 유리가 맡은 일은 매우 큰 건수였다. 부여의 마가 저여가 한 호민에게 빌려준 상당량의 곡식과 금을 받아내는 일이었다.

"그 자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하는데."


유리는 같은 패거리인 옥지, 구추, 도조를 모아놓고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마가가 무슨 약점을 잡혔는지는 몰라도 빌려준 물건들을 되돌려 받지 못해 안달이 났더라구. 그 권력이면 뭔들 못하겠어? 그런데도 우리한테 이런 일을 부탁할 정도니 말이야."

옥지가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가녀린 목소리로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형님, 도대체 떼인 물건이 얼마나 돈다고 하오?"

"백미 50석에 금덩이 10개, 수달피 10장, 비단 20필이라고 하더라."


"우와! 그 많은 걸 어떻게 들고 온단 말이오?"

구추의 말에 유리가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


"이 녀석아! 우리가 어디 딱딱 맞춰서 물건을 찾아왔냐! 이자 쳐서 닥치는 데로 값난 것을 들고 오면 되는 거지! 우리가 못 들고 오면 자기네들이 짊어지고 오게 하면 될 거 아냐!"

"그런데 그쪽도 만만치 않다고 하더이다. 듣자하니 바우 패거리들이 붙어 있다는데......"

"바우 패거리? 그놈들이 있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리로서도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다. 바우 패는 유리의 패거리와 함께 부여에서는 알아주는 무뢰한들이었다.

"그리고 마가가 부탁한 게 한가지 더 있는데요......"

도조가 우물쭈물 거리며 넌지시 말했다.

"뭔데?"

"그 자를 처치해 달랍니다."

"뭐 이 자식아? 그건 그 자리에서 안 된다고 해야지!"

부여의 법에 따르면 살인자는 무조건 사형에 처한다고 되어 있을 정도로 용서가 없었다. 그 때문이 아니더라도 유리는 애초부터 살인 따위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터였다.

"그럼 이러자구. 그 녀석을 잡아서 마가에게 데려가는 거야. 지가 죽이던 살리던 맘대로 하라 그러지 뭐. 왜 그런 것까지 우리한테 시켜?"

"하지만 형님, 그러면 우리 몫이나 제대로 챙길 수 있을까요?"

유리가 답답하다는 듯 옥지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야, 우리 몫부터 챙긴 후 흥정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자꾸 신소리 하면 마가고 뭐고 간에 들이박아 버리면 그만이지!"

유리는 자신 있게 말하고선 패거리들을 이끌고 문제의 호민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리는 문을 쾅쾅 두드리며 소리쳤다.

"야! 빚 받으러 왔으니 당장 이 문열어!"

당장 문이 활짝 열리더니 떡대 좋은 사내가 자기 패거리 서넛을 뒤에 둔 채 유리를 노려 보고 있었다. 그들은 바우 패거리였는데 유리를 보더니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어떤 바보 녀석들이 온 다고 하길래 기다렸더니 네 놈이었냐?"

유리는 바우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잽싸게 몸을 날려 발로 바우의 배를 걷어찼다. 바우가 뒤로 나가자빠지자 그의 패거리들이 동시에 덤벼들었지만 유리와 그의 패거리들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후 도리어 문 밖으로 쫓겨났다.

"뭐야 이거 너무 시시하잖아?"

유리는 배를 움켜쥐고 쓰러져 뒹굴고 잇는 바우를 한번 지끈 밟아준 다음 패거리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유리 일행이 막 방으로 들어서 물건을 뒤지려는 찰나 방문이 벌컥 열리며 저여에게 곡식과 금을 빌렸다는 호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냐? 마가께서 좀 보자 신다. 좀 따라가 줘야겠는데?"

그 호민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유리를 쳐다보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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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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