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이순덕 어머니에게 생계수단이자 삶의 젖줄이다.허철희
시집온 후 부안 읍내로 나가 7년을 산 것 빼고는 계화도를 떠나본 적이 없는 순덕 어머니는 요즘 고민이 많다. 하루가 다르게 죽어 가는 갯벌을 보면 살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하루 4시간 뻘에 나가 생합과 백합, 동죽들을 주어 판 수익이 재작년까지 한 달에 2백만원 하던 것이 작년엔 1백만원으로 줄더니 올해는 40만원도 채 안 되기 때문이다. 물길이 다 막히면 이마저도 없어질 것이다. 평생을 지낸 이곳을 떠나 어디로 나가 산단 말인가. 요즘은 통 밥맛도 없고 잠도 오질 않는다.
"마을사람들은 이제 다 끝났다고 혀. 지난해 5월 해창석산 싸움 이후론 마을사람들도 더 이상 소릴 안내. 게다가 노무현이가 지난번에 와서 새만금 사업을 계속 허겄다고 말허고 간 뒤로는 '다 끝났다' 그래."
지난해 5월, 계화도 주민과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은 방조제 공사로 산허리가 없어져가는 해창산에서 농성을 했다. 순덕 어머니는 마을주민에서 유일하게 여성으로 농성에 참가해 현대중기 포크레인을 온몸으로 막았다.
2주일을 끌었을까. 현대건설과 농업기반공사는 '용역'을 시켜 이들을 산에서 끌어내렸고 이들을 상대로 업무방해와 손해배상소송을 했다. 이 때문에 생전 처음 재판정에 선 순덕 어머니는 판사가 무시무시한 벌금을 때릴까봐 숨죽이며 판결을 지켜봐야 했다.
"이제는 바다만 보면 왠지 슬퍼"
"3보1배 하루 뒤따라가면서 하루종일 울기만 했어. 그냥 맘이 너무 아퍼서."
지금이라도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보자며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네 사람은 부안 해창갯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세 번 걷고 한 벌 절하며 걷고 있다.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냐며 순덕 어머니는 눈물을 훔친다.
순덕 어머니는 요즘 부쩍 몸이 아프다. 갯벌 나가 열 번을 왔다갔다 해도 생합을 잡지 못하고 헛손질만 하다 오니 더 아프다. 어제는 마을 아줌마들끼리 안면도에 다녀왔다. 꽃구경을 나섰던 것이지만 순덕 어머니는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다 왔다.
"지금 공사를 멈추고 두어군데 다리로 연결해서 물길을 열어 놓으면 갯벌이 죽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거 같은디. 그렇게라도 해서 어민도 좀 살고 관광수익도 올리고 하면 안 좋을까?"
가만 놔뒀으면 그대로 저금통장이던 갯벌. 순덕 어머니는 "이제는 바다만 보면 왜 그런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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