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뻬바지 입고 반짝이옷 걸치고

서강대 명물 박동주군을 소개합니다

등록 2003.05.09 08:52수정 2003.05.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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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을 불허하는 서강대의 패션 리더, 박동주 (인문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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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성

이번해 서강대학교 인문학부 새내기가 된 박동주씨. 입학한 지 두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과에서 박동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학교의 명물이 되었다. 우리학교의 튀는 새내기를 취재해보고 싶다는 말에 "동주 소개시켜드릴게요, 동주 보셔야돼요"하며 호들갑을 떠는 후배를 보고 '뭘 저렇게 호들갑을 부릴까'했는데 막상 후배가 데리고 온 그를 보고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덥수룩한 머리에 레드 브릿지, 보랏빛의 안경, 쫄나염티에 밑에 바쳐입은 건 헉! 그 이름도 유명한 '몸·빼·바·지'아닌가! 여성용 터틀백에다 어디서 샀는지 출처가 너무나 궁금한 빨간 비닐가방까지 어깨에 척 걸쳤다. "목이 좀 심심해서" 둘렀다는 현수막용 빨간 천조각위에는 매직으로 쓰여진 "No War"라는 구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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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성

"길을 가다보면 사진 같이 찍자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모델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음악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패션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서 연구용(?)으로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들도 있단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해요. 지하철을 타면 제 주위로 다가와서 빙빙 돌며 신기해하거든요."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특별하거나 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취향이나 선호는 누구나 다른 것이며 자신 또한 패션에 대한 다른 취향을 가졌을 뿐이란다.

"누구나 옷을 살 때 다른 사람이 봐주길 기대하잖아요. 신세대들의 경우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싶어하는 경향도 강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행만 쫓아가며 옷을 입는 친구들이 많아요. 결국 거리는 비슷비슷한 사람들로 채워지는거죠.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지만 유행에 뒤지지 않기 위해 이런 색깔과 이런 모양의 옷을 살 수밖에 없는 거예요."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고 극구 주장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함께 걸으며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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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성

"쟤 모델이야?"
"쟤 우리 학교 학생인가봐."
"여자야, 남자야?"

그렇다면 박동주씨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어떨까?


"건대를 다닐 때는(박동주씨는 건대를 한학기 다니다 늦깎이로 서강대에 입학한 82년생 03학번이다) 고학번 선배형들은 남자가 이런 옷을 입는다고 구박하시는 경우도 많았어요. 특히 엄마옷이라도 입고오는 날에는 '갈아입고 와라' '앞에 나타나지 마라'고 구박하세요. 그러면 저는 웃으면서 '에이, 형도 입고 싶어 그러죠?'하거나 '살 빼면 빌려드릴게요'하고 눙쳐요. 형들도 악의없이 하는 말이니까 대개 웃으며 넘어가죠. 서강대 들어오고나서는 특별히 구박하는 선배나 친구들도 없더라구요."

박동주씨는 자신의 이런 스타일을 좋아해주는 친구들이 무척 고맙다고.

"자신들에게는 파격적인 스타일을 입으니까 신기한가봐요. 새 옷을 입고오거나 악세사리 하나만 바꾸어도 관심을 가져주거든요. 오히려 저를 더 세심하게 바라봐주는 것같아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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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성

박동주씨는 꽤 마른 체형이다. 어깨도 좁고 허리도 왠만한 여자들이 울고갈 정도로 가늘다. 박동주씨의 스타일은 이러한 체형적 특징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몸이 워낙 말라서 남성복을 입으면 더 빈약해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마른 체형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다는 박동주씨. 그는 이런 옷들을 도대체 어디에서 공수해오는 걸까?

"주로 여성복 매장에 가서 사요. 백화점도 가고 동대문 시장도 다녀보고. 제가 눈이 좀 까다로운 편이라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마음에 드는 옷 한 벌 찾기가 어려워요. 가끔은 엄마의 옷장을 뒤져서 엄마가 입지않는 옷을 고쳐 입기도 하구요."

지금 입고나온 몸뻬바지도 엄마 것이라고 한다.

"제가 비대칭적인 스타일을 좋아해서 옷을 많이 고쳐입어요. 보통 옷을 사도 수선을 해서 입으면 나만의 옷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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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성

자신의 옷 중에 본인이 보기에도 파격적인 옷을 말해달라고 했더니 "별로 없는데…"하면서 "반짝이옷이나 랩스커트 정도…?"한다. 흐익~ 랩스커트라고?

"많이 입고다니는데. 부모님들도 좋아하시는데."

오히려 놀라는 필자가 이상하다는 듯 어리둥절해하며 머리를 긁는 박동주씨.

인터뷰 내내 "나는 평범하다"를 주장한 박동주씨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 패션 코디네이터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인문학 쪽의 공부를 깊이있게 해보고 싶단다. 자신의 개성을 자신있게,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드러내는 박동주씨, 그의 앞길이 창창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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