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이 주의 새 책들

<나를 배반한 역사> <그대에게 꽃을> <마음동자>

등록 2003.05.09 13:26수정 2003.05.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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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배반한 역사>
<나를 배반한 역사>인물과사상사
"주류가 사회진화론과 민족개조론 등 자본주의적 개발주의 사상이라는 허상 속에서 헤매고 있었을 때 비주류가 인본주의에 훨씬 더 가까운 목소리를 낸 것이 한국적 근대의 모습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과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를 통해 한국인보다 더 정확히 한국적 병폐를 짚어내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대학 한국학 교수)가 '엘리트주의적 관점에서 서술된 한국의 근대사는 여전히 비판할 수 없는 성역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냈다. <나를 배반한 역사>(인물과사상사).


이번 책을 통해 박노자는 '동학의 무장운동을 무지몽매한 백성들의 소란으로 매도하고, 계몽 엘리트에 의한 정국운영만을 구상했으며, 인간의 가치를 국가권력의 부속물로 여긴 김옥균, 안창호, 서재필 등이 개화기의 선각자로 불릴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의 비판대상은 비단 위 세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나를 배반한 역사>에서 신채호는 '극단적 국가주의자'로, 박은식은 '제국주의 이념에 굴복한 지식인'으로 서술되고 있다. 우리 머리 속에 있는 기존의 관념을 전복시키는 박노자의 이러한 문제제기는 향후 논쟁의 소지도 충분하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나를 배반한 역사'는 '엘리트중심주의에 의해 왜곡되고 굴절된 세상'으로 바꿔 쓸 수 있을 것이다. 박노자는 배반의 역사와 굴절된 세상을 바로잡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인권 및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귀화 한국인의 이 도전적인 역사의식에 한국의 사가(史家)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소설가 서영은이 받은 회갑선물
-청년작가 12인 헌정 소설집 <그대에게 꽃을>



<그대에게 꽃을>
<그대에게 꽃을>시공사
오는 5월18일 회갑을 맞이하는 소설가 서영은이 12명의 꽃미남 작가(?)들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그녀의 등단 35년과 60회 생일을 축하하는 헌정 소설집 <그대에게 꽃을>(시공사)이 출간된 것이다.

소설가 심상대의 발의로 묶이게 된 이번 책에서는 심상대를 비롯, 성석제, 조용호, 박청호, 한창훈, 윤대녕, 김종광 등 12명의 남성작가들이 선배의 회갑선물로 내놓은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평소 존경과 흠모의 속마음을 전하지 못했기에 이러한 방식으로 애정을 고백하는 것"이란 게 이들의 부연.


1968년 <사상계>를 통해 등단한 서영은은 그림을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채로운 문체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독특한 입지의 작가. 1983년 <먼 그대>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녀는 30년 연상의 소설가 김동리와의 결혼으로도 독자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황금의 나날> <신라의 푸른 길> <왈릴리의 고양이나무> 등이 후배작가들이 선배 서영은에게 바친 선물이라면,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읽히는 <절대를 찾아가는 순례>는 서영은이 후배와 독자들에게 베푸는 선물이다.

그 글 속에는 서영은의 어린 시절과 문학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 결코 만만치 않았던 60년의 삶, 김동리와의 결혼에 얽힌 추억, 자신을 옭맨 평생의 화두 등이 담담하고, 솔직한 고백으로 녹아있다. 문학의 길에서 35년을 헤맨 작가가 끝끝내 찾으려했던 '절대(絶對)'란 무엇이었을까?

"마음이 곧 부처인 것이다"
- 동화로 읽는 청담 스님 일대기 <마음동자>


<마음동자>
<마음동자>화남
대한불교 조계종 2대 종정과 초대 총무원장을 지냈으며, 성철 스님 등과 함께 불교정화운동을 주도한 바 있는 청담 스님(1902~1971)의 일대기가 전기동화로 묶였다. 시인 공광규가 출간한 <마음동자>(화남)가 바로 그것.

책에는 청담 스님의 유년시절과 3.1 만세운동에 참여해 고초를 겪은 이야기, 출가를 결심하기까지의 고뇌와 깨달음을 얻어 가는 과정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년시절 진주 호국사의 포명 스님을 만나면서부터 간직한 '마음'이라는 청담 스님의 화두가 어떻게 단단한 깨달음으로 익어 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

아이들을 위한 책이니 만치 풍부한 삽화로 보는 재미도 높였다. 그림을 그린 현담 스님은 광주비엔날레 초대작가이자, 호남대학교 사회교육원 고미술학과 교수. 저자인 공광규 시인은 본업인 시 쓰기 외에도 <천진한 부처 성철 스님> 등 다수의 동화를 낸 바 있는 작가다.

탈속과 환속의 경험을 구도소설 <만다라>로 형상화한 바 있는 김성동은 "불교의 핵심은 마음을 찾는 것이다. 요즘처럼 마음을 잃어버리고 사는 시대에 이 책은 우리에게 마음찾기의 길을 가르쳐 주고 있다"는 말로 <마음동자>가 지닌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청담 스님의 제자이자, 도선사 주지인 혜자 스님은 항상 마음과 꿈, 깨끗함을 이야기하던 스승을 떠올리며 "청담 스님의 마음과 정신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이 널리 퍼져 큰스님의 말씀이 온누리를 비췄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지음,
인물과사상사, 2003

이 책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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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힘

마음동자 - 청담 큰스님 이야기

공광규 지음, 현담 그림,
화남출판사, 2003


그대에게 꽃을... - 청년 작가 12인 헌정 소설집

성석제 외 지음,
시공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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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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