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배반한 역사>인물과사상사
"주류가 사회진화론과 민족개조론 등 자본주의적 개발주의 사상이라는 허상 속에서 헤매고 있었을 때 비주류가 인본주의에 훨씬 더 가까운 목소리를 낸 것이 한국적 근대의 모습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과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를 통해 한국인보다 더 정확히 한국적 병폐를 짚어내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대학 한국학 교수)가 '엘리트주의적 관점에서 서술된 한국의 근대사는 여전히 비판할 수 없는 성역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냈다. <나를 배반한 역사>(인물과사상사).
이번 책을 통해 박노자는 '동학의 무장운동을 무지몽매한 백성들의 소란으로 매도하고, 계몽 엘리트에 의한 정국운영만을 구상했으며, 인간의 가치를 국가권력의 부속물로 여긴 김옥균, 안창호, 서재필 등이 개화기의 선각자로 불릴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의 비판대상은 비단 위 세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나를 배반한 역사>에서 신채호는 '극단적 국가주의자'로, 박은식은 '제국주의 이념에 굴복한 지식인'으로 서술되고 있다. 우리 머리 속에 있는 기존의 관념을 전복시키는 박노자의 이러한 문제제기는 향후 논쟁의 소지도 충분하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나를 배반한 역사'는 '엘리트중심주의에 의해 왜곡되고 굴절된 세상'으로 바꿔 쓸 수 있을 것이다. 박노자는 배반의 역사와 굴절된 세상을 바로잡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인권 및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귀화 한국인의 이 도전적인 역사의식에 한국의 사가(史家)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소설가 서영은이 받은 회갑선물
-청년작가 12인 헌정 소설집 <그대에게 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