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터지는 감탄사, 연분빛 메아리

화순 안양산 철쭉 군락지

등록 2003.05.12 13:50수정 2003.05.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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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양산 정상에 핀 철쭉꽃의 자태.

안양산 정상에 핀 철쭉꽃의 자태. ⓒ 최연종

안양산은 매년 5월 초순이면 연분홍 옷으로 갈아입는다. 수 천그루의 자생 산철쭉이 앞 다퉈 꽃을 피워내면서 마치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온 산을 뒤덮기 때문이다. 활짝 핀 철쭉꽃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올해는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a 정상 인근에 핀 철쭉꽃이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정상 인근에 핀 철쭉꽃이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 최연종

만연산 큰 재에 이르자 안양산의 포근한 산세가 눈앞에 펼쳐진다. 산기슭에는 수만리 마을이 정겹게 자리 잡고 있다. 시선이 자꾸 안양산 능선으로 쪽으로 쏠린다. 큰 기대를 가졌던 백아산 철쭉축제가 꽃없는 축제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휴양림을 잇는 능선에 피어있는 철쭉꽃이 차창너머로 언뜻 스쳐지나가자 이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무등산 백마능선 언저리에도 활짝 핀 철쭉꽃들이 주변을 물들이고 있었다.


a 백마능선으로 이어지는 언덕에 핀 철쭉꽃.

백마능선으로 이어지는 언덕에 핀 철쭉꽃. ⓒ 최연종

안양산은 이서면 안심리 해발 853m에 자리 잡고 있다. 화순읍과 이서면 경계에 걸쳐 있으며 보이는 것보다 꽤 높은 산이다. 화순 최대 철쭉군락지로 인기를 끌면서 해마다 5월이면 화사한 봄을 만끽하기 위해 인근 광주시민 등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안양산 산행은 휴양림에서 오르는 길과 장불재에서 백마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길, 수만리 3구에서 시작하는 등 여러 갈래 길이 있다. 휴양림코스는 정상까지 1.2km밖에 안되지만 등산로 곳곳에 로프가 설치될 정도로 길이 상당히 가파른 편.

a 정상에서  백마능선을 향한 철쭉.

정상에서 백마능선을 향한 철쭉. ⓒ 최연종

하지만 휴양림 산막에서 여장을 푼 관광객들은 이 코스를 주로 이용한다. 가장 즐겨 찾는 코스는 수만리 3구 마을회관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길이 대체적으로 완만한 데다 등산로가 잘 닦여 있어 가족단위 등산객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다. 그러나 곳곳에 통나무 계단이 설치되는 등 가파른 오르막길도 만난다.

수만리 등산로 입구 정자나무 아래에는 벌써 산을 내려와 휴식을 갖는 등산객들로 붐볐다. 어린이날을 맞아 가족단위 등산객들이 많았다. 녹음이 우거진 오솔길 곳곳에서 싱그러운 봄내음이 묻어난다.

등산로는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능선이 가까워질 무렵에 경사가 심해지면서 호흡도 거칠어진다. 능선 3거리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정상을 향했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a 주 능선에 핀 철쭉꽃이 꽃터널을 연상케한다.

주 능선에 핀 철쭉꽃이 꽃터널을 연상케한다. ⓒ 최연종

등산로 주변에 핀 철쭉꽃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주 능선을 따라 기다란 철쭉꽃의 행렬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어른 키만 한 고산 철쭉나무숲 길을 걷는 것은 안양산 산행의 묘미. 등산로 양쪽으로 흐드러지게 핀 철쭉꽃이 마치 꽃 터널을 연상케 한다.

무등산 장불재에서 백마능선을 타고 온 철쭉꽃이 주변을 온통 고운 빛깔로 물들이며 안양산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예년에 비해 꽃망울을 다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이 곳을 찾은 상춘객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른다.


4일 동료들과 안양산과 찾았다가 혼자 보는 게 미안해 가족들과 다시 찾았다는 한 관광객은 "가족들이 좋아하는 걸 보니 두 번 온 보람을 느낀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a 상춘객들이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상춘객들이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최연종

정상으로 갈수록 철쭉꽃 군락이 두터워지면서 본격적인 꽃의 축제가 시작된다. 상춘객들은 꽃 속에 파묻혀 사진을 찍느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절로 터지는 감탄사가 연분홍 빛깔로 메아리친다. 수 천 그루의 철쭉꽃 물결이 온 산을 붉게 수놓으며 화사한 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꽃 내음이 코끝을 찌르면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능선도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안양산 자연 축제는 사람을 일부러 모으는 축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무르익은 분위기다. 축제는 어린아이의 흥겨운 춤으로 절정에 달했다. 마치 한 마리 나비가 된 듯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이 꽃과 어우러지며 힘겹게 오를 때 흘린 땀방울을 씻겨내고 있었다.

a 아이도 흥에겨워 춤을 추고 있다.

아이도 흥에겨워 춤을 추고 있다. ⓒ 최연종

산철쭉은 철쭉과는 차이가 있다. 흰색 빛을 머금은 채 연분홍빛을 띠는 철쭉과는 달리 산철쭉은 철쭉보다 짙은 보라색에 가까운데다 잎은 달걀모양처럼 길쭉하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와는 큰 차이점을 보인다.

꽃잎을 먹을 수 있는 진달래를 '참꽃'이라 부르는데 비해 (산)철쭉은 독성 때문에 먹을 수 없어 '개꽃'으로 불린다. 진달래꽃이 진 뒤에 철쭉이 연달아 핀다해서 '연달래'라 부르기도 하는데 산철쭉이 지면 봄은 여름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a 철쭉꽃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

철쭉꽃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 ⓒ 최연종

안양산에는 정상을 중심으로 30∼40년 생의 자생철쭉이 백마능선과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종류는 단일종에 가깝다. 흰 철쭉이 가끔 눈에 띄지만 연분홍이나 보라색 계열이 주종을 이룬다.

철쭉나무 사이에 잡목이 자라지만 이서면에서 주기적으로 솎아내기 때문에 철쭉밭으로 잘 가꾸어졌다.

올해 처음 열릴 예정이었던 안양산 철쭉축제가 열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a 산철쭉은 꽃잎은 크고 잎은 길쭉하다.

산철쭉은 꽃잎은 크고 잎은 길쭉하다. ⓒ 최연종

안양산은 이름에서 보듯 편안한 산이다. 산세가 모나지도 않고 둥그스름해 친근한 멋이 감돈다. 정상에는 수백평에 달하는 널따란 마당이 있는데 사방이 확 튀어 멀리 모후산에서부터 눈앞에 있는 무등산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무등산 천왕봉과 규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왔다.

안양산은 무등산을 잇는 가교로서 무등산, 만연산과 어우르며 화순의 알프스로 불린다. 안양산 기슭에는 흑염소를 방목하는 목장이 있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흑염소 떼들은 깊은 산속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a 정상에서 바라본 무등산 전경.

정상에서 바라본 무등산 전경. ⓒ 최연종

대도시인 광주와 화순읍 시가지가 가까이 있으면서도 산골의 깊은 멋을 자아내는 안양산. 화순인근에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하는 이만한 산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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