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처럼> "자기 자신을 흔들 줄 알아야…"

안도현의 <민들레처럼>

등록 2003.05.12 23:06수정 2003.05.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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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어른이 되면서 동화는 모름지기 아이들이나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화는 한낱 시시한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더랬지요. 하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인 <연어> <관계> <짜장면>을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을 느낀 후부터 시나브로 동화에 적잖은 맛을 들이게 됐습니다.

이렇듯 다소나마 동화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저의 고정관념을 깨부숴 준 분이 바로 안도현씨입니다.


<민들레처럼> 표지
<민들레처럼> 표지YES24
시인이면서 '어른을 위한 동화'의 작가로 더 알려진 안도현씨가 그의 여섯 번째 어른을 위한 동화 <민들레처럼>을 얼마전 내놓았습니다. 민들레하면 ‘후~’하고 불면 금세 날아가버리는 씨앗이 먼저 떠오를 뿐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만 같은데 안도현씨는 나름의 섬세함으로 민들레를 통해서 우리 삶을 깊이있게 통찰하게끔 해주고 잔잔한 감동과 교훈을 안겨 줍니다.

어느 날 마룻바닥에 펼쳐 놓은 일기장 위로 내려앉은 민들레 꽃씨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그리고 과연 이 꽃씨는 어떻게 일기장까지 오게 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이야기의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날아왔을까요, 아니면 새가 사뿐히 내려 놓고 간 것일까요? 우리의 상식대로라면 민들레는 바람에 의해 씨앗을 옮기는 것이지만, '이건 뻔한 상식에 불과하고 이는 쓰레기와 다름없는 생각'일 뿐입니다.

만일 바람이 불지 않으면 민들레는 어떻게 꽃씨를 뿌리고 또 다른 민들레를 피울 수 있을까요? 이럴 때 민들레 꽃씨는 불지 않는 바람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결심했습니다.

"바람이 그렇게 해줄 거라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건 어리석어. 민들레의 나라는 민들레가 주인이야. 마치 내 운명의 주인공이 나인 것처럼"이라고. 그리고는 "사랑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흔들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꽃줄기와 합심해서 자기 스스로 날아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비록 바람에 의해 날아갈 수 있는 거리보다는 짧을지언정 마냥 기다리는 어리석음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우리 인간 중에서도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어리석은 이가 있습니다. 마치 사과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질 날만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또 복권이나 투기 등 한탕주의에 물들어 그런 행운만이 오길 기다리고 있는 이도 적잖습니다. 게다가 일찌감치 그런 행운조차 오지 않을거라고 낙담한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기회를 만듭니다. 이 사람은 아예 사과 나무를 흔드는 등의 온갖 방법을 써서라도 사과를 얻으려고 부단히 애쓰며 자기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만들어갑니다.

이는 가여린 꽃씨가 스스로 흔들어서라도 씨를 뿌리려는 것처럼 작고, 힘든 일일지언정 그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여태껏 당신은 어떤 꽃씨였나요? 혹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바람만을 기다리는 꽃씨는 아니었는지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민들레처럼> 나를 사랑하고, 나 스스로를 흔들며, 나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굳세고, 현명하며,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가져봄은 어떨런지요?

민들레처럼 - 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안도현 지음, 이종만 그림,
자음과모음(이룸),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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