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까페 개설

온라인 쉼터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아파해라> 다음에 문열어

등록 2003.05.13 15:24수정 2003.05.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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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폭력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까페가 문을 열었다. 서울여성의전화(회장 황경숙)가 다음(Daum)에 개설한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아파해라(http://cafe.daum.net/stoppain)'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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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어른들만의 문제로 인식되기 쉬운 부부폭력은 자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차적으로는 가정폭력 가해자가 자녀도 함께 구타, 학대하거나 폭력 피해자가 다시 자녀를 구타하는 경우가 많다.

행여 물리적인 폭력은 피했다 해도 부모폭력을 목격하고 자란 자녀들은 돌발적인 폭력에 대한 상시적인 불안, 피해 부모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 폭력으로부터 보호받거나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우울 등 심각한 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성인의 경우 상담이나 신고, 이혼과 자립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모할 길이 열려 있으나 자녀들은 사실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정폭력 가정 내의 자녀들은 가해자에 대한 의존도가 성인보다 높아 감히 가해자인 부모를 신고하지도 못하고, 신고할 경우에도 경찰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에게서 종종 비난을 받는다. 또 신고 후에 다시 폭력을 당할 가능성도 높다.

주변에는 그들을 보호해 줄 곳이 마땅치 않다. 가족은 이미 피해자이거나 가해자이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보호받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 사회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사회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이 폭력 가정을 떠나 자립하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다른 가정은 모두 화목할 것이라는 환상과 폭력에 대한 수치심 때문에 친구들에게조차 속내를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아파해라'는 가정 폭력 속에 살고 있는 피해 자녀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물론 이 까페 역시 속시원한 해결방법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폭력 가정의 자녀들이 자신과 비슷한 가정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의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들을 공유하면서 정신적인 아픔을 치유하고 때로는 문제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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